- 가을철은 진드기 산란기와 장마 등으로 열성질환 유행기
- 쯔쯔가무시병·렙토스피라증·신증후군출혈열 ‘전신 염증 유발’
- 래프팅 등 레저 스포츠 열풍으로 가을철 열성질환 늘어나
- 야외활동 후 몸살 기운 있다면 열성질환 의심해야

2017년 통계청 생명표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태어난 출생아가 평균 82.7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여자는 2.4년, 남자는 1.7년이 더 높았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기대수명 선진국’인 것이다.

특히 통계청은 암과 뇌혈관, 심장질환만 제거해도 기대수명이 6.8년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봤다. 각종 질환은 수명에 더해 삶의 질과도 관련된 중요한 사안. 이에 본지는 100세 시대 도정을 위협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좀먹는 질환의 치료법을 알려주는 <백세건강> 시리즈를 기획했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진드기가 굉장히 영악해요. 식물이 있으면 식물의 맨 끝에 자리 잡고 있다가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가면 탁 올라타서 피를 빠는데 며칠씩 빨기도 해요. 그냥 잡아떼면 머리만 잘리고 입은 살을 그대로 물고 있죠”

염준섭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자에게 가을철 열성질환을 설명하기에 앞서 진드기의 생태에 대해 지적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진드기에 대해 주의를 환기한 것이다. 털진드기(Trombiculidae)는 가장 흔한 가을철 열성질환인 쯔쯔가무시병을 유발한다.

털진드기가 매개하는 균으로 유발되는 쯔쯔가무시병으로 매년 수만 명이 고통을 겪는다. 쯔쯔가무시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과 근육통, 발열 등이다. 특히 염 교수는 설치류의 배설물이 매개하는 가을철 열성질환인 렙토스피라증과 신증후군출혈열이 뇌출혈을 유발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쯔쯔가무시병과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매년 9~11월 사이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증가한다.

<뉴스포스트>는 어느새 성큼 다가온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을철 열성질환의 발병 원인과 증상, 치료법, 예방법 등을 알아보고자 4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염준섭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염준섭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가을철 주의해야 할 열성질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염준섭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가을철 주의해야 할 열성질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 왜 가을철에 유독 열성 질환이 유행하는 건가요?
“계절적인 요인이 있는데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가을철 열성질환은 쯔쯔가무시병과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런 질병들을 매개하는 동물이나 곤충의 생태가 가을철과 관련이 있어요. 또 계절적인 요인도 있기 때문에 가을에 특히 많이 발생합니다. 쯔쯔가무시병은 털진드기가 매개를 합니다. 진드기는 산란을 위해선 동물의 혈액을 필요로 하는데요. 이 산란기가 가을철이기 때문에 사람이나 짐승을 많이 물게 되고 그래서 쯔쯔가무시병이 가을에 유행하죠. 렙토스피라증 같은 경우에는 보통 우리나라 역학자료를 보면 홍수와 장마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벼 세우기 작업을 할 때 몸에 난 상처를 통해 쥐 배설물을 통해 배출됐던 렙토스피라증 균이 감염되게 됩니다.”

▶ 매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염성 질환으로 고통받나요?
“매년 다르지만 쯔쯔가무시의 경우는 해마다 수만 명, 렙토스피라증의 경우는 100여 명, 신증후군출혈열의 경우에는 400여 명 정도가 해당 증상으로 병원을 찾습니다. 가을철 열성질환 환자 수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계곡의 거친 물살을 가로지르는 래프팅 등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가을철 단풍을 보기 위해 산을 찾는 등산 문화 등이 널리 정착되면서 진드기와 설치류가 매개하는 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진 까닭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매년 가을철 열성질환 환자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뭔가요?
“캠핑, 래프팅 등 레저 활동이 늘고 등산이나 단풍 구경을 위해 자연을 찾는 활동이 최근에 많이 확산된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로 야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옛날에는 평일에 무지하게 바빠서 주말에는 좀 자야지 이랬죠. 쯔쯔가무시병 같은 경우는 진드기나 모기 기피제가 있는데요. 기피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진드기가 뭐 울창한 숲에 있거나 그런 게 아니고요. 그냥 인근 밭이라든지 이런 곳에도 굉장히 많아요. 연구하시는 분들은 보통 이불 크기의 천으로 1분 정도만 야외 풀밭에 쓸어내리기를 반복해도 진드기 몇 백 마리가 붙는다고 해요. 그래서 꼭 산이나 계곡이 아니더라도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주의하셔야 합니다.”

가을철 열성질환의 증가세는 래프팅과 등산 등 야외활동이 증가한 사회 변화와 관련이 있다. (사진=pixabay)
가을철 열성질환의 증가세는 래프팅과 등산 등 야외활동이 증가한 사회 변화와 관련이 있다. (사진=pixabay)

▶ 쯔쯔가무시병부터 여쭤볼게요. 발병원인과 증상, 치료법이 궁금합니다.
“쯔쯔가무시병을 유발하는 균을 가지고 있는 털진드기에 물렸을 때 인체로 균이 들어와 쯔쯔가무시병이 발병합니다. 증상은 보통 발열과 피부발진, 두통, 근육통 등인데요. 특히 피부발진이 생기면서 진드기가 문 부위에 우리가 의학적으로 ‘가피’라고 말하는 검은색의 피부 괴사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물린 자국이 있어서 그것만 봐도 쯔쯔가무시라는 진단이 가능하죠. 보통 진드기가 무는 부위는 따뜻하고 습한 곳인 속옷 주변입니다. 여성이라면 브래지어 주변까지이죠. 치료는 항생제를 쓰는데요.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이나 이런 항생제를 일주일 정도 쓰게 되면 어렵지 않게 치료가 됩니다.”

▶ 균을 갖고 있지 않은 털진드기에 물리는 건 상관이 없는 건가요?
“그렇죠. 일단은 진드기가 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진드기가 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쯔쯔가무시병의 발생빈도가 굉장히 많은 것을 보면 해당 균을 가진 털진드기가 많이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쯔쯔가무시병 같은 경우는 난소를 통해서 균이 또 다른 세대로 넘어가다 보니까 더 크게 유행합니다. 조절하기가 어려워서요. 진드기를 다 없애기는 힘드니까요.”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모기를 불임으로 만들어 없애는 연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아는데, 진드기의 경우는 그런 연구가 진행되는지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해 쯔쯔가무시를 매개하는 진드기를 없애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아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해당 연구를 할 만한 선진국의 관심이 떨어집니다. 쯔쯔가무시병은 동남아시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이른바 의료 선진국인 미국 등은 리케치아 질환 중에 쯔쯔가무시는 없고 다른 질병들이 유행합니다. 또 말라리아는 백신 개발이 어렵고 치료제도 내성이 생기고 문제가 있는데요. 반면 쯔쯔가무시는 항생제로 치료가 비교적 어렵지 않고 백신 개발도 지금 연구를 하고 있거든요. 진드기가 없어졌을 때 생태계에 끼칠 영향도 예측하기 어렵고요.”

신증후군출혈열은 쥐 등 설치류의 배설물로 매개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사진=pixabay)
신증후군출혈열은 쥐 등 설치류의 배설물로 매개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사진=pixabay)

▶ 신증후군출혈열의 발병원인과 증상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신증후군출혈열의 발병원인은 쥐가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인데요. 쯔쯔가무시병이나 렙토스피라증이 세균 감염으로 유발되는 것과 달리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쥐의 소변을 통해서 해당 바이러스가 나와서 공기를 통해서 사람에게로 감염이 되는데요. 증상은 다섯 가지 단계의 임상적인 증상이 있습니다. 발열기, 저혈압기, 핍뇨기, 이뇨기, 회복기 등인데요. 핍뇨기와 이뇨기가 특히 위험합니다. 핍뇨기의 경우 소변이 하루에 500cc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안 나오는 증상인데요. 몸이 붓게 됩니다. 이 시기를 넘기려면 투석을 해야 할 수도 있고요. 이뇨기는 하루에 소변이 3~4리터 이상 엄청나게 나오게 되죠. 이때는 수액으로 수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소변이 너무 나와서 혈압이 떨어지게 됩니다. 저혈압기는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살짝 혈압이 떨어졌다가, 다시 혈압은 정상이 되니까요. 개인차는 있지만 이 5단계 과정이 일주일 안팎으로 이뤄집니다.”

▶ 신증후군출혈열의 치료법은 어떻게 되나요?
“치료법은 사실 없습니다. 자연히 좋아지기를 기다려야 하는데요. 물론 치료제로 리바비린(ribavirin) 등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아주 중증인 경우에 시도를 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대증적인 치료를 하면서 고비들을 잘 넘기면 자연히 회복이 됩니다.”

▶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것치고는 환자 수가 많지 않은데요.
“일단은 균을 갖고 있는 동물이 많지 않다는 얘기가 되고요.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요. 사실은 신증후군출혈열은 백신이 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다른 백신처럼 흔히 접종하는 백신은 아니지만 고위험군들은 접종을 합니다. 강원도나 경기도 등 전원 지역의 호발(好發)하는 곳에 거주하는 주민이나, 아니면 군인이라든지 그런 분들 가운데서 원하는 분들에게는 신증후군출혈열 백신을 접종합니다.”

▶ 렙토스피라증의 발병 원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렙토스피라증의 발생 원인은 쥐 등 설치류의 소변으로 매개되는 세균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작업을 할 때 노출되는 빈도가 많았어요. 홍수나 장마철 폭우로 쓰러진 벼 세우기 작업 등을 할 때 상처를 통해서 감염이 되고요. 특히 우리나라 렙토스피라증은 폐출혈과 연관이 많습니다. 폐에 피가 나는 거죠. 폐출혈이 생기니까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고요. 경미한 경우에는 그렇게 생기지 않는데, 중증으로 가는 렙토스피라증은 폐출혈이 생깁니다.”

▶ 왜 유독 우리나라 렙토스피라증만 폐출혈이 일어나는 건가요?
“해당 지역에 사는 렙토스피라증 균의 특성에 따라 임상증상이 달리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폐출혈을 일으키는 균이 유행하는 거고요. 렙토스피라증도 마찬가지로 치료법으로는 항생제가 있는데요. 사실 예방으로는 과거에는 백신이 있었어요. 렙토스피라증도 인수 공통 감염병이기 때문에 현재 소나 돼지 등 가축을 대상으로 하는 렙토스피라증 백신이 있습니다. 사람도 백신이 있었지만 발생이 거의 없으니까 지금은 백신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물백신은 사용합니다. 동물에 사용해서 렙토스피라증을 조절하는 거죠.”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물에 들어가기 전 장화 착용이 필수다. (사진=pixabay)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물에 들어가기 전 장화 착용이 필수다. (사진=pixabay)

▶ 렙토스피라증의 치료법과 예방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렙토스피라증의 치료는 페니실린이나 테트라사이클린 같은 항생제를 사용합니다. 예방은 상처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장화를 신고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물에 들어가면 됩니다. 또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먹을 수가 있어요. 백신이 아니라,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면서 작업에 나가면 질병에 노출되는 걸 예방할 수가 있죠.”

▶ 물에 들어갔을 때 항문이나 성기 등으로 렙토스피라증 균이 침투하지는 않을까요?
“뭐, 알몸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웃음)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은 그런 점막이 아니고요. 항문이라든지 이런 데가 아니라, 손이나 다리 등에 상처가 나고 해당 부위를 통해서 렙토스피라증 균이 있는 물에 노출이 되면서 감염이 되죠. 그런 부위의 보호가 중요합니다.”

▶ 가을철 열성질환도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남나요?
“쯔쯔가무시병은 일반적으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없습니다. 치료가 잘 되니까요. 조기에 치료해서 회복이 잘 되면 합병증은 없죠.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렙토스피라증은 폐출혈이나 황달까지 생기는 경우들이 있어요. 신증후군출혈열도 마찬가지입니다. 혈소판 감소라는 게 감염증에서는 특별한 소견이 아닙니다. 혈소판이 감소하면 전신에 염증과 출혈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서 뇌출혈이 생긴다든지 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드문 경우지만 신장에 출혈이 생기면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쯔쯔가무시를 매개하는 털진드기. (자료=Cesty přírodou - VeCi, Youtube, 2018)
쯔쯔가무시를 매개하는 털진드기. (자료=Cesty přírodou - VeCi, Youtube, 2018)

▶ 질환별 사망률은 어떻게 되나요?
“렙토스피라증이 가장 높습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20%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잘 걸리지는 않지만 한 번 걸리게 되면 치명적이죠. 그래서 렙토스피라증의 경우에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신증후군출혈열은 치료만 잘 하면 보통 5% 미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치료를 안 하면 역시 20%까지 사망률이 올라갈 수도 있고요. 쯔쯔가무시는 사망률이 0.5% 미만인데요. 지역에 따라서는 10%까지 사망률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결국 얼마나 빨리 진단을 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 가을철 열성질환에 특별히 유의해야 할 직업군이나 집단이 있나요?
“농사짓는 분들. 밭농사든 뭐 그런 분들 다 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꼭 직업적인 것이 아니라도 가을철에는 성묘나 단풍 구경 등 날씨가 좋으니까 야외로 많이 나가게 되잖아요? 낚시하다 감염될 수도 있고요. 특정 직업군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고 야외로 활동하러 나간 사람들 전부가 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털진드기는 관악산 등 서울의 산에도 다 있습니다. 대단한 병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데서 물리면 걸리게 되죠. 주의해야 할 집단을 연령대로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가을철 열성질환에 대해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야외활동을 하고 열이 나고 몸이 아프시면 한 번쯤은 병원을 찾아 진단이나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간단한 검사 장비가 있어서, 검사하는 데 그렇게 오래 안 걸려요. 혈액검사를 오늘 하면 내일 결과가 나오거든요. 무조건 몸살이다, 괜찮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보다 야외활동 2주 이내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가을철 열성질환에 감염이 된 건 아닌지 의심을 하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서 검사를 하길 당부드립니다.”


※ 염준섭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약력

△연세대학교 의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의학과 석사 △연세대학교 의학과 박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 △성균관대학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 △대한감염학회 여행의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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