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R 플랫폼의 미래 엿볼 수 있는 충실한 콘텐츠
- 고소공포증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나는 VR 게임
- 직원들의 안전관리 미숙과 청결 상태는 아쉬워
- KT “미화와 환경 관리 위해 점검 간격 줄일 것”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IT 생태계에 VR 플랫폼이라는 네 번째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라는 마지막 물결이 지구촌을 휩쓸고 간 뒤 찰나나 지났을까. 또 한 번의 혁신이 움트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IoT와 AI, 5G 기술이 융합해 발전할 VR 플랫폼이 점차 우리 삶을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IT 생태계는 세 차례의 큰 변화를 겪었다. 첫 번째 물결은 개인용 PC의 보급이다. 가정마다, 회사마다 PC가 자리하면서 아날로그로 처리했던 대부분의 작업이 디지털로 바뀌었다. 20년 걸린 대장정이었다. 두 번째 변화가 삶을 바꾸는 시간은 그보다 짧았다. 7년이 걸려 초고속 인터넷이 집집마다 보급된 것이다. 마지막 변화였던 스마트폰은 대중화되기까지 불과 3년이 걸렸다.

IT 생태계 변화의 파장은 갈수록 다급해진다. 아직까지 어색하기만 한 VR 플랫폼이지만 변화의 추이로 볼 때, VR 플랫폼은 당장 내일이라도 사회 전체 시스템을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다가올 VR 시대를 미리 곁눈질해보고자 <뉴스포스트>는 지난 3일 KT가 운영하는 VR 테마파크인 ‘브라이트’ 신촌점을 찾았다. 브라이트에는 지난해 KT가 MWC에서 선보인 ‘Networked VR’이 적용된 ’스페셜 포스 VR’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다. ’Networked VR’은 5G의 고속 콘텐츠 전송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이다.

지난 3일 낮 시간에 방문한 KT VR테마파크 '브라이트'는 예상밖으로 한산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지난 3일 낮 시간에 방문한 KT VR테마파크 '브라이트'는 예상 밖으로 한산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브라이트 신촌점은 신촌역 경의중앙선과 신촌역 2호선 사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았다. 신촌점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다. 기자는 지하철을 타고 낮 시간에 브라이트 신촌점을 찾았다. 인근에 서강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 대학가가 밀집해 있어 발 디딜 틈 없이 붐빌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두어 명의 손님만이 VR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브라이트의 요금제는 다소 복잡했다. 8가지나 됐다. 어떤 VR 게임을 이용하는지에 따라서 요금제가 달라지는데 첫 방문인 기자에게 담당 직원이 빠르게 설명하는 VR 게임의 종류는 별나라 이야기요, 보여주는 요금제 안내판은 요지경이었다.

VR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지러워진 기자는 ‘그냥 다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모든 VR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프리패스 요금제’를 선택했다. 2만 5,000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한 뒤 정신을 다잡고 VR 게임을 빠짐없이 해보리라 굳게 다짐했다.

2만 5,000원을 지불하고 받은 '프리패스 요금제' 팔찌. 팔찌에 부착된 QR코드를 기계에 테그해야 VR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2만 5,000원을 지불하고 받은 '프리패스 요금제' 팔찌. 팔찌에 부착된 QR코드를 기계에 테그해야 VR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이성 역시 신체의 도구일 뿐”...니체가 옳았다

KT 브라이트의 VR 게임이 선사하는 만화경은 황홀했다. 첫 VR 게임은 정체불명의 괴이한 생명체를 사격으로 제압하는 ‘BlackBadge Signal’이라는 콘텐츠였다.

1인칭 슈팅 게임인 ‘BlackBadge Signal’은 최대 4인까지 이용 가능하다. 체험자는 9분 동안 어두운 동굴을 헤치며 괴물을 물리치고 인류를 구원할 지식을 가진 과학자들을 구해내야 한다. 재미가 붙은 이후 시가지를 날아다니는 ‘FLYIGN JET’과 청룡열차를 타고 만리장성을 달리는 ‘DYNAMIC THEATER’의 어트랙션에 연이어 몸을 싣고 체험했다.

레이싱 VR 게임인 'Project Cars 2'를 체험하고 있는 기자. (사진=이상진 기자)
레이싱 VR 게임인 'Project Cars 2'를 체험하고 있는 기자. (사진=이상진 기자)

하지만 역시 니체는 옳았다. 피로함을 호소하는 신체의 명령에 정신이 여지없이 반응했다. 재빠르게 모든 VR 게임을 체험해보리라는 마음가짐은 곧 속절없이 무너졌다. 몸이 힘들었다. 쉴 틈 없이 VR 게임을 하자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올 것 같은 멀미 증상이 찾아왔다.

멀미 기운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매장 안을 어슬렁거렸다. 매장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문뜩 요즘엔 대학생들이 공강시간을 어디서 보내는지 궁금해졌다. 매장에 여전히 손님이 없어 썰렁했던 것이다. 

 

▲ 충분히 흥미로운 콘텐츠...전문성 없는 서비스는 아쉬워

3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브라이트 콘텐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셜 포스 VR’을 체험했다. 1인칭 슈팅 게임으로, 체험자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상대로 시가전을 벌이게 된다.

방탄복 같은 상의를 입자 무게감이 느껴졌다. 병장 만기 전역인 기자의 전투 욕구가 솟아났다. 직원에게 무게가 얼마냐고 물었다. 전문적인 대답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몰라요”라는 대답을 듣고는 잠시 게임 속으로 몰입했던 흥미가 사그라들었다.

의기소침해졌던 흥미는 게임을 하며 되살아났다. ‘스페셜 포스 VR’은 대표적인 VR 게임 콘텐츠답게 상당히 재밌었다. 게임 속 캐릭터를 덮치는 괴이쩍은 생명체의 VR 영상이 생생해 절로 뒷걸음칠 치며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지상에서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비를 타는 VR 체험은 기자에게 하루하루 버티는 게 바빠 잊고 살았던 고소공포증을 되살리기도 했다.

'스페셜 포스 VR'을 즐기기 위해 착용하는 장비들. 의외로 무게감이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스페셜 포스 VR'을 즐기기 위해 착용하는 장비들. 의외로 무게감이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하지만 HMD를 쓰고 하는 체험이기에 VR 게임을 체험하다가 벽에 부딪히는 등 위험요소가 있었다. 체험 공간 벽에 가까이 가면 HMD를 쓴 와중에 VR 영상에 격자무늬의 가상 벽이 나타난다. 실제 공간에서 벽이 가까이 있으니 주의하고 뒤로 물러나라는 뜻이다.

‘스페셜 포스 VR’ 체험 전 직원으로부터 해당주의사항을 듣지 못했던 기자는 게임 도중 벽에 부딪혀 손이 부어오르기도 했다. 브라이트 신촌점이 VR 체험자에게 위험요소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보완해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VR 게임존, ‘다양한 콘텐츠는 장점’ ‘콘텐츠 오류·청결하지 못한 환경은 단점’

2층에 위치한 대부분의 VR 게임을 즐긴 뒤 ‘VR 게임존’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VR 게임존은 프리패스 이용권을 구매했다면 15분부터 최대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VR 게임존은 약 10제곱미터의 공간이다. 체험자는 게임존의 문을 닫고 VR 게임을 체험한다.

2층에서 체험한 VR 게임이 멀미 증상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웠던 것과 달리 VR 게임존은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폐쇄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먼지 덩어리와 머리카락 등을 청소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해놓은 광경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HMD를 쓰고 몸을 움직이며 활동해야 하는 공간의 청결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였다. 또 ‘Evil Fire’ 등 일부 VR 콘텐츠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오류가 있는 점도 아쉬웠다.

VR 게임존(왼쪽)과 VR 게임존의 먼지덩어리(오른쪽). 안녕, 먼지야? (사진=이상진 기자)
VR 게임존(왼쪽)과 VR 게임존의 먼지덩어리(오른쪽). (사진=이상진 기자)

▲ KT VR테마파크 ‘브라이트’ 추천...단점은 개선해야

브라이트가 제공하는 VR 게임들은 다가올 VR 시대를 엿보기에 충분한 단서가 될 정도로 평소 접하지 못한 체험을 제공했다. 다만 VR 게임으로 야기되는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등 멀미 증상을 보완하는 기술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HMD와 어트랙션을 사용하는 VR 게임의 사용자가 멀미를 느끼지 않기 위해선 5ms 이하의 초저지연 기술이 필수다. 현재 KT 브라이트의 VR 콘텐츠들의 속도는 5ms 이하에 미치지 못한다. 스페셜 포스 VR의 경우 평균 지연율이 10ms 안팎이다. VR 게임존에서 발생하는 일부 콘텐츠 오류를 시정하고 청결한 VR 체험환경을 위한 노력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KT 관계자는 속도와 관련해 <뉴스포스트>에 “KT는 모바일 20ms 이상의 네트워크 지연율에서도 어지럼증을 최소화하는 ‘Anti-juddering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고 내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청결과 위생에 대한 지적에는 “수시로 관리자급 인력인 점장과 부점장이 매장을 돌면서 청결상태를 살피고 있고 특히 단체 손님 이용 후에는 운영 스텝까지 동원해 현장 미화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며 “미화와 환경 관리를 위해서 점검 시간 간격을 지금보다 줄여 고객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지적한 몇 가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VR 체험을 할 수 있는 VR 테마파크 브라이트는 충분히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브라이트를 찾아 VR 게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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