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스펙 쌓기 NO, 목표 설정 확실히 할 것
기업, 자세한 채용 기준 공개 필요
새로 등장한 AI 면접은 사실상 인적성 검사…아직까지 미흡
취준생들, 상처받지 말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이번 달 주요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2019년 하반기 신입사용 공개채용 일정을 시작한다. 기업들이 수시 채용을 늘리고 하반기 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줄이는 등 올해 취업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취업전문가 이시한 교수. (사진=이해리 기자)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잡코리아' 등에 따르면 10대 대기업이 이달 중 하반기 공채를 진행한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예년보다 빨라 대기업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또한 지난해보다 좁아진 취업문도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기업 중 채용 계획을 세운 곳은 79.2%로 지난해 91.1% 대비 11.9% 포인트 줄었다. 채용 규모도 작년보다 4% 넘게 줄여 4만 2,836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시장은 지난해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화답하며 활기를 띠었지만 1년 만에 다시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대규모 공채보다는 소규모 수시 채용을 늘리는 대기업들이 많아지며 수많은 취업 준비생과 예비 졸업생들은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성신여대 겸임교수이자 '이시한 닷컴'이라는 취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이시한 교수와 만나 하반기 채용 시장에 대한 전망과 전략, 변화하는 환경에 취준생들이 대비해야 할 것 등에 대해 알아봤다. 

▲ 공채 폐지·수시채용…십인사원 가뭄으로

올해 초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입사원 공채 폐지 소식이 알려지며 수많은 취업 준비생은 혼란을 겪었다. 비교적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명확한 공채에 비해 수시 채용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를 필두로 다른 대기업들도 적지 않은 곳이 공채 폐지는 아니더라도 그 규모를 점차 줄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시한 교수는 이 같은 경향을 예측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동국대, 서울시립대 등 서울 안에 있는 11개 대학을 순회하며 2019년 채용 경향성 예측 특강에서 이 교수는 현대차 공채 폐지를 예측했으며, 수시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공채 축소가 이 취준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 교수는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주대, 순천대, 목포대 등 전국 국립대 10개 대학을 투어 중인데, 현재 6~7개 대학에 다녀왔다"라며 "특강을 듣는 친구들에게 전부 다 물어봤다. 본인이 얼핏이라도 아는 사람 중에 이번 상반기 현기차 신입사원이 됐다는 사람이 있냐고 했더니 6~7개 대학 중에 딱 한 개 대학 중 한 명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친구가 주변 사람이 2명 있고 이런 게 아니라 50~100명을 안다고 하면 거의 몇 천 명, 만 명까지 조사한 결과 인데 딱 한 명이다"라면서 "현기차는 수시 채용에 대해 초반에 제기됐던 채용 인원 축소 의혹에 '원래 필요한 만큼 뽑았으니까 늘면 늘었지 절대 줄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주변에 현기차 신입사원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 목표설정, 정보 파악 우선

이시한 교수는 하반기 채용 시장에 대해 "비채용이 트렌드다"라고 진단했다. 채용을 안 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곳 외에는 다 줄이거나 안 한다는 것.

이 교수는 "대기업은 술수를 써서 수시 채용이란 이름으로 그렇게 줄여나가고 있다"라며 "어쩔 수 없이 정치권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공기업은 늘리지는 못하지만 유지를 하고 있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좁아진 취업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서 취준생들은 어디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인이 어떤 것을 목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면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인턴을 해야 하는지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부족한 취준생들이 대부분인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시한 교수는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취업시장이 변함없이 간다고 생각하지만, 6개월마다 다이내믹하게 바뀐다”라며 “취업 준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에 구애받지 말고 정보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을 가는 친구들은 좋은 중소기업을 선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시험을 봐야 하면 공부를 해 필기시험을 잘 봐야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채용 비리의 여파로 사람이 평가하는 서류와 자소서의 비중을 줄이고 필기시험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는 "대다수의 채용 비리가 서류와 면접에 있었다"라면서 "공기업은 아예 서류가 없는 데도 있고 50배수 100배수인데, 100배수 말이 100배수다"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사무직을 예로 들면 서류가 100배수인데 1,000명을 뽑으면 서류는 10만 명이 통과하는 것이다. 50배수 100배수는 서류로 치면 2:1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서류를 쉽게 통과시켜 주고 필기에서 다 탈락시킨다. 필기에서 97.5%를 떨어뜨리고 면접을 2.5배수로 뽑는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취업을 준비하면 언어 연수를 가야 하는지 토익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헷갈렸다"라며 "지금은 필기시험을 잘 보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시한 교수가 공기업 취업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시한 닷컴)
이시한 교수가 공기업 취업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시한 닷컴)

▲ 채용 기준 명확히 제시할 것

또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취준생들은 사실 그들의 탓이 아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 사기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시한 교수는 “사기업이 구체적인 인재상을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 자기들도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이번에는 영어를 강화하고 다음에는 또 다른 것을 강화하는 등 계속 바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말로는 ‘플렉시블 한 인재상을 가져간다’고 한다”라며 “기업에서 정확하게 우리가 이러한 인재를 뽑는다고 발표했다가, 탈락자가 의혹을 제기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게 좋은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공기업의 채용 공고는 20페이지 정도 된다. 서류에서는 어떤 부분이 몇 점을 차지하는지, 어떤 직렬에 몇 명을 모집하는지 기준이 정확하다. 이에 비해 일반 사기업은 한 장이다. 직무 모집인원도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게 ‘00명’이라고 적혀있다.

그는 “공기업은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나와있어 요즘 취준생들이 ‘공기업, 공기업’ 하는 것이다”라며 “사기업들도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영어 점수를 보지 않는다면 ‘영어를 안 본다’ 아니면 ‘우리 회사는 ‘800점이 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얘기를 해야 790점은 지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일단 넣어보세요. 괜찮아요’ 하고 탈락시킨다”라며 “이러한 노력을 전환해서 다른 부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 공정성, 정확성 강화…변화하는 공채 면접 

올해 하반기 공채에는 학점 최저기준 폐지 등 스펙 쌓기보다는 채용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면접 방법이 등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 KT&G, 제약업계 등에서는 온라인을 활용한 AI(인공지능) 면접을 새롭게 도입했는데 취준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AI 면접은 마이더스 아이티라는 업체가 만들었다. 이 교수는 "사장님의 마인드가 '취준생들은 거짓말쟁이다. 거짓말을 잡아내겠다'라고 만들었다"라며 "자연어 처리 능력이 없어 답변 내용 분석은 안되고, 기본적으로 어조나 자신 없어 보인다던가 당황하는 것들을 위주로 잡는다"라고 말했다. 

마이다스 아이티의 AI 면접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90초 안에 본인의 장단점을 얘기해라'다. 두 번째는 사람 얼굴 표정을 맞추는 게임 같은 것이다. 세 번째는 하노이의 탑처럼 '이 모양대로 만들어라' 같은 게임들이 12개 정도 있다.

이시한 교수는 "AI 면접은 사실상 인적성 검사다"라며 "AI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가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는지 아직 알 수 없다"라고 전했다.

기업은 현재 실시하는 AI 면접의 결과를 분류해 이들이 3~4년 후에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AI 면접 후 특성 별로 A부터 Z까지 분류하고, 1년 안에 퇴사를 한 경우를 보니 80%가 B 타입이라고 하면 B 타입을 처음부터 채용하지 않는다.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B 타입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고, C 타입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최고의 성적을 뽑는 것이 아닌 회사에 맞는 인재를 뽑게 되는데, 1년 후 A부터 Z까지 다양하게 퇴사를 했다면 AI 면접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분석 결과 타입이 비슷한 경우에는 분류가 쉽지만 그 타입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준비가 별로 안 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시한 대표는 성신여대 겸임교수. 여행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스타강사, 방송인, CEO, 대학교수, 작가, 크리에이터 등 총 16개의 직업을 가지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멀티 직업인이다. (사진=이해리 기자)

▲ 인구 감소가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2017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대비 노인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6년경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향후 취업의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시한 교수는 “그것이 바로 정부가 원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책을 보면 ‘버티자’식이다”라며 “가령 ‘중소기업에서 3년 채용하면 얼마를 지원한다’ 이런 것들인데, 정부는 인구 절벽까지만 버티면 이러한 관측이 맞을 것이라고 보고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과연 일자리 구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냐’인데 우리보다 먼저 인구 절벽에 들어간 일본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시골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노부부가 소송을 당한 일이 있었다. 새벽에 근무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자 본사에서 소송을 걸었다. 5억을 배상하게 된 노부부가 언론에 호소를 했고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편의점 업계에서는 ‘편의점을 5년 내 무인화하겠다’는 공략을 했다. 우리에게는 이런 기술 도입이 임금을 아낀다는 개념이지만 인구절벽이 닥친 일본은 해결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 개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미 미국의 아마존 고, 중국의 타오 카페 등이 운영되고 있고 기술 개발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우리나라가 가져오지 않을 것이냐”라며 “정부의 기대대로 맞아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 "떨어지는 게 정상, 회피하지 말라"

변화하는 여러 가지 환경 속에서도 이시한 교수는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상처받지 말고, 회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요즘 취준생들은 포기하는 분위기다. ‘뽑지도 않는데 해봤자 뭐해’하면서 아무것도 안 한다”라며 “취업이 어렵고 뽑지도 않는데 조용하다. 독수리가 날면 닭이 목만 딱 숨기면서 회피한다. 어려움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면 결국 독수리에게 채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처받을 필요가 없고, 어차피 다 떨어진다”라며 “100대 1이다. 99가 정상이고 1명이 이상한 거다. 떨어지는 게 당연한데 이를 못 참는다. 이것을 회피하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이시한 교수 약력

△연세대학교 국문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EBS, 웅진PASS MD, 메가로스쿨, 베리타스법학원 강사 △SAT/MEET/DEET/LEET 모의고사 출제위원 △조선일보 교육칼럼니스트 △해커스 챔프스터디 강사 △한국 멘사 회원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한양대학교 초빙교수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인문학으로 연세대학교 학사, 석사, 박사 수료. 현재 성신여대 겸임교수. 여행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스타강사, 방송인, CEO, 대학교수, 작가, 크리에이터 등 총 16개의 직업을 가지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취업분야의 스타강사이자 tvN [문제적 남자] 기획에 참여해 시즌 1에 출연, EBS [최종면접], MBN [직장의 신], KBS라디오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 등에 고정출연하기도 했다. 인문/독서를 주제로 유튜브 채널 [시한책방]을 운영한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