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추석 희망사항] 1020 홍대피플이 바라는 명절 덕담
[세대별 추석 희망사항] 1020 홍대피플이 바라는 명절 덕담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09.1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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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달력을 넘기기가 무겁게 빨간 숫자들이 달려듭니다. 환호 혹은 한숨이실 텐데요. 명절 스트레스 문제가 공론화되며 어김없이 ‘명절 증후군 없애는 방법’들이 각종 매체에서 쏟아집니다. 오랜만에 친척들과 만나는 뜻깊은 명절이 ‘즐거운 빨간날’로 바뀌기 위해 따듯한 말 한마디에 담긴 신비한 힘을 믿어 보는 건 어떨까요. 세대별로 꿈꾸는 추석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뉴스포스트>가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가져오는 이미지가 있다. 온 일가친척이 모여 명절 음식을 나누어 먹고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가족의 시간을 보내는 이미지다. 그런데 ‘요즘 것들’이 들여다보는 추석은 현실적이다. 모두가 먹는 명절 음식은 누가 만드는지 묻고, 얼굴도 감감하던 친척 어른이 ‘취업은 언제 하느냐’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훈수를 놓는다고 푸념한다. 매년 두 번의 명절 때마다 ‘명절에 이런 말은 듣기 싫다’는 등 설문조사가 쏟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것들’이 바라는 추석 덕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5일 <뉴스포스트>는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10대 20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총 44명의 젊은이들이 응답했다.

지난 5일 '젊음의 거리' 홍대 인근에서 1020 젊은이들에게 어떤 추석을 보내고 싶은지 물었다. (사진=이상진 기자)
지난 5일 '젊음의 거리' 홍대 인근에서 1020 젊은이들에게 어떤 추석을 보내고 싶은지 물었다. (사진=이상진 기자)

젊은이들이 듣고 싶은 덕담 1위는?

기본적으로 추석은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날’이다. 이날 홍대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대부분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고 쉴 수 있기 때문에 추석이 좋다고 했다. 올해 추석 계획에 대해서는 ‘고향에 방문한다’는 응답이 44명 중 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리하자면 젊은이들에게 추석은 ‘고향에 가 가족들과 쉬는 날’이다. 다음으로는 ‘여행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6명으로 뒤를 이었다. 1명의 청년은 “추석에 공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타’를 선택한 9명의 청년들은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그래픽=김혜선 기자)

추석에 듣고 싶은 말은 ‘용돈 좀 주마(지원)’가 44명 중 31명으로 압도적이었다. 홍대 지하철 인근에서 만난 중학생 이하연(가명)씨는 “솔직히 말하면 용돈 주시는 게 제일 좋다. 명절 때마다 제사용 그릇을 씻는 것은 늘 내 몫인데, 그릇이 너무 많이 힘들다가도 집안 어른이 용돈을 주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수고가 많았다, 고생했다’ 등 공감해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청년은 7명이었다. 주로 20대 중후반 청년들이 ‘공감’에 한 표를 던졌다. 자신을 대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박우진(가명)씨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수능을 준비하느라 명절에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수능을 앞둔 상황에서 어른들에게 ‘공부 잘되고 있느냐’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박씨는 “그런데 이모가 ‘수고가 많다’는 메시지와 함께 용돈을 보내오셨다.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이 밖에 ‘멋있어졌다’ 등 칭찬하는 말을 듣고 싶다는 응답은 5명, 기타 1명이었다.

추석에 듣고 싶지 않은 말 1위는 ‘남과 비교하는 말’로 44명 중 22명이 선택했다. 고등학생인 오진혁(가명) 씨는 “대놓고 비교하지는 않아도 ‘누구는 어떻다더라’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비교하는 말로 들려 썩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도 “맞다. 명문대 간 친척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올 때가 있다”고 거들었다.

추석 단골 질문인 ‘취업/결혼 언제 하느냐’는 질문은 9명이 선택해 듣기 싫은 말 2위에 올랐다. 김철호(가명) 씨는 “취업이나 결혼 이야기는 거의 매년 나온다”며 “가족끼리 놀거리가 없어서 만날 때 마다 같은 이야기만 반복해서 하는 것 같다. 명절 때 가족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주제라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 있다. 고연우(가명) 씨는 “집안 어른이 ‘이제 장가가도 되겠네’라고 말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제가 독립하고 싶기도 하고, 결혼을 할 만큼 성장했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살쪘다’ 등 외모 지적은 6명, ‘듣기 싫은 말이 없다’ 등 기타는 7명이 선택했다.

추석에 없었으면 하는 것은 ‘일가친척 의견 충돌’이 44명 중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송도윤(가명) 씨는 “명절에 가족끼리 한잔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다. 어른들이 싸우면 나설 수도 없고 불편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힘들다”고 호소했다.

다음으로는 큰 상차림 등 가사노동이 없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13명으로 뒤를 이었다. 군인이지만 휴가를 나온 조희연(가명) 씨는 “명절 상차림을 많이 돕는 편이다. 이번에 휴가를 나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리(가명) 씨는 “딸들은 항상 딜레마에 빠지는 것 같다. 추석 음식 준비하는 것 등이 가부장적이라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돕지 않으면 할머니, 엄마께서 고생하시기 때문에 돕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가족 모임’이 없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기타’ 의견은 각 5명이었다. 고한호(가명) 씨는 “쉬는 날인데 쉴 수가 없다. 휴일인 만큼 편하게 쉬기만 했으면 좋겠다”며 “주말이 끼는 추석은 지방에 내려갔다 오면 하루가 뚝딱 가 버린다. 추석이 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추석에 어떤 덕담이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이 가장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명절에는 행복한 추석이 되기를 바라며 ‘홍대 피플’이 들은 기발한 덕담을 모아 소개한다. ‘행복해라. 행복이 최고다’, ‘즐겁게 살고 돈은 많이 벌어라’, ‘지갑은 보름달처럼 얼굴은 반달처럼’, ‘들숨에 건강 날숨에 재력’ 등이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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