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게임중독] ⑤ '자율규제' 미국이냐 '산업규제' 중국이냐
[기획특집-게임중독] ⑤ '자율규제' 미국이냐 '산업규제' 중국이냐
  • 선초롱 기자
  • 승인 2019.09.16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중독’도 질병인가. 2019년 상반기 한국 사회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됐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 vs 산업계, 청년 vs 중년식 구도로 찬반양론이 일며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게임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듣고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과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5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인한 신체 및 정신건강 문제는 전 세계적인 논란거리였다. 이를 반영하듯 WHO는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시켰고, 이에 대한 논의 및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요 국가들에서도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 도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태로,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이 중립적인 입장을 밝히거나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학계, 정부 기관, 사회단체 등 사회 곳곳에서 찬반 논란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본지에서 진행한 좌담회에서도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면서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질병코드 도입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을 함께했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주요 국가별 게임 관련 정책과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에 따른 국내외 반응을 살펴보고, 좌담회에서 나온 제언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민지원 연구원의 의견을 들어본다. 참고 자료는 지난 8월 30일 민 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국가별 게임정책 및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에 대한 논의 비교’ 보고서를 인용했다.

한국 찬반 여론 두드러진 이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유독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 도입에 대한 찬반양론이 과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 업계 등은 반대의 입장을,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민지원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유독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00년대 초 국내 게임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정부는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2004년 이른바 ‘바다 이야기’ 사건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에 번졌고 정부의 게임규제 또한 강화됐다. 이후 강제적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게임 아이템 구매 한도를 책정한 웹보드 게임규제 등 다양한 규제 정책이 도입됐다. 바다 이야기 사건은 파칭코 게임 시스템을 성인 오락실에 그대로 가져오며 심각한 중독성과 도박성 논란으로 당시 사회적인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그러면서도 국내 게임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게임 산업 육성정책도 수립하고 있다. 민 연구원은 “정부는 2014년 ‘게임 산업진흥 중장기계획(2015~2019)’에서 3대 추진 전략과 11개 중점 과제를 통해 창조적 게임 강국 실현을 지원했다”며 “올해 6월에는 청소년 셧다운제의 단계적 완화, 결제 한도 폐지 등 규제 완화가 진행됐고, 향후 새로운 게임진흥책을 추진하는 등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IGUESS 진단 척도 설문지 캡처)
업계에서는 2013년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개발된 게임 중독 진단 기준인 'IGUESS'를 두고 모호한 질문으로 게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IGUESS 진단 척도 설문지 캡처)

게임질병코드화 해외 사례

국내 게임 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7%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게임은 산업과 놀이 문화의 순기능 보다 과몰입(중독) 등 역기능이 주로 부각되면서 규제 대상으로만 비춰지고 있다. 

반면 세계 주요국들은 대부분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게임 관련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민간업체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등의 방법으로 정부가 나서지는 않고 있다. 

3대 글로벌 게임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게임 관련 규제를 민간 자율에 맡기고 있다. 게임을 하나의 콘텐츠이자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으로 보고 있다는 것. 민 연구원은 “미국은 인터넷 중독 예방 기관도 민간주도로 이뤄지고 있고, 게임 등급분류 또한 민간협회인 미국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위원회(ESRB)에서 심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덕분인지 미국의 게임 시장 매출은 2019년 기준 369억 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하며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독일도 게임을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는 게임 펀드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게임 육성 프로그램, 지원정책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게임 관련 업체에 대해 세금감연, 펀드 지원 등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민간기관인 범유럽 게임 정보(PEGI)의 게임 등급 분류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 2위인 일본 정부 역시 게임을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으로 보고 있다. 민 연구원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규제에 대해서는 게임업체의 자발적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의 경우 애니메이션보다 지원이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은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엄격한 편이다. 과거 중국 정부는 게임을 ‘전자 헤로인’이라고 지칭하며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기업, 가정이 함께 참여하는 자율적 규제로 노선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게임 총량 규제 등 엄격한 규제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민 연구원은 “중국은 최근 게임 업계가 스스로 셧다운제 등 자체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영향으로 중국의 2019년 기준 게임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4억 원 감소한 365억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물론 중국 역시 게임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승격 시켜 수출, 금융지원을 하고, 게임 산업 규모 확대 계획을 밝히는 등 다양한 진흥책도 실시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인식과 정책만큼이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 도입에 대한 시선도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민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에 대해 ‘연구 자료가 부족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게임 과몰입에 대해 규제 및 의학적 치료 대상이 아닌 부모의 양육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은 게임을 중독유발 물질로 보기보다는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으로, 게임 질병코드 도입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컴퓨터엔터테인먼트협회, 온라인게임협회 등 4개 단체가 모여 과학적인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중립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전문가 집단을 조직해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 도입에 대한 찬성 태도를 보였기 때문. 실제로 지난 7월 중국 국민건강위원회는 게임 이용 장애의 정의, 특징, 요인, 진단, 치료 방법 등을 포함한 전문가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축제 '지스타 2018'을 찾은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실정에 맞는 충분한 논의 있어야”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지난 7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차후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발표한다는 계획이긴 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 문체부, 게임계, 의료계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함은 물론,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좌담회에서는 질병코드 도입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모였다. 이에 대해 민 연구원은 “국내 실정에 맞는 치료법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라며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기준이 있지만, 분류기준이 모호해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과잉진료가 발생하거나 반대로 치료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화 국내 도입은 산업 규제가 아닌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이어야 한다”며 “게임 이용 장애 질병분류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에, 게임이 건전한 여가 생활 중 하나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게임 과몰입 실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게임 업계의 자체 규제를 통해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국내 게임 업계 또한 자율적 규제를 통해 게임 과몰입을 예방해야 한다. 교육용 게임 개발, 게임 과몰입 관련 치료 지원 등 사회공헌을 늘리고 게임의 순기능을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민 연구원은 게임 산업의 성장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산업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이라며 “AR·V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미래 유망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초롱 기자 seoncr09@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