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강한 매파인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데 이어 올해 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 6월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사진=뉴시스)
지난 6월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티모어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올해 말 어느 시점에(at some point later this year)비핵화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기꺼이 만나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앞서 북한이 북미회담 기한을 연내로 못박는 내용의 논평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실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선신보는 "2019년 하반기에 개최되는 실무협상이 결렬되고 대화가 중단된다면 미국측에 시한부로 주어진 년말까지 수뇌회담이 열리지 못한다"며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2020년에 조선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판문점수뇌상봉을 통해 모처럼 마련된 협상타결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조미 수뇌회담이 합의없이 끝난 원인의 하나는 자기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 있었다"며 "미국이 조선의 일방적 핵포기와 무장해제를 추구하는 하노이 회담과 같은 대화가 재현되는 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북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결렬된 바 있다. 당시 회담에는 미국에서도 강력한 매파로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이 나타나 이목을 끌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과의 회담 자리에서 선 핵포기 후 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매우 민감해하는 비핵화 모델 중 하나로, 핵을 먼저 포기했던 리디아 대통령 카다피는 반란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결말을 맞이했다. '체제 보장'을 1순위로 바라는 북한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인 셈이다. 회담 결렬 이후 북미는 물밑 협상을 지속해갔지만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를 이어오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을 전격 경질하며 미묘한 변화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이 지난 2월 북미협상에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을 두고 "일종의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라면서 "(리비아 독재자)가다피에서 무슨 일이 일었는지 한번 보라. 그것은 좋은 표현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것(볼턴 전 보좌관의 발언)은 우리를 후퇴하게 했다"고도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 이후 김 위원장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며 "그는(김 위원장은) 볼턴 전 보좌관과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질문"이라고 비난했다.

북미는 중단됐던 실무협상을 이달 말 재개할 예정이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9일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협상에 복귀하겠다는 고무적인 신호를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시기 상으로 북한이 제시한 '9월 말 실무협상'과 일치해 한미회담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에 긴밀한 공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은 제74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9월 22부터 26일까지 3박 5일 간의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청와대와 백악관 간에 협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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