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삭발 투쟁’을 단행했다. 이날 황 대표의 삭발식에는 지지자들 수백 명이 모여 응원을 보내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반응을 보였다.

황교안 삭발. 1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식을 단행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황교안 삭발. 1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식을 단행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황 대표의 삭발식은 오후 5시경 청와대 분수 앞에서 시작됐다. 삭발식에는 황 대표 외에 한국당 의원 20여 명이 참석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보수 인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인들 외에도 청와대 분수대에는 황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들과 보수 유튜버 등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혼란을 빚었다. 경찰 측에서는 안전을 위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지지자들의 출입을 통제했지만, 일부 지지자들이 억지로 삭발식 장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가벼운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몇몇 보수 유튜버는 경찰에 “대한민국 국민을 왜 가로막느냐”며 고성과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삭발식이 시작되고 황 대표는 머리를 깎아주는 이가 ‘안경을 벗어달라’고 요청하자 안경을 벗고 잠시 눈을 감았다. 황 대표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가기 시작하자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취재진이 황 대표를 둘러싸자 황 대표의 지지자들은 욕설을 하며 “비켜” “나와” 등 고함을 쳤다. 한 지지자는 “이 나라가 북으로 가고 있다”고 외쳤고 또 다른 지지자는 “황교안”을 연호했다. 황 대표의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한 중년 여성은 “대표님”이라고 비명을 지르며 오열했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황 대표가 머리를 깎는 동안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모두 제창했다. 사회를 맡은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오늘 잘려 나간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다. 잘려 나간 건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살아온 우리들의 마음, 그동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 ‘성실해야 성공한다’고 믿어온 우리의 믿음이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삭발식 후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과 조국의 사법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저는 오늘, 제1야당의 대표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황 대표는 “저의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왔다.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저의 투쟁을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의 삭발식 후 구호 외치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 (사진=김혜선 기자)
황 대표의 삭발식 후 구호 외치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 (사진=김혜선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는 “마지막 통첩이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내려와서 검찰의 수사를 받아라”라고 요구했다. 이어 황 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은 “국민의 명령이다, 문재인 정권은 헌정유린 중단하라” “범법자 장관 웬 말인가, 조국은 당장 내려와라” “지키자 자유대한민국, 살리자 자유대한민국” 등 구호를 외쳤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황 대표의 삭발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황 대표의 삭발 소식에 “산적해 있는 민생현안이 무척 많다. 이런 것들을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고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 후 강기정 정무수석을 불러 황 대표의 삭발과 관련, 염려와 걱정의 말씀을 전달했다”며 “강 수석이 바로 당 대표 비서실장인 (한국당) 김도읍 의원에게 전화해 ‘국회로 가서 직접 만나 뵙겠다, 대통령 뜻을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만나지 않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황 대표 측에 “분수대로 가서 만나뵙겠다”고 재차 요청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는 게 고 대변인의 설명이다. 고 대변인은 “강 수석이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가서 황 대표를 뵙고 대통령의 염려와 걱정에 대한 말씀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파면해야 된다’고 했고 강 수석은 ‘잘 전달하겠다’고 대답한 후 헤어졌다”고 설명했다.

삭발식 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삭발식 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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