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뜻밖의 단기방학...워킹맘은 연말이 두렵다
10월 뜻밖의 단기방학...워킹맘은 연말이 두렵다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9.09.19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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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자율휴업일 등원 여부를 기록해 회신 바랍니다’

서울 직장맘인 김 모(39) 씨는 자녀의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알림을 받고 한숨을 쉬었다. 두 번의 자율 휴업일과 가을 운동회로 10월에만 총 3일의 연차휴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어요”라며 “안 그래도 요즘 빨간날이 많아 눈치가 보이는데 이런 상황서 또 연차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자율휴업일 방과 후 과정반 등원 여부를 묻는 조사 안내문.
자율휴업일 방과 후 과정반 등원 여부를 묻는 한 병설유치원의 안내문.

10월 단기방학에 맞벌이 부부는 난감

연말을 앞두고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학예발표회, 운동회, 크리스마스행사 등의 참관수업이 몰려 있지만 업무에 치이다 보니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참여를 못 하면 행여 아이가 주눅 들지 않을까, 성의 없는 학부모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학부모 참관수업의 취지는 학부모의 알 권리 충족과 함께 궁극적으론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직장문제로 참여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들은 참관수업이 반갑지만은 않다. 원하는 기간에 연차를 쓸 수 있는 사업장에 근무하거나 부모 중 한 명이 전업주부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녀의 보육문제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일명 ‘효도방학’이라고 불리는 자율휴업일에 대한 걱정도 더해진다. 초등학교의 경우 연간 수업일수 190일을 맞추고 학년 초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휴업을 한다. 주로 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데이나 개교기념일 등이 자율휴업일로 지정된다. 

실제로 다수의 초등학교들이 개천절 다음 날인 10월 4일을 자율휴업일로 지정했다. 최소 4일간의 ‘단기방학’을 맞은 셈이다. 휴업에 들뜬 아이들과 달리 맞벌이 부부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맘카페’ 등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워킹맘들의 푸념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짧은 연휴를 이유로 지난 추석동안 최대 6일을 자율휴업일로 지정한 학교들도 있어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모습니다. 

자율휴업일에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는 있다. 학부모가 보육을 원하면 당직교사나 담당교사(순번제)가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자율휴업일 등교 희망 조사 가정통신문 등원란에 선뜻 ‘O’라고 적기엔 교사들의 눈치가 보인다.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법정 공휴일이 아닌 날 평일에 휴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점점 늘어나는 현장체험학습 기간도 고민이다. 현장체험학습이란 현장 견학이나 답사, 문화체험 등 학교 밖에서 다양한 학습을 경험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학습계획과 학부모 서명을 받아 제출하면 결석 처리가 되지 않는다. 결국 연차가 제도화된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들은 현장체험학습의 날짜를 거의 소진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모들은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 박 모(42) 씨는 지난 3월 학교장 허가 현장체험학습을 기존 15일에서 20일로 늘린다는 공지를 받았다. 박 씨는 “가장 먼저 연차 쓸 일이 걱정이 됐어요”라며 “학기 초 녹색어머니 활동으로 4일, 학부모 상담으로 하루 이렇게 총 4일 연차를 썼었거든요. 남은 연차가 15개가 안되는 상황인데...”라고 털어놨다.

물론 다수의 맞벌이 부부들이 이 같은 제도의 취지는 공감한다. 박 모 씨는 “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직장 다니는 부모들이 교육 연차를 맘 편히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랄 뿐이죠”라며 “내 아이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고, 자율휴업일에는 가족여행을 가고 싶지만 연차 사용이 쉽지 않으니 가정통신문이 날아올 때마다 이러려고 회사를 다니나 자괴감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운동회 중인 학부모와 아이들. (사진=박은미 기자)
운동회 중인 학부모와 아이들. (사진=박은미 기자)

연차휴가 숨통 트여야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맞벌이 가구가 567만5000가구로 전년(545만6000가구)보다 4.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숫자로는 21만9000가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녀 연령별로 맞벌이 가구 증감을 살펴보면 6세 이하는 85만7000가구에서 88만2000가구로 2.6%, 7~12세는 65만9000가구에서 71만5000가구로 5만6000가구씩 각각 늘었다.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며 탄력근무제 등 근무환경 유연화에 대해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여전히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해 KB금융지주가 발간한 ‘2018 한국의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은 직장 선택 시 ‘가정생활과 양립 가능한근무 여건’(34.7%)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답했다. 반면 워킹대디의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수입 및 복지 혜택’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답했다. 맞벌이가 기본 행태로 자리하고 있지만 여성이 가사노동에 대해 더 많은 노동력을 쏟고 있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워킹맘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생활 측면에서 ‘일과 가사의 병행에 대한 어려움’(26.1%), 직장생활 측면에서 ‘연차 등 휴가 사용의 어려움’(17.9%)을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과 육아의 병행을 지원하는 제도는 아직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비자발적 쉼포족’이라 느끼는 워킹맘도 다수.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자녀보육을 위한 연차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은미 기자 vfocu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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