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경기도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 2건이 추가로 접수되면서 돼지 열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돼지 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와 연천 2개 농장에서 별다른 감염경로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파주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파주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파주시 방역 당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파주 적성면과 파평면 2개 농가에서 돼지 열병 의심축 신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적성면 소재 1개 농장은 농장 소유주가 돼지 2두(모돈 1, 육성돈 1)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파주시에 신고했다. 파평면 소재 농장은 동물병원 수의사가 농장주와 통화하던 중 돼지 1두(모돈)가 폐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심 신고를 했다.

아직까지 해당 2개 농장에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농장들은 지난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연천 농장과 10km 내 위치해있다. 연천 농장과 파평 농장의 직선거리는 불과 7.4km, 적성 농장은 9km이다. 최초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연다산동 농장과는 35km 이상 떨어져 있다.

적성 농장의 경우 돼지 약 4200 두를 사육 중인 농장으로 알려졌다. 파평 농가는 돼지 약 2700 두를 사육 중이다. 방역당국은 해당 농가에 초동방역팀을 긴급 투입, 사람과 가축 및 차량 등의 이동통제와 소독 등 긴급 방역조치를 실시했다. ASF로 확진되는 경우에는 긴급 행동지침에 따라 긴급 살처분 등 필요한 방역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ASF 발생 요인 ‘오리무중’

방역당국이 추정하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 경로는 세 가지다. 사람을 통한 접촉, 잔반 음식으로 인한 접촉, 멧돼지로 인한 접촉 등이다.

하지만 기존 확진 판정을 받은 2개 농가에서는 이 세 가지 감염 경로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환경이다. 우선 사람을 통한 접촉은 2개 농장주 모두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발생한 해외에 다녀온 경력이 없다. 농장 외국인 근로자(네팔 4명 스리랑카 1명) 역시 모두 해외에 다녀온 이력이 없고, 국적 역시 돼지 열병이 확산된 국가도 아니었다.

잔반 음식을 통한 접촉도 마찬가지다. 파주 연다산동 농가와 연천 백학면 농가는 모두 ‘잔반’이 아닌 ‘사료’로 먹이를 급여하는 농장이었다. 나머지 가능성은 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와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다. 그러나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1·2차 발생 농가 모두 멧돼지를 막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현재까지 북에서 넘어온 멧돼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3의 경로 ‘임진강’이 범인?

그렇다면 돼지 열병 바이러스는 어디서 왔을까. 일각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은 2개 농가와 감염 의심 신고가 들어온 2개 농가가 모두 임진강과 가깝거나 임진강 지류와 근접해 있다는 데 주목한다.

실제로 맨 처음 돼지 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 연다산동 농가는 임진강과 한강 하류가 만나는 지점 인근에 농장이 위치해있다. 이 농장은 한강과는 10km 이상 멀리 떨어져있지만, 한강 지류인 하천(청룡두천)과는 불과 280m 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의심축 신고가 들어온 파주 적성면과 파평면 농장도 임진강 지류인 눌노천과 간파천에 각 720m, 1km 가량 떨어져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 농장과 의심 농장이 표시된 지도. 맨 좌측은 최초로 돼지열병이 발생한 파주 연다산동 농장으로 한강 지류(임진강 하류와 만나는 곳)와 280m가량 떨어져 있다. ▼표시된 곳은 2차 확진된 연천 농장. 가운데 표시된 곳은 의심축 신고가 들어온 파평 농장이고 맨 우측 표시된 곳은 의심축 신고가 들어온 적성 농장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쳐)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 농장과 의심 농장이 표시된 지도. 맨 좌측은 최초로 돼지열병이 발생한 파주 연다산동 농장으로 한강 지류(임진강 하류와 만나는 곳)와 280m가량 떨어져 있다. ▼표시된 곳은 2차 확진된 연천 농장. 가운데 표시된 곳은 의심축 신고가 들어온 파평 농장이고 맨 우측 표시된 곳은 의심축 신고가 들어온 적성 농장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쳐)

두 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 백학면 농가는 북한 지역에서 발원해 임진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사미천)과 1km 떨어져 있어 매우 가깝다. 다만 환경부가 사미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돼지 열병 바이러스의 생존력은 실온의 혈청 내에서는 18개월, 냉장고에서는 6년을 견디고 37℃의 혈액 내에서는 1개월간 살아남는 등 매우 강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하천 등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환경부는 임진강과 한탄강, 한강 하구 20여 곳에서 추가로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분석할 계획이다. ‘강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에 가능성을 두고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8월 초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당시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임진강을 매개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체가 떠내려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한반도로 북상 중인 태풍 ‘타파’가 이번 돼지 열병 확산에 영향을 미칠지 긴장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태풍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별도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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