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국론분열은 근대 그리스의 사례에서 그 비극적인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는 세계 1차대전 참전을 놓고 콘스탄티노스 1세 국왕과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총리로 파가 갈려 극심하게 대립했다. 왕당파와 베니젤로스파의 극심한 대립은 수십년 간 그리스 사회 전반에 병폐를 남겼다.

그리스의 국론분열 사이에는 ‘원숭이 이빨 사건’이 단막극처럼 들어가 있다. 콘스탄티노스는 베니젤로스와 정치적 싸움을 벌이다가 폐위당하고 자신의 둘째 아들인 알렉산드로스에 왕위를 물려줬다. 그런데 1920년 10월 2일, 알렉산드로스 국왕은 왕궁 셰퍼드와 포도밭 관리인의 애완 원숭이가 싸우는 것을 봤다.

‘견원지간’의 싸움을 뜯어말리던 알렉산드로 국왕은 또 다른 원숭이에게 몸을 물렸다. 알렉산드로 국왕은 시름시름 앓다가 패혈증으로 죽었고, 콘스탄티노스 1세는 다시 복위하게 됐다. 이후로도 그리스는 왕당파와 베니젤로스파가 나뉘어 싸움을 이어갔다.

생소한 그리스 정치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지난달 26일 이후 대한민국에 단 두 명의 국민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은 서로가 견원지간이 됐다. 정치인은 물론 대학생, 소설가, 비평가에 이어 떡볶이집 사장까지 조국의 자격을 말한다.

아마도 청렴하기로 소문났던 조 장관이 입시비리라는 민감한 이슈에 파묻혔다는 충격 때문일 것이다. 조 장관의 자녀는 엘리트 혹은 상류층의 코스를 제대로 밟아왔다. 오랫동안 함께하며 ‘있는 것들’을 욕하던 친구가 실은 금수저여서, 내가 편의점 김밥을 까먹을 때 SNS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을 발견한 멋쩍은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학벌이 대물림되고 부가 대물림되는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분노가 조국 사태를 만들어낸 것일까.

하지만 근 한달 간 모든 이가 조국에 전전긍긍하는 세태는 의아스럽다. 누리꾼들은 실시간 검색어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정치인들은 국회 최대 행사인 국정감사까지 미루면서 조국에 매달렸다. 화력이 세지니 언론에서도 온통 조국 기사뿐이다. 이제는 검찰 수사를 두고 ‘왜 집에서 짜장면을 먹느냐’ ‘왜 11시간이나 압수수색을 하느냐’며 순수성까지 의심을 받는다.

물론 대한민국은 누구든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조국이 좋은 사람은 좋고 싫은 사람은 싫다. 다만 ‘좋은 편’과 ‘싫은 편’이 나뉘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건강하지 않아 보인다. 서로를 대화의 상대보단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박사도 못 땄다’느니 ‘공산주의자’라느니 막말이 오간다.

조국이 국민에게 일으킨 박탈감이 그 정도의 것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아직 검찰 수사가 완료되지 않았고 법원의 판결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국이 자식의 탄탄대로를 위해 인턴 증명서를 위조한 파렴치한이라고 말하고, 조국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지만 위법사항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결론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일진대, 국론은 조국 찬성과 반대로 분열됐다. 견원지간의 싸움은 깊은 상처를 남긴다. 알렉산드로스같이 대수롭게 여기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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