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조유라 인턴기자]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은근하게 끓어올라서는 묵직하게 오랫동안 뜨거움을 유지하는 가마솥 근성의 민족이다. ‘외교와 개인은 별개야‘라며 일본을 소비하고 여행을 가는 국민들도 일부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며 안 가고 안 사는 것만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불매운동을 한다. 일상생활에서의 일본 소비는 물론이고 가깝고 물가도 비슷했던 일본을 대신할 여행지를 찾아 여행하는 관광객의 수도 늘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특히 국내여행과 일본을 제외한 동남아 여행 비율이 크게 올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1,326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9.3%가 계획했던 일본 여행을 취소하거나 목적지를 바꾸었다. 목적지를 국내로 변경한 비율은 43.8%였으며 국내대체여행지로 제주도가 1위, 강원도가 2위 부산이 3위를 차지했다. 또한 그 대체지로 언급되는 해외 관광지는 방콕, 타이베이, 다낭 등이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그 중에서도 대만은 얇은 육즙이 가득한 샤오롱바오, 흑당의 진한 달달함과 쫀득한 타피오카펄을 가진 흑당 밀크티, 얼굴보다 큰 닭튀김인 지파이, 단짠단짠의 대명사로 짭짤한 야채크래커와 달달한 누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누가크래커, 고소하고 달달한 대만 샌드위치 등 다양한 먹거리로 여행 매니아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6일 부터 20일 까지 4박 5일 동안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 엄마와 엄마의 동네 친구분과 셋이서 자유여행으로 떠났다. 여행지는 타이베이로, 3박 4일간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자유여행을 1박 2일은 양명산 근처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귀국할 계획이었다. 일본처럼 가깝고 우리나라와 물가가 비슷하거나 저렴하고 시차도 1시간으로 별로 차이가 안 난다는 점에서 일본여행대체지로 대만을 방문한 것. 그러나 좀 더 알아보지 못하고 갔음을 여행하는 순간순간 느꼈다.

헬로! 닌 하오~? 이랏샤이마세~ 어,,, 아녕하쎄요?

식민 시절 일본인이 머물던 숙소를 허물지 않고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거나 일본풍이 많이 묻어나는 관광지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아픔과 추모의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 반면 대만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우리나라보다 더 오래 대만일치시기(일본식민시기)를 가졌지만 되레 ‘일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지’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일본과 일본인에게 우호적이었고 그런 이유에서 관광, 유학을 오는 일본인이 굉장히 많았다. 평생 살면서 만날 일본인을 대만에서 전부 만난 것 같았다.

관광지가 제공하는 언어는 보통 중국어, 영어 그리고 일본어를 제공했으며 국어는 종종 볼 수 있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대만이니까 한자는 당연히 제공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 영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영어도 함께 제공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어는 없이 일본어를 제공하는 간판이나 팜플렛을 볼 때면 괜히 속상하곤 했다. 특히 고궁박물원은 유물의 설명을 중국어와 영어, 일본어로만 제공하고 있어서 더욱 의아했다.

야시장이나, 번화가에서는 관광객에게 영업하기 위해 외국어로 인삿말을 외치고 ‘맛있어요’, ‘좋아요’, ‘최고’등의 말을 했었는데 중국말로 먼저 얘기하고 못 알아들으면 일본어로, 일본어로도 못 알아들으면 그때 가서 영어로 혹은 한국어로 설명을 했다. 동먼시장에 위치한 한 기념품가게에서 펑리수(대만 파인애플케이크)와 누가크래커를 사서 나오는데 점원이 “아리가또고자이마스~!”하고 일본어로 인사를 해서 기분이 확 상했다. “나는 한국인이야”라고 밝히니 “아! 감샤함미다! 고마어!!”하고 그제서야 서툰 한국어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급레스토랑이나 호텔, 유명한 관광지에는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명찰 옆에 의사소통가능한 뱃지를 다는데, 가는 곳마다 일본 국기를 단 점원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면, 태극기 뱃지를 명찰 옆에 단 직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행하는 내내 두 번 발견했다. 어쩌면 두 번도 많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한국인이 예민한 거 아니야?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하루는 택시투어로 예류지질공원을 방문했는데, 외국인여행자가 자신의 나라를 가리키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의 동해바다 표기가 “Sea of ”였다. 물론 그 뒤에 올 나라를 지웠기 때문에 Korea가 왔을 지 Japan이 왔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Japan이었을 것 같다. 동해를 Sea of Japan으로 표기해서 보급하는 지도가 많고, 동해를 Sea of Korea라고 표기한 것을 본 적이 없으므로 아마도 대만은 세계지도 속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관광객이 안내원에게 말해서 뒤에 오는 글자를 지운 것인지, 혹은 어떤 관광인이 일방적으로 뒤에 올 글자를 지운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여행지에서 ‘Sea of 빈칸‘을 마주치니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여러 관광지에서, 기념품가게에서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모티프로 사용하는 현수막, 팜플렛, 기념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백번양보해서 두가지 색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 문양이 흔하게 모티프로 소비될 수 있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이건 누가 봐도 욱일기, 달리면서 봐도 욱일기인 것도 있었다.

중정기념당은 잉어와 연꽃이 가득한 거대한 연못 그리고 매 정각 이루어지는 근위병교대식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그 중정기념당 근위병교대시간을 기다리다가 방문한 중정기념당 내부 기념품샵에서 욱일기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육, 해, 공의 각 군인을 모티브로 한 150대만달러짜리 열쇠고리의 없어도 될 장식종이의 패턴이 너무나 욱일기같아 보였다. 그래도 빨간색이 아니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 욱일기를 관광품에 넣어서 팔 수 있냐며 화를 내야하는 걸까 혼란스러웠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로 유명한 단수이에 위치한 진리대학교 전시관안에서 무료로 몇몇 팜플렛과 잡지를 배포했는데,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배포물이 있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신문화’라고 하는 정기발행물로 보이는 배포물이었다. 24호인 것을 보아 이전의 배포물도 저런 모양의 표지였을 지 알 수 없었지만 발견한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서, 누구에게 얘기를 해야 하나 뒤집어 두어야 하나, 아니면 저걸 다 내가 가져다가 쓰레기통에 처박아 두어야 할까 마음이 복잡했다. 대만은 정말 일본을 제국주의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게 모르게 일본을 소비할 수 있으니 조심해.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ABC마트, 유니클로,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등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 브랜드를 가는 곳 마다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만의 대형마켓인 까르푸에서는 아예 매대 하나가 일본특산물 판매대였다. 일본라면과 맥주는 물론 소스와 향신료까지 마치 일본의 돈키호테를 방문한 것 같았다.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타이베이 101역에서는 가을맞이 신상품을 판매한다며 유니클로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고, 일본의 교통카드인 ‘스이카’를 지하철 전면광고로 만날 수도 있었다.

대놓고 일본어가 써 있거나 누가 봐도 왜색이 짙은 물품들은 눈에 담지 않으려 했고, 소비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이 정체성을 숨기고 진출한 데상트나 로즈몽처럼 대만에도 정체성을 숨기고 진출한 일본기업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대만 자체가 친일적인 국가분위기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오히려 정체성을 밝히고 진출했겠지만 외국브랜드가 아닌 해외브랜드로 보이는 일본브랜드도 분명 있을 것 같았고, 잘 알지 못한다면 그러한 일본브랜드를 소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방금 마신 음료 한 잔, 예뻐서 산 기념품 하나가 일본에게 고스란히 이익으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여행을 다녔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진출한 국내 브랜드도 찾을 수 있었다. 대만에서 제일 큰 야시장인 스린야시장의 초입에서 반가운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밤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야시장으로 가는 큰 길에 있는 대형광고판에서 오뚜기의 제품을 소개하는 전면 광고가 걸린 것을 볼 수 있었고, 야시장의 구석에는 한국 치킨 브랜드인 네네치킨도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의 한식 홍보 배너, 삼성의 태블릿PC로 보여주는 중정기념당의 역사, 공항 푸드코트의 한식집, 삼성의 지하철 전광판 독점광고 등을 보며 대만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제품과 브랜드가 진출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외국에서 국내 브랜드를 만나니 오히려 반갑기도 하고 응원도 하게 됐다.

대만은 일본처럼 가깝고 우리나라와 물가가 저렴하고 시차도 별로 차이가 안 난다는 점에서 가깝게 편하게 일본여행대체지로 방문하기에 적절하다. 하지만 대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를 현지에서 느껴보니, 일본여행대체지로 찾아가 소비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대만에 진출한 많은 일본기업들을 보니 이미 관광하며 쓴 많은 돈이 일본에게 갔을 것 같았고, 관광지 곳곳에 흩어진 욱일기를 볼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대만여행을 가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음을 모두가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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