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애초에 혐오표현를 두고 ‘이 사이트보다 저 사이트가 낫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난센스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차별·비하 등 과도한 혐오표현으로 직접 시정요구를 내린 건수로 따지면, 최근 5년간 ‘일베저장소’가 2,810건으로 43.3%를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 2순위는 ‘디시인사이드’로 2,384건으로 36.7%다.

최근 최근 5년간 차별․비하 시정요구 상위 5개 사이트 현황. 2015년 ~ 2019.7.31 기준, 단위 : 건 (그래픽=김혜선 기자)
최근 최근 5년간 차별․비하 시정요구 상위 5개 사이트 현황. 2015년~2019.7.31 기준. 
(그래픽=김혜선 기자)

25일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은 방심위로부터 ‘최근 5년간 차별․비하 시정요구 상위 5개 사이트 현황’ 자료를 제출받고 이같이 밝혔다. 3위 사이트는 710건(10.9%)를 지적받은 ‘카카오(다음)’가, 4위는 404건(6.2%)을 지적받은 ‘워마드’가 순위에 올랐다. 5위는 189건(2.9%)을 지적받은 네이버다.

절대적인 수치로 따지면 혐오표현으로 인한 시정요구 조치를 받은 사이트는 일베>디시>카카오(다음)>워마드>네이버 순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정 사이트에 시정요구가 많은 이유는 해당 사이트가 회원수도 많고 인지도도 높다. 동시접속자수도 많은 사이트”라고 설명했다. 절대적인 접속자 수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시정요구도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특정 사이트들이 신고 건수가 많거나 적은 이유에 대해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정한 한 사례를 두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제치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시정요구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거점으로 온갖 혐오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특히 시정요구 1위를 차지한 일베는 혐오 게시글과 범죄모의 등으로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켜왔다. 최근에는 국내 한 출판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 사진을 교과서에 실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비슷하게 방송사 등에서도 교묘하게 혐오표현을 섞은 일베 합성 사진을 내보내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됐었다. 워마드의 경우 호주 아동을 성폭행했다는 게시글을 올리거나 천주교의 ‘성체’를 훼손하고 인증하는 글을 올리는 등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 2년 사이에는 커뮤니티 사이트 여성혐오나 남성혐오 등 젠더갈등이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방통위가 시정요구한 건을 살펴보면, 워마드는 2016년까지 순위권에서 보이지 않다가 2017년부터 5위, 지난해는 3위로 올라섰다. 이에 신 의원은 “이는 인터넷 여성혐오, 남성혐오 문화가 젠더갈등으로 확산되어 이 같은 양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방심위 제공)
(자료=방심위 제공)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현행법 상으로는 ‘특정할 수 있는 개인’인 경우에 한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대다수 인터넷 상 혐오표현은 한 개인이 아닌 집단을 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성별이나 지역, 직업,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등 여러 사회 계층을 향한 혐오표현은 사실상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

혐오표현을 쓴 사람의 처벌은 어렵지만 해당 표현을 삭제하거나 보이지 않게 하는 등 제재는 가할 수 있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 8조 3호 바목에는 ‘합리적 이유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인종, 지역,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방심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방심위의 시정요구는 크게 국내 서버용과 해외 서버용으로 나뉜다. 방심위 관계자는 “국내 서버에서는 혐오 표현 정보를 삭제하거나 해당 계정 이용을 정지 및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문제 사이트 도메인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용해지도 가능하다.

다만 해외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면 국내 실정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재 방법이 조금 다르다. 이 관계자는 “국제 관문에서 접속차단 장비가 있다. ISP 사업자에서 차단 장비를 갖고 있는데 URL을 넣어서 우리나라에 인바운드를 못 들어오게끔 접속차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해당 혐오 표현을 볼 수 없도록 아예 차단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로 우회한다면 혐오 표현이 노출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한편, 신 의원은 “온라인 상에서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비하가 사회에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차별·비하는 왜곡·과장되어 타인의 명예와 존엄성까지 해치고 있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인터넷을 통한 차별·비하 표현은 10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며 “방심위 등 정부당국이 하루빨리 나서 온라인 상에서 범람하고 있는 차별·비하 표현 등 혐오 문화 확산에 대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심의규정 강화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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