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사회의 기준이었던 '4인 가족'은 어느덧 추억의 용어가 돼버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가구가 분리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는 1인 가구다. 그중에서도 1인 가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 기준 600만에 육박하며 전체 가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취준생, 직장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1인 가구는 어느덧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가구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1인 가구를 주제로 세대에 따라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과 고민을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본지는 20대부터 50대까지 '혼족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4명을 만났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2017년 기준 약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28.6%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 100명 중 11명이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2047년엔 그 비중이 약 37.3%(약 832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8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인 가구는 향후 인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시점 이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비자발적 1인 생활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직장·학교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1인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이하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약 60%가 학교·직장 등 비자발적 동기로 1인 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 24일 기자가 만난 20대 직장인 여성 A(28·여) 씨도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홀로 자취를 시작했다. 올해 자취생활 3년 차를 맞이했다는 A 씨의 본가는 충청남도 천안이다.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 재학 당시 기숙사 생활을 한 것 외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서울로 직장을 구하면서 ‘혼족 라이프’를 시작하게 됐다.

A 씨는 “본가가 위치한 천안의 경우 원하는 직종이 없었다. 아무래도 서울에 회사가 많고 다양해 이력서를 여러 군데 넣었고, 운 좋게 직장을 구하게 됐다”라며 “만약 천안 근처에 원하는 직종이 있었다면 굳이 서울로 직장을 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발적인 1인 생활의 시작이었지만 장점도 분명 존재했다. 평소 집안 분위기가 보수적이었다는 A 씨는 ‘간섭이 없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A 씨는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놀고 싶을 때 놀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는, 이런 소소한 점들이 가장 좋다”며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1인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혼자만의 여가를 즐긴다는 A 씨는 “의도하지 않은 1인 생활이 생각보다 만족스럽다”라고도 덧붙였다. 1인 가구 보고서에서도 1인 생활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생활 및 의사결정’, ‘혼자만의 여가 활용’ 등이 꼽혔다. 

1인 생활은 자유로움과 시간적 여유라는 장점이 있었지만,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어려움도 많았다. 소소한 집안일은 물론 월세 등 생활비로 지출되는 모든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A 씨는 “생활비 중 월세가 가장 부담이 된다”라며 “월세만 아니면 생활비 1/3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꼭 필요한 생필품 외에 옷, 가방 등 부가적인 부분의 지출을 줄이면 그럭저럭 살만하다면서도 특별히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지는 않다는 게 A 씨가 말하는 20대 1인 가구의 현실이다. 부동산정보 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현재 서울 오피스텔 월세의 평균 가격은 54만 원이다. 1인 가구 보고서에서도 20대 여성의 경제적인 만족도는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외에 4인 가족 기준의 음식이 여전히 많은 것도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마트와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1인 가구를 위한 즉석식품이 속속 등장하고는 있지만, 정작 신선한 재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A 씨는 “마트에서는 생선, 과일, 빵 등을 사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음식이 포장돼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용량으로 살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음식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1인 가구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하나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채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집에서 음식을 자주 해 먹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음식물쓰레기 양이 일정하지 않은 탓에 봉투를 채우지 못한 채로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A 씨는 “집이 좁아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보관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20대 직장인 A 씨를 만났다. (사진=선초롱 기자)
지난 24일 본지는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20대 직장인 A 씨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원에서 만났다. (사진=선초롱 기자)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안전”

1인 생활에서 생활비 부담 등의 불편함을 뛰어넘는 단점은 ‘안전’에 대한 부분이다. 특히 20·30대 여성 1인 가구는 ‘주거 침입 안전’을 생활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으며, ‘부재 시 도난·절도 걱정’ 또한 상당수를 차지했다. 

A 씨 역시 범죄 노출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는 “본가의 경우 2층임에도 창문을 열고 자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 사는 곳은 5층인데도 창문을 열고 자기가 무섭다”며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에 노출되기 쉽고 실제로도 그러하다는 얘기가 매스컴을 통해 나오다 보니 무서울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음식을 배달 시켜 먹을 때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 1층 현관까지 내려가서 받는 일도 종종 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특히 A 씨는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 건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더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는 곳의 이웃에 대해서 여성 또는 남성이 혼자 거주하고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만약 건물 내부에서 범죄가 발생한다면 속수무책일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도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전반적으로 ‘응급상황 대처’를 가장 큰 어려움을 꼽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겪었을 때 당장 가족 등에 의존할 수 없는 1인 가구가 가진 우려를 보여줬다.

1인 가구 정책, 제대로 된 홍보 필요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정책들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1인 생활 3년 차인 A 씨에게 피부로 와 닿는 정책은 과연 있을까.

A 씨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꼽았다. 연 금리 1.2%의 낮은 이자로 대출이 가능한 대출상품으로,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1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A 씨는 “아직 해당 제도를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거지의 계약이 끝나면 사용해볼 생각”이라며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들이 많을 텐데, 좋은 제도니 활용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안전제도도 꽤 괜찮다”며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여성무인안심택배함 등을 비롯해 최근 관악구와 양천구에서 시범사업 중인 ‘불안 해소 4종 세트’ 지원 사업이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S 존(Safe Singles Zone)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지원되는 ‘불안 해소 4종 세트‘는 ▲집 안에서 모니터로 외부인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비디오 창’ ▲문이나 창문을 강제로 열면 경보음과 함께 지인에게 문자가 전송되는 ‘문 열림 센서’ ▲112와 지인에게 비상 메시지가 자동 전송되는 ‘휴대용 비상벨’ ▲이중 잠금이 가능한 ‘현관문 보조키’로 이뤄져 있다. 여성 1인 가구 중 전·월세 임차보증금이 1억 원 이하인 주택에 사는 단독 세대주이거나 30대 미혼모, 모자 가구 등이 신청해 지원받을 수 있다. 

A 씨는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여러 정책이 나름대로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면서도 “정작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만드는 정부 부처가 세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씨는 혼자 살아가는 삶에 대해 ‘만족’과 ‘불만족’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대의 1인 생활은 생각보다 현실의 벽에 많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부모님의 지원이 없는 한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 새로운 보금자리 역시 좁거나 낡아 쾌적하지 않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월세와 보증금 대출 등의 지출이 많아 저축하기 쉽지 않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A 씨는 “그런 불편함을 이기는 것이 혼자 살면서 느끼고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인 것 같다”고 말한다. 앞으로 3~4년은 더 ‘혼족 라이프’를 즐길 예정이라는 A 씨는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지인들이 있다면 혼자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해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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