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 KEB하나은행·우리은행 상대 첫 소송 제기
하나은행 DLF는 손실률 46.1%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사실상 전액 손해가 확정되는 사례가 처음 나왔다. 1억 원을 넣은 투자자는 4개월 만에 190만 원 남짓만 돌려받게 됐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본사 (사진=뉴스포스트 DB)
서울 중구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본사 (사진=뉴스포스트 DB)

우리은행에 따르면 26일 만기인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 7호(DLS-파생형)'의 손실률이 쿠폰 금리를 포함해 98.1%로 확정됐다.

올해 5월 17~23일 판매된 이 상품은 4개월 초단기 만기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시작되고 -0.6%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모두 잃는 구조다. 다만 만기까지 이 펀드를 유지하면 원금 1.4%의 쿠폰금리를 지급한다. 여기에 자산운용 잔액 변화로 운용보수가 정산돼 0.5% 정도가 고객 몫으로 돌아온다. 1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92만 원 건지는 셈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미 3월에 마이너스로 떨어졌으며, 펀드 수익률 평가기준일인 24일 금리가 -0.619%까지 떨어지면서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이 상품은 총 48건, 83억 원 상당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83억 원은 넉 달 만에 1억 6,000만 원 남짓으로 쪼그라들어 만기를 맞았다.

앞서 독일 국채 10년 물 등 주요국 금리는 잠깐 반등세를 보이며 지난 19일 첫 만기를 맞은 우리은행 DLF 가입자들은 60% 선의 손실률이 확정됐다. 일주일 새 다시 금리가 고꾸라지면서 독일 국채 상품 대부분은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

미국과 영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에 연동한 DLS를 팔았던 하나은행 상품도 25일 첫 만기를 맞았다. ‘메리츠금리연계AC형리자드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 37호(DLS-파생형)’로 손실률 46.1%로 확정됐다. 이 상품은 원금 절반가량을 잃었으나 쿠폰금리로 원금의 3.3%, 운용보수 정산으로 0.36%를 돌려받았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23일 "손실 발생 고객에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고객 자산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행장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분쟁 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고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객 관점에서 고객 케어에 집중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위험관리를 위한 2~3중 방어 체계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다"

초유의 DLS 사태에 투자자들도 법적 대응을 본격화했다. 금융소비자원과 법무법인 로고스는 25일 하나은행 DLF 투자 3건(총 투자원금 16억 원), 우리은행 투자 1건(투자원금 4억 원)에 대해 은행이 소비자에게 원금 전부와, 상품 가입일로부터 최근까지 이자를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이들은 은행로부터 상품의 위험요소나 복잡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 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계속해서 추가적으로 소송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불완전판매는 보험액 산정이 좁기 때문에 사기 판매로 집중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차적으로 은행들의 잘못이 크지만 고위험 상품을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보도자료에서 "금감원은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DLS의 설계·제조·판매 전반에 대해 현장검사를 계속 실시 중에 있다"면서 "현재까지 동 상품의 설계상 하자 또는 불완전 판매 여부 등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정된 바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조만간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성과보상체계(KPI)와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등을 주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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