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암나무, 가을 냄새 주원인...민원 최다 차지
열매 낙하 전 미리 제거...“수나무로 교체 예정”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푹푹 찌는 여름을 피해 건물 안에 있던 시민들은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면 다시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쾌적하고 맑은 가을 날씨를 만끽하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해마다 가을철 인도 위에서 솔솔 올라오는 지독한 은행 냄새가 바로 그것이다.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공원녹지과 직원이 장대를 이용해 은행 열매 털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공원녹지과 직원이 장대를 이용해 은행 열매 털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은행나무는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환경 적응력도 뛰어난 식물이다. 가을이 되면 샛노랗게 물이 드는 단풍은 시민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많이 활용된다. 서울 시내 가로수 30만 6,313그루 중 은행나무는 10만 9,784그루로 전체의 무려 35.8%를 차지한다.

그러나 특유의 열매 냄새 때문에 은행나무는 가을철 대표적인 골칫거리 신세가 됐다. 서울시에서는 송파구가 특히 은행 열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은행 열매가 맺히는 암나무가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송파구이기 때문이다. 송파구에 따르면 구내에 있는 암나무는 약 3,700그루다.

톡톡 쏘는 지독한 냄새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많다. 송파구에 위치한 직장에 다니는 30대 여성 A씨는 본지에 “길거리에서 토사물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은행 열매 냄새더라”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은행 열매 악취를 방지하기 위해 송파구를 비롯한 서울시 각 자치구는 가을부터 암나무 은행 열매를 미리 털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은행 털기 작업 현장을 찾아가 봤다.

실제로 은행 열매는 가을철 최대 고민거리였다.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송파구 공원녹지과 황선일 주무관은 가을철 민원 대부분이 은행 열매 냄새에 대한 것이라면서 “상가 지역에서 특히 민원이 많다”고 고충을 전했다. 그는 “땅에 떨어진 열매를 밟은 시민들이 상가 건물에 들어가다 보니 냄새가 상가까지 퍼진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은행나무 털기 작업으로 떨어진 열매들. (사진=이별님 기자)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은행나무 털기 작업으로 떨어진 열매들. (사진=이별님 기자)

장대로 털면 열매가 ‘우수수’

황 주무관에 따르면 은행 열매 털기 작업은 매년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진행한다. 황 주무관은 “지난주부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작업을 하고 있다”며 “27일부터 축제(2019 한성백제문화제)가 있다보니 이곳에서 우선 작업을 하고, 민원이 많은 곳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털기 작업을 하던 이날 오후는 기온이 28도로 초여름 수준이었다. 나무 꼭대기 길이의 장대로 은행 열매를 털어내는 공원녹지과 직원들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장대로 나무 위를 내리치자 은행 열매들이 송송 떨어져 나갔다.

황 주무관은 “진동 수압기를 이용해 은행 열매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고, 다른 구에서는 이걸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나무에만 효과가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대부분의 은행나무가 커서 장대로 터는 작업이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 은행나무에 덜 익은 열매. 열매가 덜 익으면 장대를 이용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사진=이별님 기자)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 은행나무에 덜 익은 열매. 열매가 덜 익으면 장대를 이용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사진=이별님 기자)

체력소모가 큰 방식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장대 이용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황 주무관은 “(나무에) 그물망을 설치에 수거하는 방법도 있는데, 비용 문제가 있다”면서 “도로에 차들이 많아 혹시라도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아직은 검토 단계다”라고 전했다.

매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약 2달간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직원들의 고충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은행 열매의 톡 쏘는 냄새는 더 고역이다. 장대로 두들겨도 열매가 떨어지지 않으면 더 힘들다. 황 주무관은 “은행 열매가 익어야지 쳐서 떨어진다”며 “많이 익어 자연 낙하 하기 전에 작업을 해야 하는데, 털어도 안 익은 거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공원녹지과 직원이 은행 털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공원녹지과 직원이 은행 털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떨어진 은행 열매는 어디로?

땅에 떨어진 열매들은 쓰레받기를 이용해 대형 포대에 넣거나, 흡입식 기계로 빨아들인다. 현장에서는 드로워’라고 알려진 흡입식 기계가 굉음을 내며 은행 열매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은행 열매들은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제거된 은행 열매는 복지기관 등에 기증되기도 한다. 황 주무관은 “구에서 모았다가 샘플을 뽑아 중금속 검사를 한다”며 “안정 판정을 받은 은행 열매 중 상태가 좋은 것을 선별해 씻는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정이나 사회복지 시설에서 원하신다면 기증도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구차원에서 시민들에게 채집을 장려하기도 한다. 황 주무관은 “이전에는 채집을 금지했지만, 현재는 떨어진 열매에 한에서 채집을 허가한다”며 “다만 떨어지지 않은 열매를 터는 것은 가로수 훼손 우려가 있어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은행을 채집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고 황 주무관은 덧붙였다.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장대로 떨어트린 열매들을 쓰레받기를 이용해 포대에 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장대로 떨어트린 열매들을 쓰레받기를 이용해 포대에 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한편 서울시는 은행 열매 냄새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출입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점을 중심으로 은행나무 성별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황 주무관은 “암수 구분은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지 여부를 볼 수밖에 없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산림청에서 진행되는 DNA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며 “가로수에 새로 은행나무를 심을 경우 일단은 수나무로 확인된 것만 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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