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사회의 기준이었던 '4인 가족'은 어느덧 추억의 용어가 돼버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가구가 분리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는 1인 가구다. 그중에서도 1인 가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 기준 600만에 육박하며 전체 가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취준생, 직장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1인 가구는 어느덧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가구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1인 가구를 주제로 세대에 따라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과 고민을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본지는 20대부터 50대까지 '혼족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4명을 만났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혼자 사는 한국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KB금융지주의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인가구에서 차지하는 남성의 비율은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에는 전체 1인가구 중 남성은 42.5%, 여성은 57.5%를 차지해 여성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남성 1인가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2017년에는 여성 50.3%, 남성 49.7%로 비등해졌다.

(그래픽=KB금융지주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
(그래픽=KB금융지주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

특히 남성 1인가구는 여성에 비해 결혼적령기인 20대 후반에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50대까지 여성 1인가구보다 더 많이 나타난다. 2017년 기준, 30대 남성의 경우 미혼 1인가구는 여성(약 27만 명)에 비해 18만 명 더 많은 45만 명으로 집계됐다.

27일 뉴스포스트가 만난 ‘나홀로족’ A씨(36·남)도 미혼 1인가구다. 공무원인 A씨는 경기도 구시리에 발령을 받으면서 1인가구 생활을 시작했다. 완전히 혼자 살기 시작한 지는 3년, 부모님 집을 나온 지는 7년 됐다. 처음에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왜 혼자 사는 삶을 택했을까.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결혼은 부담

A 씨가 1인가구를 시작한 이유는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했다. 본가와 직장이 자가용으로 1시간 30분 이상 떨어져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지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톨게이트비만 왕복 2만 원이 나갔다. 처음엔 친한 이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곧 원룸으로 ‘독립’ 했다고 한다.

지난 3년간의 ‘나홀로 집에’ 생활이 어땠는지 물으니 “장단이 있다”고 했다. A씨는 1인가구의 장점으로 자유로움을, 단점으로 외로움을 꼽았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며 “청소도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 한다. 저녁에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컴퓨터를 해도 되고 퇴근하고 나서 피곤하면 누구도 신경 안 쓰고 잠을 푹 잘 수도 있고. 자유롭다”고 말했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외로움이다. A 씨는 “처음엔 혼자 살면 좋은데, 문득 ‘내가 왜 살고 있나’는 생각이 든다”며 “회사 끝나면 집에 오고 홀로 방안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너무 혼자 있으니까 ‘나의 인생이 이렇게 영원히 혼자 가는 게 아닐까’같은 불안감도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크게 아팠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새벽에 응급실에 혼자 찾아갔다. 병원에서 ‘보호자가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없다고 했다. 아프면 서럽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비혼주의냐’고 묻자 A 씨는 단번에 손사래쳤다. 그는 단지 지난 3년간 혼자 살면서 1인가구의 삶이 너무 익숙해졌다고 했다. A씨는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이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내 모습을 봤다. 사람은 적응을 하기 마련인데, 나는 이 생활에 적응을 해버린 것”이라며 “사람은 환경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니까 결혼에 대한 간절함이 사라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부모님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결혼이 필수인 시대에서 살아오셨던 분들이니까 부모님들은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했다. 또래 친구들은 오히려 ‘40살까진 괜찮다’고 격려한다고 한다. 1인가구 생활에 만족하냐고 묻자 A씨는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못하는 부분도 있다. 만약 1인가구 생활을 추천하느냐고 묻는다면 ‘잠깐은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왜 1인가구가 증가하는 것 같냐고 묻자 A 씨는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니까”라고 답했다. 그는 “여자분들의 눈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느낀다. 이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돈이 없거든요. 부모님들도 다 자식들 먹이고 키우고 학교 보내느라고 돈 다 썼어요. 그런데 나는 집을 사야하는 입장이에요. 내 직업부터 시작해서 연봉, 집을 해올 수 있는지 없는지 그런 걸 마음에 두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결혼에 있어서는 남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큰 것 같아요”

A 씨는 “그러다 보니 남자들도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하겠지만, 적당히 마음에 든다면 ‘굳이 결혼까지 해야하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애만 하고 혼자 살면 여유가 있으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 있다”며 “그런데 결혼하면 부모님 용돈부터 생활비, 아이들 학원비 등 지출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A 씨는 1인가구가 점차 줄어들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결혼을 빨리 시켜야 한다”며 “그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국력이 떨어지고 결국엔 큰 틀로 봤을 때 우리나라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나”고 되물었다.

양육 걱정 없는, 경력단절 없는 나라

A 씨는 1인가구를 줄이기 위해 적어도 양육 걱정을 국가가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A 씨는 “정부가 돈을 많이 벌면 세금으로 다른데 투자도 좋지만 2세를 양육하는 비용을 많이 도와주고,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 비용은 절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저는 그게 결국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육아휴직 만들어놨지만 여자들이 아이를 낳으면 회사에서는 사실상 나가라고 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으로 공백기가 생기면 다시 일 시작하는데 적응해야지, 회사 안에서 남은 사람들이 끌고 가야지 비용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쓸데없는 돈 쓰지 말고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쓰고 직장으로 돌아와도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기업은 세제혜택이라든지 우대를 해주거나, 일종의 포인트제를 도입해 국가 입찰에서 가산점을 준다거나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