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 웰다잉 이루려면 잘 살아야
'죽음'…두려워하지 말고 꺼내놓고 얘기하자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120세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무병장수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이 유행이었다면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은 ‘웰다잉’(wellbeing)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된다.

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 (사진=이해리 기자)
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 (사진=이해리 기자)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삶과 죽음에 전문가들은 진정한 웰빙을 위해서는 웰다잉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웰빙만큼 중요한 것이 웰다잉이지만 우리 사회는 삶에 초점이 맞춰져 죽음에 대해 불안해하고 기피한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도 전국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의 죽음을 위한 준비로 ‘상조회 가입’이 12.6%로 가장 높고 ‘묘지(납골당 등)’ 10.3%, ‘수의’ 5.2%, ‘유서 작성’ 2.1%, ‘죽음 관련 교육 수강’ 0.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죽음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고,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고민을 하고 어떠한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삶의 마지막 모습은 다르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웰다잉 플래너이자, 웰다잉 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원남 소장을 만나 잘 죽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잘 죽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숙명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갖는다. 강 소장은 어렸을 때부터 사람은 왜 고통스럽게 죽는가, 죽음을 무서워하냐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 대학교 때부터 생사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잘 죽는 법을 배우기 위해 호스피스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이후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2014년부터 웰다잉 연구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강원남 소장이 호스피스에서 자원봉사를 할 당시 임종하시는 분들의 모습의 보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사람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많이 베풀고 즐겁게 산 분들은 임종 때도 편안하게 돌아가시는 반면, 삶에 대한 상처나 두려움이 많은 분들은 임종 때 힘들게 돌아가셨다는 것. 

그는 “죽음이란 무엇인지,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가 궁금해 직접 찾아다녔다“면서 “사람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죽음을 희망한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웰다잉의 개념은 잘 죽는 것이지만, 이게 이루어지려면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강원남 웰다잉 연구소 소장이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에서 웰다잉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웰다잉 연구소)
지난 23일 강원남 웰다잉 연구소 소장이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에서 웰다잉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웰다잉 연구소)

‘존엄한 죽음’이란

2017년 10월 보건복지부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원할 경우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연명치료 결정법’ 이른바 ‘존엄사법’을 시행했다. 지난해 2월 본격 시행된 이후에는 ‘연명 의료’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강 소장은 “연명의료의 가장 큰 의미는 환자에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제도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고령 환자의 병에 대해서 환자에게 얘기해주지 않고 보호자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작 환자 본인은 연명 의료를 원하지 않는데도, 자식들은 효(孝)라는 의무감에 끝까지 연명의료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 제도가 생기면서 본인이 연명 의료에 대한 부분을 직접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강해진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 “‘죽기 직전에 연명의료만 안 하면 무조건 존엄사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라며 “정말 어렵고 힘든 게 많았는데 죽기 직전에 연명 의료만 안 한다고 해서 그게 과연 존엄한 죽음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요즘 들어 한다”라고 말했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우리 사회

강원남 소장은 우리나라의 웰다잉에 대한 인식과 준비에 대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강 소장은 “우리나라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터부시 된다. 심지어는 ‘죽을 사(死)’라며 엘리베이터의 4층도 빼버린다”라고 말했다.

예전 어르신들은 대부분 댁에서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투병하다가 돌아가실 것 같으면 집으로 모시고, 가족들이 대부분 지켜보는 가운데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가셨다. 요즘은 어르신이 집안에서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실 것 같으면 거꾸로 병원으로 모시고 간다.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으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제세동기 등을 꼽아서 중환자실에 모시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죽음은 사실상 굉장히 길어졌고 쉽게 보내주지 않아 힘들어졌다.

과거의 우리는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보고,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의 전문화된 죽음들이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격리시켜놓고 밀어내고 있다고 강 소장은 전했다.

또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꺼내놓고 얘기를 해야 하지만 죽음과 관련된 납골당이나 수목장 등을 다 외곽으로 돌려버린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차단해 관련 문화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다음 달에 경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지금부터 무엇을 타고 갈지, 볼만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맛집은 어디인지 다 알아보고 간다”라며 “여행만 가도 준비를 하는데 우리는 죽을 때 얼마나 아플지 돈을 얼마나 들어갈지 죽고 난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다가오면 혼란스럽고, 아프고, 힘들고, 상처를 받는 등 이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라고 덧붙였다. 

편안한 죽음 위한 인식개선·시설 확충 필요

지난 2015년 전 세계 8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죽음의 질 지수’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18위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임종의 질 지표 중 완화 의료 이용자 비율’에서는 33위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정한 의미의 웰다잉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에 대해 강 소장은 개인의 인식 전환과 관련 제도와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죽음에 대해서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나 유튜브 채널 등이 보편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2030세대 SNS에서 영정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웹툰 ‘죽음에 관하여’, 영화 ‘신과 함께’ 등이 인기를 끄는 등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들도 생겨났다. 

강원남 소장은 “이러한 죽음과 관련된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죽음에 대해 떠올리면, 자신이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라며 “죽음과 관련된 이벤트나 문화 활동들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책적으로는 우리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호스피스나 완화 의료 등에 대한 시설이나 인프라 등이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전체 시설 수는 전국에 90개 정도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일반 병원에서는 끝까지 연명의료에 의지하다 보니 병원비가 많이 들어간다. 임종환자들의 진료비를 살펴보면 평생 지출한 진료비의 절반은 임종 한 달 전, 4분의 1을 임종 3일 전 지출한다고 한다. 호스피스는 연명 의료가 중심이 아닌 완화 의료를 중심으로 해 일반 병원 이용료보다 비용이 5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강 원장은 “죽음이라는 주제가 무섭지만 꺼내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돼야 한다”면서 “호스피스나 완화의료도 중요하지만 연명의료를 중단했을 때 우리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제도나 시설들이 구축되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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