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사회의 기준이었던 '4인 가족'은 어느덧 추억의 용어가 돼버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가구가 분리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는 1인 가구다. 그중에서도 1인 가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 기준 600만에 육박하며 전체 가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취준생, 직장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1인 가구는 어느덧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가구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1인 가구를 주제로 세대에 따라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과 고민을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본지는 20대부터 50대까지 '혼족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4명을 만났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40대 1인 가구의 가장 큰 고민은 ‘노후’다. 그동안 꾸준히 있었던 주거·생활비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노후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20~30대 시절 ‘자유’에 도취해 있었다면, 이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두 번째 ‘사춘기’인 셈이다. 

지난 26일 본지는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40대 직장인 A 씨를 서울 송파구의 모처에서 만났다. (사진=선초롱 기자)
지난 26일 본지는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40대 직장인 A 씨를 서울 송파구의 모처에서 만났다. (사진=선초롱 기자)

불혹,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지난 26일 뉴스포스트가 만난 프리랜서 디자이너 A씨(49·여) 씨도 노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올해로 25년째 혼자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A 씨는 “주변 지인들의 우려 시선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노후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A 씨는 비자발적으로 혼자 살게  된 경우다. 서울 태생인 그는 부모님이 귀향을 결정한 뒤부터 ‘나홀로족’에 합류하게 됐다. 처음엔 서울에 남겨진 오빠와 함께 살기도 했지만, 형제들이 결혼을 하며 자연스럽게 혼자 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 덕분에 주거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20~30대를 보냈지만, 주변 지인들이 집을 넓혀가고 재산을 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뒤늦게 아쉬움이 든다고 A 씨는 말했다. 그는 “지인들이 모기지론으로 집을 늘려나갔어야 한다고 진담 반 농담 반처럼 얘기한다”며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그런 말들이 지금은 뒤늦은 후회로 다가올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A 씨에게 집은 단순히 씻고 잠을 자는 공간이었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 취미활동 등 대외활동에 집중했던 20~30대의 A 씨에게 집은 편안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20여 년 전 부모님이 물려주신 탓에 낡고 오래됐다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그랬던 A씨가 주거, 생활환경, 미래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건 40대가 돼서부터다. 

A 씨는 “40대에 들어서부터 주변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집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잔고 등 현실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청약 적금으로 아파트에 입주하는 평범해 보이는 지인들의 삶을 보면서 문득문득 본인 혼자 제자리에 멈춰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20~30대 당시 관심 밖이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40대에 들어선 뒤 달라진 시각만큼이나 변화한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30대까지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동경 어린 시선도 받아봤고 ‘골드미스’라며 추켜 세워주는 말들도 많이 들었다는 그는 “요즘은 안쓰럽게 보는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비슷한 또래의 지인들의 경우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자녀 역시 대부분 성인으로 키워내 삶의 여유가 생긴 상태에서 본인을 바라볼 때 ‘안타깝다’, ‘챙겨주고 싶다’라는 등의 시선을 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A 씨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들이 보기에 혼자 외롭게 지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25년을 혼자 살아온 그는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하기만 하다. 오히려 옆에 누군가 있는 것이 때때로 불편할 뿐이다. A 씨는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며 “본인의 상황을 투영해 1인 가구를 바라보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족 간 유대감 깊어져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부여되는 책임에는 스스로에 대한 미래 외에도 ‘부모에 대한 부양’이 있었다.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린 다른 형제들이 1인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모의 병원 진료 과정에 함께하라는 식의 요구다. 

A 씨는 “형제들이 직접적으로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만큼 부득이한 경우가 많아, 부모님을 챙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영향력을 많이 행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큰 오빠가 해왔던 가족 간 행사도 어느샌가 A 씨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또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40대 1인 가구들도 많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특히 사별로 인해 부모 중 한 명이 남게 된 경우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 나이대의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은 홀로 남은 부모와 살면서 부양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 역시 아버지가 혼자 살아계신 상태다. 이후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하는 상황이 오면 모시고 살 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0대가 돼서 느끼는 부모에 대한 ‘애잔함’이 있다”며 “20~30대 시절 혼자의 삶이 너무도 좋아 가족을 멀리하다가 나이가 드니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A 씨는 40대 중후반부터 가족과 만남이 잦아졌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만남보다 가족과 만남 편하고 좋다는 것. A 씨는 “가족들이 내가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 안쓰러워하면 어리광을 부릴 수가 있는데, 친구들 사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가족과 만남이 많아진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부실한 정부정책과 노후

KB금융지주의 ‘2019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이하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가 경제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사항은 ‘은퇴 후 자금 준비’로 특히 40대에서 향후 은퇴에 대비한 걱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질병·치료자금 마련에 대한 걱정도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40대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제대로 갖춰져 있을까. A 씨는 “청년과 노년을 위한 정책은 많지만, 실제로 가장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40~50대 장년층을 위한 정부 정책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최근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청년층에만 해당하고, 주택청약 등 기존 제도 역시 자녀를 둔 3~4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주거정책 대부분에서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적으로 1인 가구 정책이라고 말하는 행복주택, 안심귀가 서비스 등도 청년이나 노년층, 저소득층, 여성 대상 정책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A 씨는 “장년층을 위한 정책이 갖춰지지 않다 보니 정부 복지를 받기 위해선 65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셈”이라며 “정부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알맞은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책적으로 노후가 보장되지 않은 탓에 A씨 스스로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는 “만약 아플 경우 책임져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돈이 들어도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길 수밖에 없다”며 “건강기능보조식품을 계속해서 구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능력이 된다면 보험 등 보장성 서비스에 되도록 많이 가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픽=KB금융지주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
(그래픽=KB금융지주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

“결혼? 글쎄…”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1인 가구는 ‘현재의 자유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견의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특히 향후 10년 이상 1인 생활 지속 의향에 대한 질문에는 40대 이후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

A 씨 역시 기자가 건넨 ‘결혼’에 대한 질문에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궁금하기는 하지만 누군가와 맞춰가며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고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긴 시간 동안 서로 맞춰가며 사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