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누구나 개인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를 올바로 파악하려면 우선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문화체계에 대한 이해력과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 한 사회의 문화체계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성장하며 진화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사회나 조직의 주변 환경이 너무 급속하게 변하는 데다 전문지식도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생각이나 행동이 유연하고 탄력적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신축성 있는 예지를 갖추는 것이 돋보이는 세상이 되어있다.
그런데도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체득해온 고정관념과 독선적 믿음에 너무 얽매여 있다. 현재를 지난 과거의 틀 속에 맞추려 한다. 과거에 성공의 바탕이 되었던 패턴은 지금에서는 “낡은 상자”나 다름없다. 지난날에 머물러 있게 되면 변화하는 시대의 문화를 쉽게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는 변화된 주변 환경을 경시하거나 도외시하는 자세라 할 수 있다.
조직에서 이런 경영자가 있다면 새로운 환경에 들어온 지식경영 시대를 외면하는 것이나 같다. 그렇게 되면 조직의 근간을 이루며 한창 창의력을 갖는 젊은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무시하며 남의 좋은 사례를 원용하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현대 경영의 핵심역량이 되는 아이디어 관리(idea management)나 지식관리와는 스스로 담을 쌓는 격이다. 그러면 오로지 “내가 다 아는데”, “우리꺼 말고는 없어”라는 오만과 자만의 신드롬에 빠져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첨단화된 현대 복합사회에서 조직의 리더들이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바로 ‘경청’(傾聽)이다. 이것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소중히 듣고 세심하면서 신중하게 전략을 짜나가는 기업의 첫째 덕목이어야 한다.
개인에게서도 마찬가지다. 경청은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액면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그 말 가운데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경청이란 단순히 상대방의 말로 표현되는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이나 의미나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프로세스다.
훌륭한 경청은 상대말의 말에 관심을 보이면서 유효적절하게 질문을 던져 부담 없이 더 많은 정보를 쏟아내도록 하는 태도다. 경청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오감을 총 동원해 집중하며 시선의 접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두뇌는 언어보다도 영상, 느낌, 냄새, 맛을 더 효과적으로 저장하게 되어 있다. 심지어 경청의 한 방식으로 상대방의 말을 더 이끌어 내기위해 들은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척 하는 기법도 있다. 그것도 경청의 한 전략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이 방법을 이미 2,300년 전에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요체는 고정관념과 과거행동의 틀을 떨쳐내는 것이다.
경청은 우선 소프트적 마음가짐을 필요로 한다. 어느 위치, 어느 환경에 있던 성공하는 조직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주위를 바라보는 자세가 유연해야 한다. 무한경쟁시대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열정, 노력, 헌신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일반 개인이나 조직의 구성원이냐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가 성공을 원치 않겠는가? 또 수많은 성공처세술이나 인간경영서가 제시하는 격정과 열망을 갖지 않겠는가?
주변 환경을 돌아보며 이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곧 열성과 냉성, 수평과 수직, 느림과 빠름, 높음과 낮음을 두루두루 수용하여 체현할 수 있는 신축적인 포용능력(broad-mindedness)을 필요로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환경은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그 시스템이란 인과관계를 갖게 된다. 개인이나 조직의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원인이 있게 되어있다. 그 원인의 중심에 분명 시대는 변했는데 생각이나 행태는 과거에 멈춰있는 현상, 곧 ‘타임 워프’(Time Warp)가 있지 않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비전이 명확하지 않다던가, 문화적인 환경이 아니던가, 관료적인 구조라던가, 창의력이 부족하다던가,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어있지 않다던가, 네트워크 협력이 미흡하다던가, 팀워크 체계가 부실하던가, 지식관리가 취약하던가 등등.
이 모든 과거 시대의 특성들을 던져버리려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러려면 소프트한 마인드세트로 주변 환경을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보는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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