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규 한국양돈수의사회 박사 인터뷰
ASF 최선의 예방은 ‘위생’ 3단계
①샤워 ②신발 교체 ③외부출입 통제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잡을 수 있을까. 2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ASF가 잇따라 두 건이나 추가로 발생됐다. 지난달 16일 최초 발생 이후 11번째다. 이날 <뉴스포스트>가 만난 정현규 한국양돈수의사회 박사는 이번주를 기점으로 추가 ASF 확진 판정이 나오면 최초 발생 이후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정현규 한국양돈수의사회 박사. (사진=김혜선 기자)
정현규 한국양돈수의사회 박사. (사진=김혜선 기자)

이날 아프리카 돼지 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은 파주 파평면(돼지 2400두)과 적성면(돼지 18두) 두 개 농장이다. 파평면 농가 인근 3km 내에는 9개 농장이 1만2000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고 적성면은 2개 농장이 2500두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지난달 16일 경기도 파주 연다산동에서 최초 발생해 다음날인 17일 연천 백현면에서 2차, 23일 김포 통진읍과 파주 적성면에서 3~4차가 줄줄이 나왔다. 5차 발생부터는 23일~26일까지 강화도에서만 5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인근 양돈 농가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특히 강화도는 가축 분뇨처리장이 한 곳 뿐이고 섬으로 고립된 지역적 특성 때문에 바이러스가 빨리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는 강화도 내 돼지 3만 8천여 두를 전량 살처분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이미 강화도 내 바이러스가 모두 퍼졌다는 판단에서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강화도 같은 경우에는 그 지역이 다 오염돼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분뇨처리장을 하나를 쓰니까요. 한 농장에 바이러스가 퍼지면 다른 농장에도 쫙 퍼지게 된 구조입니다. 파주의 경우는 북한 인접지역이 많이 오염돼 있을 것이라고 봐요. 이번에 내리는 비가 (ASF 확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 이후 보름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정부는 이렇다 할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바이러스가 만연해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시각도 있다. ASF 바이러스는 실온 분변에서 5일 이상, 혈액은 실온에서 1개월 이상, 냉장육에서는 15주, 냉동된 사체에서는 수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끈질긴 생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 만약 바이러스가 특정 지역에 퍼져있으면 사람이나 파리 등 어떤 것도 감염경로가 될 수 있다.

정 박사는 7번째 ASF 확진 판정을 받은 강화 석모도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해당 농가는 외부에서 사료차라던지 접촉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원인이 작용했거나 지역 자체가 오염됐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돼지가 바이러스에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농장주가 강화읍에 나가 생활하면서 바이러스를 묻히고 들어왔거나, 바이러스와 접촉한 동물이 매개체가 됐을 경우가 있다”며 “농장주가 만약 다른 양돈농가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 분이 다니는 생활권에서 바이러스가 묻었다는 얘기다. 그러면 정말 위험하고 농장만 방역해서는 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지나면 ASF ‘전파’ 수순

다만 정 박사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첫 번째 고비는 넘어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잠복기는 길어야 3주. 지난 16일 첫 증상을 보인 돼지가 약 5일~7일 전에 감염됐다고 봤을 때 이번 주 초까지는 ‘잠복기’가 모두 끝났다. 정 박사는 “이번 주는 첫 감염 이후 (잠복기) 끝무렵과 겹치는 시점”이라며 “숫자로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하지만, 이번 주 수요일(3일) 넘어가서 ASF가 발생했다고 하면 ‘전파’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전파 후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은 파주와 강화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데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만약 경기 북부 지역을 넘어 포천, 이천 등 내륙 지역까지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확산되면 그때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정 박사의 조언이다. 지난 2010년 소·돼지 350만 두를 살처분 했던 최악의 ‘구제역 대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정 박사는 우리 정부의 방역 수준이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고 자부했다. 국내 돼지 이동을 GPS로 정확히 측정하거나 이동을 제한하는 등 지금까지 대처는 상당히 ‘잘 하고’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계속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발생할 경우 돼지 살처분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는 것. 정 교수는 “돼지 살처분은 사업거리가 되지도 않고 3D업종이라 반드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시·도마다 렌더링 회사(살처분 회사)를 두 개 정도 세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DMZ 있는 한 ‘ASF 폭탄’ 있는 셈

정 박사가 정말 우려하는 부분은 남한과 북한 사이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다. 만약 북한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창궐했다면, 이번에 ASF 확산을 막아낸다고 해도 재발까지는 시간문제다. 정 박사는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에 ASF를 잡는다고 해도 북한이 있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어요. DMZ가 남북 사이에 4km정도 있잖아요. DMZ 상황은 북한도 한국도 몰라요. 아무도 못 들어가는 지역이니까요. DMZ 실태를 정확히 모른다면 언제든지 이 질병이 다시 올 수 있습니다”

정 박사는 하루라도 빨리 남한과 북한이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DMZ 내 상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쪽과 북쪽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다 사라져도 DMZ 상황을 모르면 언제든지 터질 위험이 있다.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며 “(바이러스가) 북에서 남으로 올 수도 있고 거꾸로 남에서 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이념 문제를 떠나 먹고 살기 위해 남북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ASF 최선의 예방은 ‘위생’ 3단계

정 박사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ASF바이러스는 구제역과는 다르게 공기 중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반드시 바이러스가 뭍은 ‘매개체’가 돼지와 접촉해야 발생한다. 그는 “바이러스가 가려면, 돼지끼리 입을 대거나 똥을 접촉하거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돼지 축사에도 칸막이가 쳐져있으면 안 옮는다. 어떻게 보면 예방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넓은 곳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은 막기 힘들지만, 농장은 좁고 한정돼 있다. 또 돈사 안에 돼지가 있으니 그 안에만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으면 된다”며 “농장주가 돈사 안을 들락거릴 때 샤워를 하고, 신발을 갈아 신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면 제일 쉽고 좋은 방법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농장 앞에 와 있을 수 있고, 농장 안에 있을 수 있고 아무도 모른다. 한발 걸을 때마다 ‘아 여기도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ph14 정도인 생석회를 뿌리는 것도 바이러스 예방에 좋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강한 알카리성이나 강한 산성에서 죽는데, 구제역은 ph10 알카리성에 박멸되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바이러스 자체만 따지면 ph12에서 20분 안에 죽는다. 분면이나 혈액에 섞인 경우 ph12.5이상에서 죽는다고 한다.

생석회는 ph14 정도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탁월하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는 ph12에서 죽는다. 사진은 생석회를 뿌리고 있는 파주시 내 ASF 발생 농가. (사진=독자 제공)
생석회는 ph14 정도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탁월하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는 ph12에서 죽는다. 사진은 생석회를 뿌리고 있는 파주시 내 ASF 발생 농가. (사진=독자 제공)

정 교수는 이날 국내 상륙하는 태풍 ‘미탁’ 이후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오면 생석회를 뿌려도 효과가 없다. 빗물에 섞인 바이러스가 돈사 안으로 쓸려 들어오는 경우도 있으니 비가 내린 후 굉장히 위험해진다. 그래서 대개 비가 온 후 감염 증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치사율 100% 바이러스, 백신개발 어려운 이유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아직까지 만들어진 백신이 전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 스페인과 중국, 영국, 미국 등에서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박사는 “빠르면 2년에서 5년 사이면 상용화될 것”이라며 “백신의 효과까지는 증명됐고 부작용이나 마지막 테스트를 남겨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부터 백신 연구를 착수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연구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박사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수백억의 연구비용을 들여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시설도 없고 사람도 없다. 또 백신 연구에서 이미 앞서간 나라가 있으니 개발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차라리 해외에서 백신을 사 오는 게 낫다는 얘기다.

정 박사는 “ASF 바이러스는 구제역 바이러스보다 열 배까지 사이즈가 크다. 그러니 공기 전파도 안 된다. 크기가 크니 바이러스 안에 있는 단백질이라던가, 분석하는 데 오래 걸린다”며 “바이러스 자체도 그 구조만 이해한 상황이고 안에 들어있는 150가지 이상의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3~40%정도만 이해했다. 바이러스 자체 연구도 끝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자체도 구제역은 7가지지만,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24가지나 된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100%에 달하는 치사율 때문이다. 바이러스 항체가 생기기 위해서는 돼지가 최소 2주 이상 살아있어야 하지만, 그 전에 돼지가 모조리 죽으면 연구 진행이 안 된다는 게 정 박사의 설명이다.

정 박사는 중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초동 방역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발생하면 ‘수입해 먹으면 된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 중국은 돼지만 2억 마리 살처분했다. 미국에서 수입한다고 해도 미국 내 사육돼지는 7천만 두다. 우리나라에 올 고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중국은 심지어 일부 농장은 매몰해서 다 묻은 후 ASF가 또 발생한 농가도 있다. 이미 다 퍼져버려서 나 혼자 잘해서는 안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중국은 양돈이 다 죽으면서 실업자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했다. 또 연쇄작용으로 요식업과 돼지고기 관련 제품 공장이 멈춘 상태”라고 경고했다.

정 박사는 “백신을 개발할 때까지는 방역을 반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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