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손님~ 뭐 찾으세요?”

지난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기자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 손님으로 착각해 호객행위를 한 것이다. 상인의 목소리에 손님의 발길을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안 산다”고 대답하니 그 기대는 실망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던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가 피부로 와닿았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마장축산물시장 서문(사진=홍여정 기자)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마장축산물시장. (사진=홍여정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다. 지난달 17일 파주 연다산동을 시작으로 18일 연천군 백학면, 23일 김포시 통진읍, 24일 파주시 적성면, 25일 강화군 불을면, 26일 강화군 삼산면·강화읍, 27일 강화군 하점면 등 총 9 곳에서 확진 판결을 받았다. 27일 이후 4일 째 (취재 일 기준) 의심 신고는 있었지만 모두 ‘음성’이었다.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돼지고기 가격도 등락을 거듭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체 돼지고기 1㎏당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달 16일 4558원에서 발생일인 17일 5975원, 18일 6201원, 25일 5097원 등으로 급등락을 이어갔다. 지난 1일 기준 경매 가격은 4584원이다.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남짓 시장 거리를 돌아다녔다. 양 옆으로 늘어선 가게들 앞에 상인들이 손님이 오길 기다리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문에서 북문쪽으로 들어갈수록 육류를 실은 탑차나 오토바이도 몇 대 볼 수 있었다. 돼지머리, 족발, 부산물을 취급하는 가게에서는 직원들이 열심히 손질을 하고 있는 모습도 관찰됐다.

물건이 수시로 드나들기는 했지만 직원들에게 문의하는 손님 차제가 없었다. 매장 앞에 자리한 진열대에 고기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사진=홍여정 기자)
1일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찾은 마장동 축산물 시장은 썰렁했다. (사진=홍여정 기자)

상인 A씨는 최근 시장 분위기에 대해 묻자 “안전하다고 해도 가격도 오르고 해서 그런지 손님들이 찾지를 않아요. 사람이 너무 없어요”라고 말했다. 

족발을 팔고 있던 상인 B씨는 “저번주까지만 해도 물량이 거의 없었다. 이정도 차들이 다니는 건 좀 나아진 수준”이라며 “물건은 들어와도 소비자들이 안와 그게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서 돼지고기 이동제한명령을 내린 바 있다. 지난달 28일 2차 이동제한이 해제됐기 때문에 지난 주 까지만 하더라도 물량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아예 몇일 간 문을 닫은 업체도 있었다고 한다.

이날까지 추가발병은 없는 상황이었지만 상인들의 한숨은 계속됐다. 상인 C씨는 “아직 원인도 모르고 몇 일 뒤 태풍도 온다는데 방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파주 파평면과 적성면 등 두 곳에서 ASF가 추가로 확진됐다. 지난달 27일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ASF가 하루동안 파주에서 2건이 확진된 것.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3시 30분부터 경기·인천·강원 지역을 대상으로 48시간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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