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조유라 인턴기자]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고 단풍이 물드는 ‘진짜‘ 가을이 왔다. 햇볕이 따뜻한데 선선한 바람이 부니까 책을 읽으면 좋겠다. 문득 그동안 너무 책을 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책을 보지 않았으니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갑자기 막막해졌다. 지인들에게 책을 추천받기로 했다. 책과 책 읽기를 좋아하는 청년들을 만나 그들은 어떻게 책을 고르는지, 자신만의 독서법과 독서 습관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본인만의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박혜인(25):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 출판사나 책 추천 페이지 보고 재밌을 거 같은 책을 모아둡니다. 그리고 도서관 조교로 일하고 있어서 신간이나 학생 희망도서를 보거나 책 검수할 때도 읽고 싶은 책이 생길 때마다 메모해 둬요. 읽고 싶은 책이 계속 쌓여가고 있어요.

강주은(24): 일단 서점에 자주 가서 베스트셀러나 신간을 위주로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책의 뒤표지를 봐요.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평론가, 작가의 코멘트나 내용이 흥미로운 경우에 책을 구매해서 보거나 표지가 예쁘면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또는 ‘책끝을 접다‘와 같이 책 내용 소개하고 추천하는 SNS 페이지를 보고 뒷내용이 궁금했던 책을 기억해 뒀다가 사는 경우도 많고 추천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신간을 훑어보기도 해요. 좋아하는 작가들 책은 대부분 사는 편인데 좋아하는 작가는 정유정, 정세랑, 김금희, 김영하, 김연수 작가님 등이 있고 최근에는 박세영 작가님의 책도 찾아보고 있어요.

김비아(26): 책은 소설, 시, 비문학 등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에요.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사회의 아픔을 담은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해요. 우선, 그들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어 좋아요. 또, 시간은 지나가더라도 책 속의 공간은 그 시공간에 멈춰 있잖아요. 사회의 아픔을 영원히 기억하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책을 선정할 때는 "이 책을 읽고 내가 얼마나 깊이 생각 할 수 있나" 를 주안점에 두고 골라요. 가벼운 스토리나 주제보다는 깊은 내용을 담아서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책을 고르고 있어요. 그래서 주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쓴 리뷰를 우선적으로 많이 체크해요. 리뷰에서 정말 괜찮아 보이는 게 있으면 바로 구매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책을 읽나요?

"지하철에서, 또는 친구를 기다릴 때 자주 읽어요. 그래서 가방 속에 늘 책 한 권이 하나씩 있어요."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지하철에서, 또는 친구를 기다릴 때 자주 읽어요. 그래서 가방 속에 늘 책 한 권이 하나씩 있어요."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강주은(24): 재밌는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다 보거나 하루 안에 다 보는 경우도 있고 잘 안 읽히는 책은 길게는 몇 달 까지도 읽고 끝까지 다 안 읽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책을 읽을 때에는 다른 것들은 일체 하지 않고 책에만 집중해서 보려 해요.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보거나 해야할 일이 많지만 일하기 싫을 때에 책을 읽기도 합니다.

박혜인(25): 주로 지하철이나 동네 책방에서 자주 읽어요. 집에선 잘 안 읽게 되는 거 같아요. 학부 땐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요. 대학원에 온 뒤로 가방이 가벼운 게 최고라 생각해서 시집이나 에세이 류를 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학교 도서관 프로그램 통해서 e-book으로 소설이나 두꺼운 책을 종종 읽기도 해요. 요즘은 도서관에서 제가 앓았던 병이 심도 있게 궁금해서 의학서도 들춰보곤 하는데 정독하는 건 아니고 필요한 부분만 들춰보고 있어요.

김비아(26): 지하철에서, 또는 친구를 기다릴 때 자주 읽어요. 그래서 가방 속에 늘 책 한 권이 하나씩 있어요. 언제부턴가 지하철에서 ‘멍 때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으면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 더 빨리 시간이 가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한자리에 앉아서 진득하게 뭘 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서 자리에 앉아 한 번에 책을 읽진 못해요 대신 틈틈이 자투리시간을 활용해서 내가 읽고 싶은 시간을 잘 만들면서 읽고 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나요?

김비아(26): 김숨 작가가 쓴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라는 책을 읽고 있었어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쓴 소설이요. 책이 나올 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읽고 싶지만 눈물이 날까봐 더 못 읽겠는 그런 책이에요. 저의 내면이 더 단단해지면 꼭 읽을거예요.

박혜인(25): 육호수 작가의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요. 마지막 필사 모임에서 모임장님이 가져와서 소개해주셨던 책인데요. 표지도 그렇고 어떤 시 네 개 정도를 읽어주셨는데 비둘기가 나오는 시가 마음에 꽂혀서 읽기 시작하게 됐어요. 역시나 예상대로 취향에 꼭 맞았고, 주변에 문예창작학과를 나오신 지인 분께도 보여드렸는데 제가 좋게 읽은 시 한 편을 보여드렸더니 팔뚝에 소름 돋았다며 저 팔에 난 소름을 보여주실 정도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선 전환이라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이 매끄럽고 표현도 새로운 방식이 많아요.

본인만의 독서습관이 있을까요?

강주은(24): 책을 사서 읽어요. 책을 다 사서 읽으려다 보면 간혹 실패하는 책이 나오기도 마련인데 그런 책들도 그냥 소장해요.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재밌어지는 경우도 있고 다시 보고 싶을 때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관심 있는 분야의 책만 읽다가 평소에 읽지 않던 책을 구매하면 실패로 이어지는데 그래도 그 실패를 통해서 그 동안 안 읽었던 책들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소장한 책을 꽂은 책장이 두 개가 있는데 책을 꽂을 모자라서 더 사려고 고민중이에요. 책을 사서 보는 것이 경제적인 부담이 되긴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하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저는 북 트래커(책 사이에 끼워 책갈피처럼 쓰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적을 수도 있는 메모장 겸 책갈피)를 활용해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읽었는지 표시하고 그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적어놓아요. 읽고 나면 따로 독서 노트에 저만의 감상문을 씁니다. 책에 흠집이 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책에 따로 표시를 하지는 않아요.

김비아(26): 저는 일단 책을 쭉 읽고, 인상 깊은 구절이나 내용이 있으면 수첩에 적어둬요. 책을 다 읽고 나서 글들이 기억속의 저편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쉽더라고요. 가슴 속 깊이 남겨두고 싶은 구절은 수첩에 적어가면서 책을 읽고 있어요. 신기한 것은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내가 책을 읽을 때 어떠한 상황에 있냐에 따라 인상 깊은 구절이 달라져요. 그래서 인상 깊은 구절을 적은 노트를 다시 펼쳐보면 내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알 수 있더라고요.

북스타그램 (사진제공=@biabooks_)
북스타그램 (사진제공=@biabooks_)

그리고 저는 인스타그램에 제 북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북스타그램을 만드는 건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책을 읽고 온라인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정말 낭만적이지 않아요? 저는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나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걸 느꼈는지 생각을 나눠보고 싶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내가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을 그냥 날려버리기가 아쉬웠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북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박혜인(25): 책을 읽다가 필사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미니 포스트잇을 붙여둬요. 빌린 책이면 필사하고 떼버리지만, 소장중인 책이면 그냥 붙여둔 채로 책장에 넣어두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그 부분을 다시 보면 내가 이때는 이런 문장을 좋아했구나, 하고 감회가 새로워요.

필사모임. (사진제공=@hzll2n)
필사모임. (사진제공=@hzll2n)

평소 취미가 필사라서 “필사 모임이 있다고?! 더군다나 내가 가고 싶었던 책방에서 한다고?!“ 하면서 반년 내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다가 방학 하고나서야 시간이 나서 모임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 이후로 6회 차 정도까지 쭉 참여했었어요. 결과는 대만족.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고 장소와 음료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한 달에 4만 원의 참가비를 냈어요. 근데 한 달 4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공간도 그렇고 커피 맛도 그렇고 책방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도 좋았고 사람들도 좋았어요.

한 번은 40대 남성 분이 오셨었는데, 어느 날 한번 손톱을 자르려고 손을 봤는데 안보였대요. 그래서 다음 날 잘라야겠다 미루고, 다음 날 또 봤더니 안보였대요. 그래서 저게 무슨 말씀인가 하고 듣고 있었는데 노안이 오셨던 거예요. ‘그 뒤로 부모님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급격하게 안쓰럽게 느껴졌다‘는 얘기랑 ‘20대에는 결혼식에 자주 가는데 3-40대에는 장례식에 갈 일이 그렇게나 많아져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네요.

생각이 많은 사람, 책을 읽고 그 감정을 더 깊이 간직해서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사람, 남는 목요일 저녁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사람, 매일 같은 패턴의 일주일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은 분들에게 필사모임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 밖에는 옛날 책은 초판 사는 걸 좋아합니다. 개정판보다 올드한 맛이 좋아서요. 특히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같은 촌스러운 맛을 좋아해요.

책 좀 추천해주시겠어요?

강주은(24):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추천하고 싶어요. 최근에 읽어온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아요. 그동안은 잘 접하지 못했던 퀴어를 소재로 다루어 새롭고 또 많은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가볍고 재밌게 풀어 나가면서도 적당히 생각도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책 안에 4개의 단편작이 시간 흐름대로 전개되는 연작소설인데 개인적으로는 처음의 ‘재희’가 제일 흥미로웠어요. 어떻게 말하면 개방적이고 어떻게 말하면 문란한 주인공과 그의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인 재희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동거하며 여러 일들을 겪는 모습이 나오는데 제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신기하면서 흥미롭고 “과연 나라면?“하는 상상을 했어요. 실제로 작가님이 게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조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소설입니다. 또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가 대학로인데, 작가님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 소설의 배경이 더 공감이 잘 됐다고 해야 할까요?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주인공의 연애사와 함께 사랑, 기쁨, 슬픔, 상실, 고독, 삶, 죽음과 같이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부분들을 잘 녹여내어 고찰하게 만들어 주는 소설이었어요.

박혜인(25): “이 책은 다들 꼭 읽어야 해!”하고 강요하고 싶은 건 없지만, 지금 떠오르는 시와 소설을 한 권씩 추천해드릴게요, 시는 심보선 작가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대학 축제에서 학생들에게 추천해준 시집이라길래, 얼마나 좋으면 축제에서 추천을 하나 싶어서 읽어봤는데 우울한 감정선이 적당히 이어지는 게 좋더라고요. 소설은 김혜진 작가의 「중앙역」이요. 중앙역 근처에서 살게 된 노숙자가 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예요. 처음에는 그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배척하던 남자가 결국에는 그 사회에 버무려지는 내용인데 생각해볼 거리가 많아요.

김비아(26):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은데 한 권을 꼽자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예요. 5·18 광주항쟁을 여러 인물의 목소리로 서술한 책인데 각각의 특징적인 어조로 광주항쟁을 서술해낸 것도 인상 깊었고 묘사도 너무 좋았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지금X여기 페미니즘 민주주의」라는 책이에요. 제가 관심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페미니즘과 민주주의를 결합했다는 것이 흥미로워요. 혐오의 시대에서 내가 어떤 발걸음을 걸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으로 페미니즘에 관심 많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더 많은 독자들과 더 많은 자신만의 독서법이 있겠지만 내가 만난 세 명의 독자들은 많은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독서법을 쌓고,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노하우를 길렀다. 이 가을에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잡았지만 책이 너무 많아서, 혹은 책을 안 본지 너무 오래돼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모르겠다면 그들이 추천해 준 「대도시의 사랑법」,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중앙역」, 「소년이 온다」, 「지금X여기 페미니즘 민주주의」 중에서 골라보는 건 어떨까?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분명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생각을 나눠보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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