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3돌 맞는 한글날...강남은 외국어 간판 일색
일부 매장 간판 한글 有...“한국 생산임을 강조”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어르신들은 외국어 간판을 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곧 한글날이 다가오는 만큼 누구나 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된 간판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 있는 외국어 간판. 간판 주변에는 한글 표기가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 있는 외국어 간판. 간판 주변에는 한글 표기가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세계화 시대’라는 말이 낡은 표어가 될 정도로 전 세계가 온라인 등을 통해 소통하는 현재. 한국 거리에서는 곳곳에 외국어 간판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국제 공용어라고 일컫는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 일본어 등 제2 외국어 간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반 개인 카페는 물론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점까지 외국어 간판은 일상 곳곳을 침투 했다. 특히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가장 큰 번화가 중 하나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역삼역 일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7일 제573돌 한글날을 이틀 앞두고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강남역과 역삼역 등 번화가를 둘러봤다. 거대한 빌딩에 군데군데 마다 낯익은 외국어 간판이 눈에 띄었다. 유럽풍의 카페는 불어를, 일본식 주점에는 일본어가 쓰여 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일대에 있는 외국어 간판.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일대에 있는 외국어 간판. (사진=이별님 기자)

강남역 인근 가게에서는 외국어 간판 주변에 한글을 따로 표기한 사례가 많았으나, 역삼역 일대에서는 한글 표기를 쓰지 않은 경우도 더럿 보였다. 외국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한 노년층에게는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28)씨는 이를 두고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노년층은 외국어 간판을 못 읽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세계화라고 하지만, 곧 한글날인 만큼 누구나 읽기 쉬운 간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한글 표기 간판이 달린 도넛 전문점.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 일대 위치한 한글 표기 간판이 달린 도넛 전문점. (사진=이별님 기자)

일부 자적작용 보여

하지만 강남 일대에서는 한글 간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형 프렌차이즈 전문점에서는 외국어 간판 대신 외국어를 그대로 한글로 표기한 간판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과 효자동에서 볼 수 있는 한글 간판과 비슷한 유형이었다.

크리스피 크림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영어 표기를 그대로 썼으나, 내부적으로 강남과 명동, 인사동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글 표기를 쓰자는 방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인 고객들에게도 한국에서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목적으로 한글 표기를 썼다”며 “향후 한글 표기 지점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글 간판과 영문 간판 선호도의 차이가 미비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공간디지인학회 논문집 제12권 3호(통권 45호) ‘한글 간판 디자인 선호도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영문 간판에 대한 선호도는 한글 간판보다 다소 높았지만, 그 차이가 작았다. 대부분 항목에서 0.5점(5점 만점 기준) 수준의 근소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성별에 따른 문화 차이와 간판의 디자인, 브랜드 경험 요소 등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이와 같은 결과는 한글 간판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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