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는 ‘향수’,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동시에
어린이 교실, 법정 공간 등 체험형 프로그램 마련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해방 이후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서울생활사박물관’이 지난달 26일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옛 북부법조단지 부지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서울생활사박물관'이 지난달 29일 개관했다. (사진=이해리 기자)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서울생활사박물관'이 지난달 29일 개관했다. (사진=이해리 기자)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지난 7월부터 두 달간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약 3만 5,0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이후 입소문을 타며 ‘뉴트로(New-tro)’ 감성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는 새로운 서울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서울생활사박물관'을 지난 4일 <뉴스포스트>가 방문했다.

박물관은 생활사전시실, 어린이 체험실, 구치감전시실 등 총 3개동 건물로 마련됐다. 관람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능하다. 전시 관람은 무료며, 생활사전시실 입구에 마련된 물품 보관함도 무료다. 오디오 가이드는 없어 박물관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포니원 택시. (사진=이해리 기자)
포니원 택시. (사진=이해리 기자)

개발되는 서울…시대별 모습

기자는 우선 생활사전시실을 들렀다. 생활사 전시실은 총 4층으로, 1~3층은 서울을 생활권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4층에는 임시 개관 때는 공개하지 않았던 특별전 ‘수집가의 방’이 마련됐다.

‘서울풍경’을 주제로 한 1층은 한국 전쟁 이후 폐허가 됐던 서울부터 현재 발전한 도시가 되기까지의 변화된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 자료들이 있다. 

지금은 다닥다닥 붙어있어 성냥갑이라는 우스갯소리로 불리는 서울의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섰던 초기 모습과 당시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끈 것은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볼 수 있었던 1980년대 포니 차량이었다. 박물관에는 ‘포니원 택시’와 함께 쌍벽을 이루던 ‘브리샤’도 함께 전시돼 있어 지나가는 관람객마다 인증 샷을 찍기에 바빴다. 

전시는 시대 순으로 돼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자 삐삐와 초창기 핸드폰, 노트북 등이 전시돼 있었는데, 그 엄청난 두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함께 예전 음료 병과 주류 병, 미원, 라면 등의 실물도 있다.

재현된 옛 문방구에 전시돼 있는 고무인형과 태권V. (사진=이해리 기자)
재현된 옛 문방구에 전시돼 있는 고무인형과 태권V. (사진=이해리 기자)

“아빠가 어렸을 때는 말이야~”

2층은 ‘서울 살이’를 주제로 서울에서 살아온 서울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다. 서울 토박이와 6·25전쟁 직후 서울로 모여든 사람들의 생활상이 담겼다. 출산 방식의 변화와 우량아 선발대회, 산아 제한과 같은 가족계획 사업 등에 대한 전시로 당시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옛 레코드·비디오 가게, 사진관, 문구점 등을 재현해 놔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사진관은 소파와 배경까지 예스럽게 마련돼 관람객들이 줄을 서 사진을 찍었다. 

문구점에는 태권브이와 요술 공주 장난감, 못난이 인형 등이 전시돼 있었다. 30~40대 관람객들은 추억에 잠긴 듯 한참 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자녀에게 본인이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련복을 입고 두발 제한이 있는 1970년대 학생들의 모습. (사진=이해리 기자)
교련복을 입고 두발 제한이 있는 1970년대 학생들의 모습. (사진=이해리 기자)

추억의 아궁이, 교련복, 콩나물 교실

‘서울의 꿈’이 주제인 3층은 집의 변천사와, 교육, 직업 등에 관한 전시다. 시대 변화에 따른 주택의 변화로 연탄, 아궁이부터 아파트의 거실과 부엌 등을 복원해 놨다. 

주거문화에 대한 전시관 한쪽에서는 50~60대 관람객들이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단칸방에서 연탄 불로 겨울을 나며 아이들을 키웠던 사연을 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또한 1950년부터 시대별 책가방의 변천사와 교련복이 전시돼 있었다. 교련복을 입은 남학생들과 모두 똑같은 귀밑 3㎝ 단발머리를 한 여학생들의 모습도 재현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두발 규제로 다양한 스타일을 하는 지금의 학생들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한 반에 80명 2부제 또는 3부제 이른바 ‘콩나물 교실’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 당시의 교과서, 필기구의 실물부터 운동회 등 학교 행사와 치열했던 입시제도 등이 전시돼 있다. 콩나물 학급은 광복 직후 베이비붐 현상이 나타나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해 나온 현상으로, 2019년 초등학교 학급 당 학생 수가 22.2명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현된 사진관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재현된 사진관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전시 외 체험형 프로그램 인기 
 
아울러 별관에 마련된 구치감 전시실은 과거 미결수들이 구금되어 있던 구치감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놨다. 관람객들이 당시 교도관과 수용자 복장 차림으로 그 당시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일부 공간에는 만화방․음악다방․문방구 등 70~80년대 대표적 놀이장소이자 문화공간이 모여 있던 옛 골목길을 재현해 놨다.

어린이 체험실 ‘옴팡 놀이터’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전용 체험실이다. 감각 놀이와 생활놀이 오감 학습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임시 개관 기간 동안 이용객들이 몰려 사전 예약을 해야 이용 가능하다. 

생활사 전시실과 구치감 전시실을 다 둘러보자 2시간가량 걸렸다. 기자가 박물관을 방문했을 당시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있었는데, 특히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을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3040 세대, 5060 세대 관람객들은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옛 모습을 보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1020 세대는 당시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과거 서울의 모습을 보며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 서울 시민들의 역사라는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려 소통하는 화합의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서울생활사박물관’을 가족과 함께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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