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다 드라이버 P씨 “차만 많이 늘리면 서비스 질 떨어질 것”
- 타다 드라이버 L씨 “규모 커져 안정되면 급여 상승과 복지 기대”
- 택시 드라이버 K씨 “타다 때문에 택시 안 돼...사납금 내기도 버겁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박재욱 VCNC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패스트파이브에서 열린 ‘타다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400대인 타다 운행 차량을 내년 말까지 1만 대로 증차하고 9천 명 수준인 타다 드라이버를 5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박 대표는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 제한돼 운영하고 있는 타다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타다를 ‘불법’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반발했다. 국토부가 말하는 시행령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시행령 18조 1항 바다.

해당 시행령은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 한해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타다 서비스의 법률적 근거가 되는 것으로, 국토부의 시행령 삭제나 개정 방향에 따라 타다 서비스는 불법이 될 수도 있다.

<뉴스포스트>는 8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타다 드라이버와 택시 드라이버를 만나 해당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1만 대 증차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타다 드라이버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사진=이상진 기자)
1만 대 증차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타다 드라이버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사진=이상진 기자)

▲‘기대vs우려’, 타다 드라이버들 전망 엇갈려

“타다 운행 차량이 1만 대로 늘어나면, 솔직히 일하는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차만 늘어나는 것 같아요.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기자가 만난 타다 드라이버 P씨는 타다의 1만 대 증차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정말로 사업성이 좋아서 투자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P씨는 오히려 타다 드라이버들의 급여가 낮아지고 복지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P씨는 “타다 사업이 마이너스 단계인데 무리해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고 급여가 지금보다 낮아지거나 동결되면 늘리지 않는 것만 못하다”며 “친절, 서비스 이런 것은 오너와 회사하기 나름인데 위에서 말로만 서비스해라 그러면 기사 입장에서 솔직히 짜증나고 반발심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타다 드라이버가 급여를 많이 받는 줄 아시고 복지도 좋고 교육도 체계적인 것으로 알고 계신다”며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또 P씨에 따르면 타다 드라이버들은 택시처럼 사납금이 없는 대신 1킬로미터 안팎의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다. 거리가 길지 않은 만큼 골목길이 많고 운행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설명이다.

P씨는 “당장 차량도 늘려야 할 거고 기사도 새로 고용하는 등 지출이 늘어나니까 기존 드라이버들 처우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운행 차량을 1만 대로 늘리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타다 드라이버도 있었다. 타다 드라이버 L씨는 “타다 운행 차량이 1만 대로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드라이버들이 많다”며 “차량도 늘고 운행도 전국적으로 하게 되면 수익구조가 안정돼 드라이버들의 급여가 상승하고 복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토교통부의 시행령 폐지 압박에 대해 L씨는 “정부가 SNS 하듯 해보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정책을 막 말하는 것 같다”며 “1만여 드라이버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회사를 없애겠다, 못하게 하겠다, 이렇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 드라이버 “타다 때문에 손님이 없다”...“밥 먹다 죽는 택시는 빨리 그만둬야”

“젊은 택시 기사들 죽을 둥 살 둥 다니면 조금 벌기도 하죠. 그런데 그렇게 몇 년 살면 약 값으로 돈 쓰다가 죽어요. 죽어. 특히 여름에 많이 죽어요. 택시는 빨리 그만둬야 해요.”

기자가 만난 택시 드라이버 K씨는 타다 1만 대 증차는 택시 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K씨는 “요즘도 타다 때문에 평소에도 손님이 없고, 서울에서 일산이나 들어가면 빈차로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1만 대로 타다를 늘린다는 건 다 죽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 K씨는 타다 때문에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택시 기사 K씨는 타다 때문에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K씨에 따르면 택시 사납금은 자사 기준으로 주간이 12만 9천 원, 야간이 15만 원이다. 주간은 아침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간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운전을 한다.

사납금을 내고 남은 금액은 월급 외로 택시 기사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지만, 타다 때문에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납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실제 기자가 본 K씨의 미터기에는 아침 6시부터 낮 1시까지 번 금액으로 9만 7천 원이 찍혀있었다. 오후 5시까지 남은 4시간 동안 사납금 12만 9천 원을 채우기도 버거워 보였다. K씨는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부족한 금액을 월급에서 제하거나 사비로 채워야 한다고 했다. 각종 수당을 포함해 받는 130만 원 수준의 월급을 온전히 받는 것도 위태로운 것이다.

K씨는 “주간 기사는 보통 170킬로미터 정도 뛰는데 젊은 택시 기사들 중에는 야간에 500킬로미터씩 뛰면서 돈을 좀 버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건강이 나빠지거나 운 좋게 빚내서 수천만 원 개인택시를 산다고 해도 빚 갚고 나면 허덕허덕하다가 밥 먹다 죽고, 운전하다가 운전대에 머리 박고 죽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K씨에 따르면 한때 9,000만 원을 호가했던 서울의 개인택시 값은 현재 7,400만 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K씨는 개인택시 값 폭락의 가장 큰 이유가 타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 택시 업계와 타다 입장 조율하고 정책 추진해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오는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1만 대 증차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을 시작으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관련 택시 업계의 행동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타다 증차 계획에 따른 파장이 예상된다.

사업 확장을 주장하는 타다와 생계수단 보장을 요구하는 택시업계 사이에서 국토부 등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조율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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