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한국사회에서는 ‘한 사람만 거치면 다 연결 된다’는 말이 통한다. 그것은 세상이 좁다는 뜻이며 인간관계가 촘촘하게 엮어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저런 인연을 찾으면 다 연결고리가 된다는 함의다. 그래서 연(緣)과 맥(脈)이 사회생활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은 개인들 간의 상호 작용이나 영향이 상당히 작용하는 집단 역동성(Group Dynamics)이 강한 사회다. 실제로 한국 사람은 평균 3.6명만 거치면 다 아는 사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게 비단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사는 사회가 끈끈한 관계망으로 형성되어지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어디나 같을 것이다. 미국의 사회연결망 조사에 따르면 미국사회에서도 5.5단계만 거치면 모두가 아는 사이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도 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연결 된다’는 ‘여섯 단계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 이론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좁은 세상에 정분으로 엮어진 인맥보다도 합당한 전문성 기반의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은 첨단 현대사회에서 핵심역량이 될 수 있다. 21세기 네트워크의 시대환경이 되면서 각 분야마다 업무 영역이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자기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과 전문적인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생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경쟁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면서 네트워킹에 앞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특징적인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말하자면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는 일이거나 조직생활과 관련이 있는 능력이다. 아니면 개인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하는 차별화된 특기도 좋다. 예전처럼 막연한 제너럴리스트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 시대는 직장의 보장이 없고 고용의 유연성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있어 개인의 독자적인 전문성을 연마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다 앞으로는 직장의 개념도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호주청년재단(FYA)이 낸 미래의 일자리 시장에 대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래에는 평생 5개 직업에 17군데의 직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이것은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더욱 개별 경쟁력을 갖춰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 경쟁력에는 효율적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무한 경쟁시대에 자신들의 가치를 널리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유능한 인적 자원을 발굴하거나 알찬 사업 정보를 얻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여기에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거나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 때문에 현대의 사회구조나 조직의 체계가 복합화 되면서 네트워킹도 고도화 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기술이나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그룹과의 조밀한 네트워크를 갈망한다. 나아가 전혀 다른 분야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문적 인맥의 법칙으로 곧 생산적인 상호교류가 된다. 이것을 지식, 정보, 지혜, 기술, 정서, 철학의 ‘교차수분’(cross pollin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요즘은 전통적인 관념의 네트워킹를 넘어 ‘네트월딩’(networlding)의 개념으로 발전했다. 네트월딩이란 서로의 관점, 가치관, 목표를 발견하고 개발하여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키는 콘셉트다.

네트워킹이 얼마나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가하는 양적인 접근이라면, 네트월딩은 얼마나 깊이 사람을 이해하는가하는 질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네트월딩은 다양한 분야와의 밀도 있는 교감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삶과 경력을 발전시키고, 급변하는 환경을 따라잡게 하는 신선한 비전을 나누며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네트워킹은 단어 그대로 ‘일(work)을 중심으로 엮어진 단편적인 연결망(net)’의 ‘일맥’(일-脈)이라 칭할 수도 있지만 네트월딩은 서로의 가치세계를 이해하며 공유하는 지속적인 인간관계의 진정한 ‘인맥’(人脈)이라 할 수 있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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