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화학무기 국제 통제 국가(AG)임에도 불화수소 개별 허가
- 중국과 대만 등은 AG 참여하지 않아도 불화수소 포괄허가
- 日, 불화수소 北은 ‘치 지역’ 韓은 그 아래 ‘리 지역’ 배치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인 송기호(57) 변호사가 10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정부의 불합리한 불화수소 수출 조치를 규탄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7월 10일부터 일본 안전보장무역센터(CISTEC)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관련 자료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해당 자료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일본 언론의 수출 규제 조치 보도에 문제가 있어 바로잡는다는 취지를 담았다. 한국에 불화수소 등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이 자국의 잘못된 언론 내용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가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송기호 변호사가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중국·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같은 수출 규제라는 말은 모순”

경제산업성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대한민국을 불화수소 수출 일반 허가 국가에서 개별 허가 국가로 바꾼 조치는 중국과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같은 수준의 수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송기호 변호사는 이러한 일본 정부 측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이 중국과 대만 등을 대상으로 불화수소를 수출할 때는 개별 수출 허가가 아니라 일반 허가(일반포괄허가·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불화수소 수출 규제 조치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 지역' 에 속했다. 반면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하 지역②' 등급에 위치했다. (자료=송기호 변호사)
대한민국은 불화수소 수출 규제 조치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 지역' 에 속했다. 반면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하 지역②' 등급에 위치했다. (자료=송기호 변호사)

일반 허가의 경우 일본 기업이 한 번 수출 허가를 받으면 3년 동안 다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개별 수출 허가의 경우 규제 품목이라면 수출하는 건마다 △제품명 △판매처 △사용목적 △수량 △무기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란 서약서 등을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신청부터 허가까지 90일 정도가 소요된다.

송기호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화학무기 국제 통제 시스템’, 이른바 AG그룹 참여국인데 개별 허가를 받고 중국과 대만 등은 AG그룹 참여국이 아닌 데도 일반 허가를 적용 받는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 불화수소 수출이 동일한 절차를 따른다고 하는 왜곡 홍보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개별 허가에서 포괄허가로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한국과 일본의 WTO 양자협의 절차가 시작되는데 일본 정부는 WTO에 이런 차별과 모순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고 잘못된 정보에 노출된 일본 국민들에게도 일본 정부가 조치하고 있는 부당한 차별 정책을 고백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의 WTO 양자협의는 오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다. 앞서 지난 9월 11일 한국 정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하면서 일본 정부에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전달했다. WTO 분쟁해결양해 규정에 따라 양자협의 요청 후 30일 내 또는 양국이 별도로 합의한 기간에 양자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세계 유일 불화수소 수출 ‘리 지역’ 대한민국, 북한과 동급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7일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면서 백색국가라는 명칭을 없애고 A, B, C, D 등 네 단계로 수출 규제를 적용한다고 공표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에 따라 기존 백색국가에 속했던 미국과 영국, 독일 등 26개 국가는 A그룹에 속하고 한국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수출 규제국인 B그룹에 속하게 됐다.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매트릭스 표. 20킬로그램 이상 불화수소 수출(위)과 20킬로그램 미만 불화수소 수출(오른쪽)에 대해 중국이 속하는 '하 지역②'(동그라미)의 경우 20킬로그램 이상 불화수소 수출에는 '특정' 수출 등급이 적용된다. 또 20킬로그램 미만 불화수소 수출에는 '특정일반' 수출 등급이 적용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속하는 '리 지역'(직사각형)에는 중국과 달리 '특정'과 '특정일반' 등 수출 등급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료=송기호 변호사)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매트릭스 표. 20킬로그램 이상 불화수소 수출(밑줄 위)과 20킬로그램 미만 불화수소 수출(밑줄 아래)에 대해 중국이 속하는 '하 지역②'(동그라미)의 경우 20킬로그램 이상 불화수소 수출에는 '특정' 수출 등급이 적용된다. 또 20킬로그램 미만 불화수소 수출에는 '특정일반' 수출 등급이 적용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속하는 '리 지역'(직사각형)에는 중국과 달리 '특정'과 '특정일반' 등 수출 등급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료=송기호 변호사)

B그룹인 한국이 B그룹보다 엄격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받는 C그룹 중국보다 더 큰 규제를 받는다. 한국이 불화수소 수출 등급에서 ‘리 지역’에 속한 까닭이다. ‘리 지역’에만 속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송기호 변호사는 “세계 어느 나라도 ‘리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없고, 포괄허가가 박탈된 점만 보면 한국과 북한을 거의 동급으로 보고 있다”며 “‘리 지역’이라는 틀 자체가 굉장히 차별적인 조치임에도 일본 정부 문서에서는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며 차별을 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일본에 방문해 일본 시민사회와 협의했지만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이러한 부당한 차별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일본 국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 해당 내용을 일본 언론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송 변호사는 “이런 노력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이 인권 중심 프레임으로 복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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