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침체된 출판 만화의 대안으로 자리 잡은 ‘웹툰’은 만화 같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조 원대를 바라보는 시장 규모를 비롯해 ‘웹툰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발굴했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새로운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급격한 성장 이면에는 불편한 이슈들이 늘 함께했다. 선정성, 폭력성, 표현의 자유 등 규제 이슈에서부터 전문성 부족,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하는 웹툰 작가 생태계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뉴스포스트>는 눈부신 성장 뒤에 가려진 웹툰의 그늘에 대해 짚어본다.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는 사진. (사진=선초롱 기자)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는 사진. (사진=선초롱 기자)

웹툰은 ‘만화의 디지털화’를 기본적인 포맷으로 삼고 있다. 웹툰을 통해 만화와 작가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좋아졌다고는 하나, ‘만화’의 특성이 가져오는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했다. 선정성, 폭력성, 표현의 자유 논란 등 과거부터 만화계에 있던 ‘규제 이슈’가 웹툰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자율규제 시행…사각지대 여전

웹툰의 선정성, 폭력성 논란은 2012년부터 불거져 나왔다. 만화라는 특성상 주제 및 연출이 자유로워 학원폭력 등 일부 잔인한 내용이 가감 없이 나오면서 웹툰 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 당시 웹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가 체결한 ‘웹툰 자율 규제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에 근거해 ‘자율 규제’ 형태로 성인인증을 통해 청소년 유해물에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원폭력과 관련된 웹툰은 대부분 아무런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였다. 이에 한국만화가협회는 2016년 웹툰 자율 규제위원회를 설립, 방심위 등 다양한 경로로 접수된 웹툰 관련 민원을 심의한 뒤 처리하고 있다.

심의를 위한 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했다. 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협약사가 아닌 업체에서 서비스되는 웹툰에 대한 자율 규제는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곳은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레진, 미소설, 미스터블루, 배틀코믹스, 저스툰, 케이툰, 탑툰, 투믹스 등 10개 업체다. 특히 위원회와의 업무협약은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시행된 웹툰에 등급을 표시하는 ‘웹툰 등급제’에 대한 실효성 여부 논란도 여전하다. 웹툰 등급제는 전체 연령과 성인등급으로만 구분되던 웹툰에 12세, 15세 이상 등의 등급을 추가해 총 4개 연령등급을 도입하는 제도다. 연령등급은 주제, 폭력, 선정성, 언어, 약물, 사행성, 차별, 모방 위험의 8가지 기준으로 웹툰의 등급을 매기게 된다. 그러나 자율 규제인 만큼 성인인증이 필요한 19세 이용가를 제외하고는 감상 연령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 논란

웹툰이 가진 ‘표현의 자유’에서 나오는 논란도 여전하다. 웹툰은 순수 창작물이기 때문에 작가별로 각기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게 되는데, 이때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5월 네이버 웹툰 <복학왕>에서는 청각장애인 희화화 논란과 여성 비하 논란이 일었고, 태국 웹툰 <틴맘>에선 10대의 임신이라는 소재를 너무 가볍게 다룬다는 점과 여성 주인공을 묘사할 때 가슴, 엉덩이를 클로즈업하는 묘사 방법으로 성적 대상화가 강하게 담겨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복학왕> 작가인 기안84는 사과문을 통해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라며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틴맘> 논란에 대해선 네이버 웹툰 측이 작가의 말 코너를 통해 “해당 작품은 태국 연재 이후 글로벌 독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어 한국으로 연재를 확대하게 된 작품”이라며 “보내주신 다양한 의견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고민해 표현 등에 거듭 유의하도록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웹툰은 창작의 고유 영역으로 문제가 될 경우 작가나 플랫폼에서 알아서 주의를 할 것이라는 의견 외에도, 혐오 표현 등 논란에 대해서 1차로 거르지 않은 플랫폼의 문제라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가치판단이 명확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웹툰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작가와 플랫폼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웹툰 작가 양극화 심화

웹툰 작가의 수익 양극화에 대한 부분도 문제로 꼽힌다. 네이버 웹툰은 소속 웹툰 작가의 평균 수입을 공개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수입 공개는 웹툰 작가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웹툰 IP를 활용한 드라마·영화가 흥행하면서 원고료 외에 스타 웹툰 작가의 부가적인 수입도 상당할 것이란 관측은 웹툰 작가의 이미지마저 변화시켰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의 얘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웹툰 작가 5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작품을 연재한 웹툰 작가 중 50.1%의 지난해 수입은 3,0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 1,00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남성 8.3%, 여성 7.4%로 확인됐다. 특히 창작 활동을 하는 중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창작 활동 시 경제적 어려움’(50.2%) ‘차기작 준비 중 경제적 어려움’(46.2%) ‘휴식시간 부족’ 등을 창작활동의 애로사항(중복 응답)으로 꼽았다.

2018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2018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등 웹툰 플랫폼에서 퇴출된 웹툰 작가의 경우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어느 한 웹툰 작가는 플랫폼에서 퇴출된 이후 현재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웹툰을 연재하고 단행본을 발행해 수입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예약을 통한 단행본인 탓에 수량은 많지 않은 것은 물론, 웹툰 관련 굿즈(goods·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를 기획해도 수요가 많지 않아 취소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외에 제작사와 체결하는 계약서에 대한 불공정한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 작가 계약은 만화 분야 표준 계약서를 활용하는데, 부속합의서를 통해 2차적 저작권과 해외 연재 등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2차적 저작권과 해외 판권이 제작사에 유리하게 체결되는 불공정 계약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에 응한 웹툰 작가 중 53%가 계약 시 불공정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중 26.2% 2차적 저작권과 해외 판권과 관련 불공정 거래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불공정한 계약조건 강요(15.8%), 적정한 수익배분을 받지 못하거나 제한·지연(13.8%), 계약서에 포함된 전문용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계약 진행(13.6%)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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