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조유라 인턴기자] [명사] 카공족[카공:족]: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카페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대학가의 카페를 가면 조별과제나 시험공부를 하거나, 혹은 간간이 자격증을 공부하는 학생까지 볼 수 있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카공족‘에 대해 다뤄왔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은 늘 갈렸다. “공부할 거면 도서관을 가야지 왜 카페를 오냐”와 “내가 내 돈 내고 카페에서 공부한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의견이 맞선다. 그렇다면 카공족은 왜 도서관이나 독서실을 두고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걸까. 카공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집은 공부가 안되고 도서관은 눈치가 보여요”

강주은(24) 양은 “집에 있으면 자꾸 눕고 싶고 다른 짓을 하고 또 개인적으로 도서관의 텁텁한 공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카페에서 공부를 주로 한다”고 밝혔다. 노희은(22) 양 또한 “도서관은 어떤 소리도 내면 안 될 것 같고, 졸거나 화장실을 왔다갈 때 눈치 보이고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나라(22) 양 또한 “노트북을 자주 쓰는 편인데 도서관에서는 자판 두드리는 소리조차 크게 느껴지는 공간이라 카페를 간다”고 말했다. 정예진(21) 양은 “요즘엔 백색소음이라고 유튜브에도 많이 올라와있던데, 카페가 딱 적당히 시끄럽고 잔잔한 노래도 나와서 맘 놓고 공부하기 편한 것 같다. 카페에서는 암기 과목을 주로 공부하는 데 직접 쓰고 말하면서 외워야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공부법이다“라며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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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학의 소비자연구저널에 따르면 적당한 수준의 주위 잡음이 공부 효율을 높인다고 한다. 카페에서 들리는 커피 내리는 소리, 사람들의 가벼운 잡담, 음악소리가 집중을 도울 수 있다는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다. 집에서처럼 늘어지지는 않으면서 도서관처럼 예민하고 긴장된 상태도 아닌 그 둘의 적절한 중간지점에서 공부를 하고자 카페를 가는 것이었다.

이 조명, 온도, 습도... 이런 카페가 공부하기 좋아요

카페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두는 기준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우선적으로 돌아온 공통된 답변은 ‘콘센트의 유무’였다. 태블릿PC와 노트북으로 강의를 듣거나, 필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공부를 할 때도 역시 전자기기를 이용하다보니 콘센트는 ‘카공족’의 필수요소가 된 것이다. 또한 ‘사장님의 눈치가 안 보이는 자리‘를 두 번째로 꼽았다. 원지혜(23) 양은 “프랜차이즈인 경우에는 크게 상관하지 않으나 개인 카페의 경우에는 사장님 눈치가 보일 것을 고려해 일부러 복층 카페를 가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노희은(22) 양 또한 “파티션이 많아서 나를 사장님 시야에서 가려주는 자리에 앉는다”고 전했다. 덧붙여 “중·고등학교의 근처거나 교회 근처를 피해 주 고객층이 20대 30대인 카페를 간다”며 그 이유는 “중·고등학생과 교인들 모두 서로 이미 친한 상태에서 오기 때문에 그들이 오면 시끄러워서 공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 밖에도 ‘카공족’들은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를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정 양은 “너무 가까우면 공부하다가도 집으로 달려가고 싶고. 적당히 먼 곳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차가 끊기면 어쩔 수 없이 첫 차 시간까지 더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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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카페 선정 요소로는 조명, 의자 상태, 책상 상태, 카페 안에 있는 화장실 등이 있었다. 이나라(22) 양은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 높은 의자와 낮은 탁자를 구비한 카페는 되도록이면 피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인테리어에 조명을 조금만 갖춘 카페는 가지 않는다. 탁자가 흔들리면 집중이 되지 않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팔에 힘을 줘야 함으로 자리에 앉기 전에 탁자의 흔들림 상태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사각테이블과 원형테이블 중에서는 사각테이블이 더 넓은 공간을 이용하며 공부할 수 있기에 사각테이블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블루보틀의 경우 ‘카공족’의 특성을 파악해 일부러 낮은 탁자를 구비하고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없앤 카페다. 반면 커피빈은 초기에 같은 운영 방침을 두었다가 최근에는 콘센트를 늘리고 탁상을 바꾸는 등 ‘카공족’고객을 이끌려는 모습을 보인다.

음료와 탁자, 의자와 조명 모두 ‘카공족’의 니즈를 파악해서 만든 ‘카공족‘을 위한 스터디카페도 학원가를 중심으로 많이 생기고 있다. 일반카페와 달리 스터디카페는 2시간에 3000원, 4시간에 5000원 등 이용 시간에 따른 가격이 정해져 있다. 카페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용료에 프린트 무료 사용 및 커피와 음료 이용 금액도 포함되어 있으며 저렴한 가격이나 쾌적한 시설로 보았을 때에는 일반 카페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스터디카페보다 일반카페를 더 선호하는 사용자들도 있었다. 강주은(24) 양은 “스터디카페는 말 그대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 가는 곳이라 조용하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중얼거리거나 설명하듯 외는 것이 공부법이라 일반카페에서 공부한다“며 “이런 부분이 일반 카페에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스터디카페에서는 눈치가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또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일반 카페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박혀있어 잘 안 가게 된다”고 밝혔다. 원지혜(23) 양 또한 “몇 번 방문해보니 스터디카페는 ‘카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도서관만큼이나 조용히 이용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혼자 공부할 때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공부하는 편인데다가,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부해야할 때에만 외부의 공간에서 공부를 하는데 스터디카페에서는 일행과 가서 이야기하며 공부하기에도 적합하지 않고, 혼자 가서 금액을 지불하고 공부하는 것도 내 공부방식과 맞지 않아서 자주 이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신은 민폐 ‘카공족‘인가요?

주변인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그들만의 철칙도 있었다. 노(22) 양은 “수험생 시절에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가 같은 건물에 있는 국밥집에 가서 급하게 끼니를 때우고 다시 돌아와서 공부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예진(21) 양은 “샌드위치나 스프를 파는 카페에서는 식사까지 함께 해결하고, 카페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면 짐을 챙겨서 나온다. 시험기간엔 카페에서 빈 자리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짐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리들을 발견하면 서럽기 때문에 ‘나는 안 그래야지.’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맡아두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자리를 맡아두고 오랫동안 비우는 게 민폐인 걸 알기 때문에 대부분은 가방으로 자리를 맡아두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자 또한 카페에서 기사를 쓰고, 책을 읽고 공부하는 ‘카공족’인지라 사장님과 알바생을 의식하면서 공부, 일을 하게 된다. 괜히 ‘카공족’ 관련 기사라도 읽게 되면 기사 내용을 기억해 뒀다가 그런 민폐고객은 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보통 3~5시간 정도 카페에서 머물다가 그 이상으로 시간이 흐르게 되면 추가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해야 눈치가 덜 보인다. 만약 일찍 자리를 비웠다면 그 자리에 앉을 다른 고객이 뭐라도 주문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카공족’들은 공부를 하다가 괜히 눈치가 보여 음료나 디저트를 추가로 시켜서 좀 더 머물거나, 애초에 가격대가 있는 세트메뉴를 시켜 오래 앉아 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카공족‘이 많아지면서 학습활동의 자제를 부탁하는 안내문이 붙은 여러 카페도 볼 수 있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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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관계자가 보는 ‘카공족’은 어떨까? 동네 카페와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알바를 하는 김수아(21), 고지현(23), 24시간 프렌차이즈 카페의 야간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송의정(23) 양과 ‘카공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카페 관계자가 보는 ‘카공족’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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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간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 한 김수아(21) 양은 ‘카공족‘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고 밝혔다. ‘카공족’들이 알바생과 사장님을 의식하면서 공부하지만 정작 알바생은 다른 손님의 음료도 만들어야 하고 빈 테이블 정리도 해야 하고 다른 일거리가 많아 카페를 사용하는 손님에 대해 별 다른 생각이 없는 것이다. 카페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는 고지현(23)양은 “같은 학생이라 카페에서 공부하는 손님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라 밝혔다. “일하는 카페가 바쁜 편도 아니고 외딴 곳에 있는 카페라 사장님 또한 오히려 ‘카공족’을 보면 우엉, 결명자, 당귀를 우려 만든 서비스 음료나 고객이 좋아했던 다과 등을 기억해두었다가 더 챙겨주며 단골로 유지하려하신다”고 덧붙였다. 카페 매니저인 송의정(23)양은 ”열심히 공부하다가 가는 ‘카공족’을 보면 모두들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산다고 느끼며 시험기간에 ‘카공족‘고객들이 많이 오면 일부러 가사 없는 음악에 음료 만드는 소음이나 청소를 신경 쓰는 등 배려한다”고 말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카페 알바를 하며 겪은 ‘민폐 카공족’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 달라고 했다. 고(23) 양은 “첫 알바를 했던 곳이 디저트 전문 카페라서 ‘카공족’이 많지는 않았지만 딱 한번 8명의 단체 손님이 와서 테이블 다섯 개를 붙여놓고서는 2000원짜리 할인음료를 두 잔만 시켰다. 자리를 떠난 뒤에는 무료로 제공하는 음용수와 얼음이 바닥에 쏟아져있고 테이블에는 휴지가 나뒹굴고 있어 치우는데 고생했었다”고 전했다. 김수아(21) 양은 “업무를 보러 오신 분 같았는데 카운터로 오더니 ‘카페가 너무 시끄러우니 조용히 시켜 달라‘며 화내는 손님이 있었다”고 전했다. 카페의 경우 수다를 떠는 손님, 음료를 만드는 소리 등으로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매장이 시끄럽다고 해서 카페 관계자가 별도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기 때문이다. 덧붙여 “지우개똥과 같은 쓰레기 좀 안 남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23) 양 또한 “자신이 가지고 온 복사용지는 자신이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복사용지의 경우 자리를 맡아두는 용도인지, 쓰레기인지 헷갈리기 때문에 특히 청소를 할 때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또한 “단체로 공부하러 오면 종종 자리에 가방만을 둔 채로 외출을 하는데, 다른 손님이 자리가 비워진 게 아니냐며 치워 달라고 해서 난처했던 적이 있다”며 가방 하나로 장시간 자리를 맡는 행위는 피해달라 전했다.

‘카공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김(21) 양은 “알바입장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눈치가 보여서 또 디저트나 음료를 안 시켜도 괜찮다”고 전했다. 카페 입장에서 회전률이 낮으면 손해이지 않냐고 묻자 송(23) 양은 “카페에 손님이 아무도 없어 썰렁한 것 보단 오히려 ‘카공족’몇 명이 있을 때 손님이 들어오는 것 같고, 음료 한 잔의 가격 안에 자리세랑 인건비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1인 1음료를 주문하는 정도의 매너를 지켜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카페는 카페이지 공부하기 위한 독서실은 아니기 때문에 남들 시끄럽다고 눈치주거나 조용히 해달라는 요구는 들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근래에는 많아진 ‘카공족‘들을 위해 공부하기 좋게 마련된 자리들이 있는 카페들이 많다. ‘카공족‘을 바라보는 시선중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공부를 한다며 혼자 넓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하루 종일 그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혹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임에도 다른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거슬린다고 눈치를 주는 ‘카공족‘도 있다. 분명 좋게 보이는 카페 이용객은 아닐 것이다.

카페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고 ‘카공족‘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기억하자. 서로의 에티켓을 즐기며 카페를 이용할 때, 카페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자신에게도 집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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