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2000년대 출생 ‘밀레니얼세대’/자율성·관계성·유능성 가치관 공유/‘소황제·해외경험·인터넷·IT’가 밀레니얼세대 키워/4차 산업혁명 시대 밀레니얼세대 기업 생존/정부 조직도 밀레니얼세대 가치 받아들여야/후배 ‘칼퇴’가 불편한 당신? ‘꼰대’입니다/밀레니얼세대, 자기만의 가치관 몰두하는 ‘젊꼰(젊은 꼰대)’ 경계해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회의 준비 때문에 1시간 일찍 출근했는데 1시간 일찍 퇴근하는 건가요?” “점심 안 먹고 헬스장 갈 건데요.” “학원 때문에 저녁 회식 참석이 곤란합니다.” 

강소엽 HSG 교수는 이 같은 신입사원의 말에 입술을 비집고 불편함이 튀어나오는 관리자라면, ‘밀레니얼세대’의 가치를 존중할 줄 모르는 ‘꼰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한 이들을 가리키는 밀레니얼세대라는 개념은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지난 1991년 펴낸 책 <Generations: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밀레니얼세대는 인터넷과 IT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뉴스포스트>는 14일 서울 중구 동호로에 위치한 HSG 본사에서 강소엽 교수를 만나, 밀레니얼세대를 위한 건설적인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 교수는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선 밀레니얼세대의 가치관으로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소엽 HSG 교수가 밀레니얼세대 조직문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강소엽 HSG 교수가 밀레니얼세대 조직문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밀레니얼세대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눈 욕구 단계이론을 말했다. 다양한 인간의 욕구를 세 가지로 정리하자면 자율성(autonomy)과 관계성(relatedness), 유능성(competence)으로 나눌 수 있다. ARC라고 한다. 결정권을 갖고 업무를 하면서 성장하고, 그 성과를 관계를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이다.”   

-ARC는 밀레니얼세대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ARC는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다. 밀레니얼세대는 그 욕구를 거리낌 없이 추구한다는 게 다른 세대들과 다르다. 나는 X세대에 속하는데, X세대도 조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말 만만치 않은 세대였다. (웃음) 자동차 키로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니면서 ‘요즘 이게 멋이에요’ 그러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X세대는 생계를 위해 조직에 들어간 뒤로는 조직의 완고한 수직 체계에 순응하고 융화했다.”

-다른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세대가 ARC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밀레니얼세대 성장 배경에 이유가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외동이 많다. 부모님과 주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소황제로 살아온 것이다. 조직에 들어가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자 한다. 또 밀레니얼세대는 해외 경험을 하는 나이가 빨라졌다. 조직의 방식을 세계 여러 문화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첨단 IT 기기가 익숙한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이 그들을 조직과 융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밀레니얼세대는 지나치게 똑똑하다. 스마트폰 하나면 지구촌 모든 정보를 얻는 시대에 불합리한 지시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다. 이들은 왜 일이 없는데 밤 10시, 11시까지 사무실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다.”

-신입사원으로 들어간 밀레니얼세대의 퇴사 비율이 높다. 줄일 방법이 있을까.
“예전에는 ARC 욕구를 존중하지 않아도 수직 체계가 워낙 잘 돌아갔기 때문에 퇴사가 적었다. 하지만 기존 톱-다운(top-down) 방식 조직문화는 불합리함을 참지 못하는 밀레니얼세대를 퇴사로 내몰고 있다. 회사를 다니며 강연을 하다 보면 ‘우리 회사 직원들은 의욕 없는 좀비 같다’고 말하는 사장님, 대표님들이 있다. (웃음)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처음 들어올 때 뜨겁지 않은 사람 없다. 면접에서 눈이 빛나지 않는 사람 없다. 그런 사람 뽑았는데 좀비가 됐으면 조직문화를 돌아봐야 한다’고. 퇴사를 줄이기 위해서나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나 밀레니얼세대의 ARC 욕구를 충족하는 게 중요하다.”

-조직이 밀레니얼세대에 맞추라는 말인데. 그 당위를 말한다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는 40살 이하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다. 어느 조직이든 이들이 실무자고 이제 관리자가 된다. 밀레니얼세대 가치관은 시대의 흐름이다. 또 지구촌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혁신을 맞이하고 있다. 창의적인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선 기존 수직 체계로는 부족하다. 세계를 바라보는 넓은 시각을 갖고 첨단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밀레니얼세대가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이 변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ARC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밀레니얼세대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ARC는 자율성부터 시작된다. 여러 기업을 찾아 강연을 하면 대표들은 권한 위임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실무자들은 ‘우리 대표님 권한 위임 안 한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 (웃음) 사실 권한을 위임한다고 하고선 일만 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일을 할 때마다 ‘팀장님, 이거 맞아요? 이거 틀렸어요?’라고 계속 확인하고 보고하는 건 권한 위임이 아니다. 일을 떼어 주면서 의사결정권까지 줘야 진짜 권한 위임이다.”

-권한 위임을 했는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하나. 권한 위임의 책임 소재가 애매한데.
“실무자가 독박 쓰고 전부 다 책임져야 할까?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런 사례가 많다. 한 번 프로젝트에 실패를 하면 낙인이 찍힌다. 평생 고과에 반영이 되고 다른 TF 팀에 들어가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임원들도 권한을 위임받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권한을 위임했는데 성과가 좋지 않았다면 권한을 위임해준 관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권한 위임을 할 때 가이드라인을 함께 줘야 한다. 무조건적인 권한 위임은 방종이다. ‘내가 이 정도 권한을 위임해줄 테니, 이 정도 성과를 기대한다’고 가이드라인까지 줘야 하는 것이다.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은 관리자가 지고, 그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책임은 실무자가 지는 식이다.”

-‘권한 위임’과 ‘가이드라인’은 상호 모순된다. 자유를 주면서 구속하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권한 위임을 할 때 중요한 게 있다. 일이 능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눠서 권한 위임의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일이 능숙한 고성과자는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받으면 의욕적으로 일한다. 고성과자가 사직서를 던지는 순간은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관리자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참견하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를 할 때다. 자율성을 침해하는 순간 고성과자는 의욕을 잃는다. 반대로 일이 아직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권한을 위임하기 전에 가이드라인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들에게 피드백(feedback)보다 중요한 것은 피드포워드(feed forward)다. 관리자는 이들이 겪을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업무의 방향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높은 성과를 거두는 팀에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고 밝혀냈다. (사진=fotolia)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높은 성과를 거두는 팀에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고 밝혀냈다. (사진=fotolia)

-권한 위임에 대한 실제 조직의 사례가 있다면.
“구글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라는 사내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를 했다. ‘전체의 합은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고 말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름을 땄다. 최고의 인재가 모인 구글에서도, 어떤 팀은 다른 팀보다 월등히 성과를 낸다.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4년 동안 통계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등 전문가들이 구글 180여 개 팀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높은 팀이 성과를 잘 냈다는 게 밝혀졌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어떤 의견에 대해서도 팀원들이 우습게 보거나 무시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말한다. 심리적 안전감을 위해 구글은 엉뚱한 의견처럼 들리더라도 권한 위임을 통해 시도하고 실패도 한다. 실패 기준치가 낮기 때문에 팀원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낀다.”

-밀레니얼세대 조직문화를 가진 우리나라 기업 사례도 있나?
“SK하이닉스와 금융 서비스인 토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실패를 자랑하는 ‘실패 콘테스트’를 2018년부터 실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서로 실패한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실패 사례를 서로 공유하면서 실패에 대한 기준치를 낮추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구글과 비슷하다. 또 토스는 밀레니얼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성의 가치를 ‘삼진아웃제’로 실현하고 있다. 일종의 도편추방제인데, 동료가 동료를 평가해서 무임승차자를 걸러낸다. 관리자들은 누가 업무를 태만하게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동료 평가에서 처음 뽑히면 옐로카드, 두 번째 뽑히면 옐로카드와 함께 직무가 바뀌고, 세 번째 뽑히면 회사 측에서 ‘귀하께서는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는 통보가 간다. 직원들이 굉장히 만족해하는 제도라고 한다.”

-사기업의 경우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나 공기업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돼,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한가하다. 밀레니얼세대 정부 조직 개선에 대해 말한다면.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여러 정부 부처가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비슷한 정책을 중복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 장관이 자기 부처 일만 본다. 지금도 사정이 비슷할 거다. A 부처에서 1년 동안 하고 있는 정책을 B 부처에서 보고는 ‘어? 여기서 이거 하고 있어요? 우리도 했는데요’ 이런 게 많다.”

-정부 부처 간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렇다. 소통 부재로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A 부처에서 정책을 한 뒤에 ‘이런 게 아쉬웠다’라고 타 부처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부처의 실패 사례가 공유가 안 되는 거다. 부처 간에도 소통이 안 되지만 같은 부처 내에서도 소통이 안 됐다. 그래서 A 부처에서 실패했던 정책을 B 부처에서 비슷하게 다시 하고. 국민을 지원하는 게 정부인데 어떻게 따로 하나. 전부 다 유기적으로 해야지. 예를 들어 AI만 하더라도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전부 관계 부처인데 각자 따로따로 하면 일이 중복돼 먹거리 창출이 어렵다. 밀레니얼세대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정보의 유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정보의 공유와 설명이라는 밀레니얼세대 가치관을 실현해야 한다.”

강소엽 교수는 밀레니얼세대에게 '젊꼰'이 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강소엽 교수는 밀레니얼세대에게 '젊꼰'이 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혹시 내가 ‘꼰대’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꼰대 판별법을 알려준다면.
“간단하다. ‘회의 준비 때문에 1시간 일찍 출근했는데 1시간 일찍 퇴근하는 건가요?’ ‘점심 안 먹고 헬스장 갈 건데요.’ ‘학원 때문에 저녁 회식 참석이 곤란합니다.’ 등등 신입사원의 말이 거슬린다면 꼰대일 확률이 높다. 1시간 일찍 출근하면 1시간 일찍 퇴근하는 게 사실 합리적이지 않나? 시대가 바뀌었다. 퇴근시간 이후로는 ‘칼퇴’를 하든 뭘 하든 사적인 시간이다. 점심시간도 이 친구가 점심에 나가서 헬스를 하든지 뭘 하든지 다 법적으로 보호되는 사적 시간이다. 이런 부분을 불편해하면 안 되고 건드려서도 안 된다.”

-밀레니얼세대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밀레니얼세대에 앞서 살아온 세대들이 이뤄낸 것이 있다. 풍화작용을 거쳐 퇴적층처럼 쌓인 조직문화가 맞든 틀리든 그것에 대해 존중할 필요가 있다. 내 말과 행동,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신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만 옳다는 아집은 밀레니얼세대를 젊꼰(젊은 꼰대)으로 만든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터부시하고 배척한다면, 그건 세대와 나이에 상관없이 가장 위험한 꼰대다. 밀레니얼세대는 똑똑하니까, 사고의 유연함까지 갖추기를 기대한다.”


※ 강소엽 HSG 교수 이력
現 HSG(휴먼솔루션그룹) 전문교수
現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KPC) 
前 인컴브로더 이사
前 마콜커뮤니케이션컨설팅 이사
前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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