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AI면접관이 내놓은 의외의 결과
[체험기] AI면접관이 내놓은 의외의 결과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9.10.1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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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면접 도전한 기자...“영업직 적합도 80%?”
국내 기업, AI면접 도입↑...스펙 아닌 업무 적합성 본다
AI면접 도입 업체, 취준생 불만에 “학원 다닐 필요 없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들의 인사채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학벌이나 ‘스펙’ 등을 고려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개인의 성과 역량을 보겠다는 게 기업들의 요구다. 이런 상황에서 뇌신경과학 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인공지능 면접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마이다스아이티 본사. (사진=이별님 기자)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마이다스아이티 본사. (사진=이별님 기자)

출신 대학과 학점, 토익, 토플 등은 취업준비생들이 원하는 직종에 입사하기 위한 필수 스펙이었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취업준비생들 간의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고스펙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학벌과 어학 시험 성적만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기 힘들어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IT 업체 마이다스아이티가 지난해 3월 보급한 AI(인공지능)면접 시스템은 새로운 고용 트랜드로 등장했다. AI면접은 구직자가 면접관과 대면하면서 진행되는 일반적인 기업 면접과는 달리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는 방식이다. 헤드셋을 끼우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면접에 임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에 따르면 AI면접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의 수는 점점 늘고 있고, 향후 더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금융계나 공기업 등 170개의 업체가 AI면접을 도입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준비해야 할 게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AI면접 채용 ‘신풍속’은 달갑지 않은 변화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AI면접을 준비하는 학원 강좌까지 생겨나고 있다.

AI면접은 기업들에 원하는 인재상을 알맞게 찾아 주고 있는 것일까.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AI면접에 대한 사전 경험이 전혀 없는 본지 소속 기자들은 새로운 고용 트렌드에 호기심이 생겼다. AI면접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본사를 방문했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본사에서 본지 취재진이 AI면접에 응시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1일 경기 성남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본사에서 본지 취재진이 AI면접에 응시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AI면접, 진행 방식은?

본지 취재진은 마이다스아이티 측에서 제공한 노트북과 마우스, 헤드셋을 이용해 AI면접에 응시했다. 마이다스아이티 영업/마케팅 직군이다. 실제 취업준비생들은 자택에서 카메라가 내장된 노트북,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 마우스 등을 갖추고 면접에 임한다.

기기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안면과 음성이 명확하게 인식됐는지 등 기본적인 확인 과정을 거치면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된다. 일반 대면 면접과 비슷하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본인 장단점, 영업 동기 등을 물어본다. 질문에 대답하기 전 생각하는 시간에 30초, 답변 시간에는 90초의 여유를 준다. 간단한 답변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답변을 마치면 ‘성향파악’ 단계가 시작된다. 인·적성검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향 질문 100가지에 답하면 된다. ‘나는 좀처럼 분노를 참기 어렵다’. ‘나는 상식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등의 질문이 있다. 기자는 면접에서 유리한 점수를 내기 위해 일부 문항에는 거짓 답변을 하기도 했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기자의 거짓 답변과 같은 면접 응시자의 ‘뻔한’ 속임수는 AI면접 시스템이 쉽게 간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응시자들이) 자신의 실제 성격과 달리 좋은 답변만 골라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문항 중간중간 ‘속임수 질문’을 넣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향파악 단계 다음은 임기응변 능력을 살펴보는 ‘상황대처’ 단계다.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이 일어났음을 가정해 응시자가 직접 상황극을 펼치는 방식이다. ‘직장 동료가 법인카드로 사적인 물품 구배한 사실을 두고 상사가 추궁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등 이색적인 질문이 나왔다. 마치 배우처럼 연기해야 하는 점 때문에 다소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된 단계는 10가지 역량 게임을 완수하는 단계였다. 문제의 난이도는 다양했다. 난도가 낮은 게임은 손쉽게 풀 수 있었지만, 높은 게임은 방법도 제시간에 파악하지 못했다. 어떤 게임은 모든 답을 마구잡이로 찍어서 끝낸 경우도 있었다. 관계자는 “뇌과학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인간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성향과 역량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게임”이라며 “그래서 게임을 AI면접 과정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단계가 끝나면 성향과 역량에 대한 질의응답이 나온다. 이것으로 AI면접은 마무리된다. 면접에만 총 1시간 16분이 걸렸다. 난도가 높은 게임을 모두 마치고 나니 진이 빠졌다. 자세는 초반과 달리 흐트러졌고, 집중도 역시 떨어졌다. 다만 현직 기자가 아닌 취업준비생 신분이었다면 훨씬 집중력도 좋고, 응시에 임하는 자세도 더욱 성실했을 거란 짐작이 든다.

사전 준비를 하지 않았던 기자는 B-(보통 하) 점수를 받았다. 전체 평균 점수인 B(보통 중)보다 낮은 수치였다. 영업/마케팅 직군에는 80%의 적합도가 나타났다. AI면접은 기자를 겸손하고, 감정을 잘 파악하고, 꾸준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의욕이 없고, 처세가 서툴다고 나타냈다. 음성 답변에서 수차례 버벅거린 점이 단점으로 작용한 듯 보인다.

다만 관계자는 AI면접은 ‘잘 봤다’와 ‘못 봤다’로 나뉘는 개념이 아니라고 전한다. 그는 “해당 기업 또는 직군에 응시자를 ‘추천한다’와 ‘추천하지 않는다’로 나뉜다”며 “기자분들은 보통 연구직이나 경영지원군보단 영업/마케팅 직군에 좀 더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 결과에 약점이 나온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며 “약점과 강점이 조화를 이루면 성과가 나오기도 해 약점 때문에 꼭 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본사에서 AI면접에 응시한 본지 취재진.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1일 경기 성남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본사에서 AI면접에 응시한 본지 취재진. (사진=이별님 기자)

“학원·인강 필요 無”

관계자는 AI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면접에 응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AI면접에서는 ▲ 하루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 응시하기 ▲ 감정적으로 평온한 상태에서 응시하기 ▲ 중간에 집중력이 깨지지 않도록 몰입 가능한 환경에서 응시하기 등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면접에 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관계자는 “(면접에서) 얼굴에 68개의 포인트를 찍어 표정 변화, 목소리 톤, 속도, 음색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한다”며 “의사 표현과 감정전달, 자신감, 신뢰도 등을 여기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지원 직군이나 영업 직군은 특히 밝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면접 응시자의 외적인 모습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메이크업 상태나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을 기존 대면 면접때 만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다만 관계자는 “응시자의 외모나 기기 성능이 AI면접 점수에 반응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면접 응시 영상을 인사담당자들이 추후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이 좋다”고 조언했다.

카메라나 헤드셋, 인터넷 등 응시 환경 구성요소 역시 AI면접에는 반영되지 않아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안정적이 편안한 상태에서 면접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에 관계자는 익숙한 기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는 “노트북 카메라는 상단 카메라를 추천한다. 하단에 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화면에 얼굴이 잘 나오지 않을까 봐 집중을 못 하게 된다”며 “불안해하며 면접을 볼 바엔 편안하고 익숙한 걸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비슷한 논리로 인터넷은 끊길 위험이 거의 없는 유선이 낫다”며 “무선인터넷도 상관은 없지만, 끊길까 불안해할 바에야 유선이 낫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조명은 어두운 조명보단 밝은 조명이, 이어폰보다는 헤드셋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말투나 목소리 톤은 일반 대면 면접과 마찬가지로 유창한 답변, 자신 있는 목소리, 부드러운 톤이 면접 결과에 좀 더 유리하다고 했다.

한편 관계자는 AI면접 관련 학원 강의나 인터넷 강의 등은 전혀 소용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게임을 어떻게 잘 볼 수 있냐는 질문을 취준생 분들이 종종한다”며 “하지만 게임 결과는 ‘의사정보 유형’과 ‘정보 활용 유형’, ‘집중력 변화 패턴’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등수화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I면접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성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그는 “AI면접을 1차로 보는 기업이 많다. 그래서 취준생들이 학벌이나 스펙 상관없이 면접에 응시할 수 있다”며 “취준생들이 AI면접 때문에 아까운 돈을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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