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천연기념물 336호.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3대가 덕을 쌓아야 그 모습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그 섬. ‘독도(獨島)’.

오는 25일은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독도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정된 ‘독도의 날’이다.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조로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0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16개 시·도 교총, 우리역사교육연구회, 한국청소년연맹, 독도학회와 공동 주체로 선포했다.

한반도 최 동단을 지키던 우리땅 독도는 2019년 현재 한일 양국 간 갈등의 주인공이 됐다. 일본 정부는 독도가 1905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란 이름으로 시마네현에 편입 고시된 자국 행정구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일본 방위백서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외치고 있으며 일본의 청소년들은 현재 왜곡이 담긴 교과서로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잘못된 지식을 배우고 있다. 해외 언론조차 독도를 다케시마 혹은 분쟁중인 섬(disputed island of Dokdo)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뉴스포스트>는 이번 독도의 날을 맞아 독도학교 초대 교장이자 독도가 우리 국토임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를 만나 독도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행동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성신여대 성신관 서경덕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사진=홍여정 기자)
지난 14일 연구실에서 만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진=홍여정 기자)

서 교수의 한국 홍보는 약 25년 전 대학생 시절 유럽여행 때 시작됐다. 여행 중 만나는 서양인들로부터 중국인,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인지도가 낮음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태극기 뱃지 300개를 구입, 다시 유럽으로 날아갔다.

“여행지에서 외국인들을 관찰하니 배낭에 자신들이 놀러갔던 국가의 뱃지를 다 달고 있더라구요. 그 친구들한테라도 태극기 뱃지를 나누어 주며 한번 놀러오라고 얘기했죠. 그 시작이 제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게 될 줄 몰랐어요.”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애국심’은 자연스럽게 ‘독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주구장창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 억지 주장에 우리 정부는 왜 가만히 있는지 그 당시 학생 서경덕은 궁금했다. 고민 끝에 그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계획에 동요하기보다 민간 차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홍보해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자비를 들여 지난 2005년 7월 25일 뉴욕타임즈에 ‘Dokdo is Korean territory(독도는 한국의 영토입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그 해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해이기도 했다.

서 교수의 독도 홍보는 일방적으로 ‘한국 땅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독도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히 대한민국 땅이며 현재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음을 알린다. 또한 ‘문화’를 이용해 남녀노소, 국적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공감 할 수 있는 홍보에 집중한다.

“우리는 독도를 실제 관리하고 있죠. 독도에 오기 위해선 외국인들은 한국땅을 거쳐야 해요. 그런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거죠. 제가 했던 광고들 중 ‘Visit Korea’의 경우 한국에 아름다운 섬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어요. 서해에는 강화도, 남해에는 제주도, 동해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있으니 한국에 놀러 오시라고요. 또 월스트리트 저널 유럽판, 아시아판, 미주판에 전면광고를 낼 당시 포항을 출발해서 울릉도와 독도를 돌아오는 세계국제요트대회가 열렸어요. 그래서 그 스포츠를 통해 홍보를 한 거죠. 이런 문화콘텐츠를 이용한 우리만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래요. 사실 이건 우리나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니까...그래서 일본 우익단체들이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가 봐요.(웃음)”

약 20년간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세계인들에게 알려왔지만 아직도 ‘독도’ 표기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다케시마’와 독도가 함께 표기되는 일이 잦아져 우려된다고 말한다. 서 교수는 올해 제일 문제가 됐던 부분으로 CNN 방송을 꼽았다. 지난 7월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건을 보도하는 화면에 ‘Dokdo island’라는 자막이 정확히 표기됐지만 단 하루 만에 독도와 다케시마가 함께 표기 된 것이다.

“이 부분이 사실 심각한 문제에요. 두 단어를 모두 썼다면 다케시마가 없어져야 하는 게 맞지만 이건 독도라고 제대로 단독 표기된 상황에서 하루 만에 병기 표기가 된 거잖아요. 이건 일본 쪽에서 연락이든 압력이 들어갔다고 저는 추측해요. CNN에 능통한 관계자도 일본 쪽에서 연락이 안 갔으면 하루 만에 바뀌기 쉽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CNN이라는 방송사가 우익 단체 몇 명의 항의로 변경을 할까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 정부도 이의 제기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독도를 지키기 위해선 국민들이 자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홍여정 기자)
그는 독도를 지키기 위해선 국민들이 자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홍여정 기자)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서 교수의 독도 홍보도 시대에 발맞춰 가고 있다. 모든 정보를 포털사이트보다 SNS, 유튜브에서 습득하고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SNS 캠페인을 진행하고 홍보물을 제작해 공유하고 있다.

“이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린다고 피켓 들고 시위할 필요가 없어요. 일본의 억지 주장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없죠. 그냥 우리가 독도에 놀러 가서 재밌게 즐기고 그런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면 돼요. 물론 거기에 #DOKDO나 #KOREA가 붙는 거죠. 그럼 자연스럽게 전 세계인들이 보게 되는 거예요. 독도가 한국 땅인 것을요. 또 생활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일본인들 독도 입도할 때 여권 필요하잖아요? 한국인들은 주민등록증이면 되는걸요. 또 그들은 로밍이 필요하죠. 그런 부분들을 인증해놓고 남기면 정말 좋은 증거가 되는 거예요. 이런 사소한 부분들을 우리가 잘 챙겨나가면 좋겠어요.”

일본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방위백서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앞서 2004년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는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망언하기도 했다. 아베 정부 들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강화되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진입하자 일본 관방장관이 자신들의 영토 침입을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내년 4월부터 일본 초등학생들은 ‘한국이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의 새 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된다. 일본의 심해지는 억지주장과 교육 부분에 대해 서 교수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들이 역사 책에 그렇게 올린다고 해서 외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럼 우리가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을 빨리 찾아서 실행에 옮겨야 해요. 중요한 건 우리가 독도 교육을 더 강화해서 일본이 이런 식으로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교과서에 올려놓는 등 아이들에게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커서 잘못된 교육을 받은 일본인을 만났을 때 자신 있게 제대로 설명해 줄 수만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대응법 아니겠어요?”

서 교수는 이번 주말인 19일 약 50여 명의 SNS 홍보단을 이끌고 독도를 방문한다. 일반인으로서는 제일 많이 방문했을 거라며 뿌듯해하던 서 교수는 항상 갈 때마다 그 뭉클했던 감정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방문을 시작으로 독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예전에는 울릉도를 거쳐 독도에 입도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고 알려졌죠. 들어가면 못나온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고요. 요즘은 육지에서 들어가는 코스도 3개(강릉, 묵호, 포항)나 되고 배 규모도 커지고 울릉도 내 숙박 시설도 많아졌어요. 이런 부분들을 SNS를 통해 알리고 독도를 더 관광지화 해서 외국인들의 한국 필수 여행지에 독도가 추가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이런 것이 가장 실효적 지배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지난 6월말 외국인 대학생들을 선발해 독도 홍보 프로젝트를 펼친 후 찍은 단체사진.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독도 홍보 20년 차. 독도 학교 초대 교장이었던 그에게 독도 수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물었다. 서 교수는 더 많은 국민들의 독도 방문을 부탁했다.

“독도는 우리 땅, 독도를 지키자 등 말로만 하는 것보다 중요한건 행동입니다. 그 행동이란 자주 방문하는 거죠. 가족 여행, 휴가, 학교 수학여행, 기업 연수 등으로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 국민들부터 친숙하게 느끼는 관광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불편함들은 지자체나 정부가 잘 수렴해서 보완해야겠죠. 이런 과정을 거쳐 더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더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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