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은 향후 국회에서 전개될 검찰개혁 여야 협의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현재 공수처 안은 여야에서 각각 한 가지씩 2개 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상태. 같은 사안의 법안 2개가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만큼, 공수처 안을 둘러싼 국회의 논의는 가시밭길이 예정돼 있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그래픽=김혜선 기자)

 

현재 검찰개혁을 위해 지정된 패스트트랙 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바른미래당의 채이배 의원이 발의했고,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다. 같은 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지난 16일 3당의 ‘3+3 회의’ 직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큰 틀의 방향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공수처 안이다. 공수처 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안으로 지정될 때에도 그 내용을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결국 공수처 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 안’과 바른미래당의 ‘권은희 안’ 두 개가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검찰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공조한 바른미래당은 당내에서도 공수처 설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공수처 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된다면 굳이 공수처 안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공수처 안을 발의한 권은희 의원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염려나 독립성에 대한 우려, 기소·수사권 권한을 같이 가짐으로 인한 권력 행사의 우려를 제거한 바른미래당 안으로 공수처 설치에 대한 합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백혜련안과 권은희안 차이점은

민주당의 ‘백혜련 안’과 바른미래당의 ‘권은희 안’은 모두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의 기소 권력을 분산하고 고위 공직자의 비리행위를 감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원래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는 기존 검찰이나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꾸려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 제도는 특정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수사 대상에 대한 국회의 의결과 특별검사 임명절차 등을 거치도록 되어 있어 고위공직자의 비리 행위에 대해서는 그 목적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권은희 안)’이다.

백혜련 안과 권은희 안은 ‘공수처’를 설치해 고위공직자들의 비리행위를 감시하는 내용에서는 틀을 같이한다. 수사 대상도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광역단체장, 교육감, 국무총리,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장성급 장교, 고위 공무원 등으로 같다. 다만 백혜련 안은 수사 대상을 ‘현직’과 ‘퇴직 후 2년 내’로 제한했고, 권은희 안은 이러한 제한이 없다.

공수처 구성 방법도 다르다. 공수처장 1명, 차장 1명을 두고 수사관들을 두는 기본적인 구성은 같다. 공수처장 추천도 법무장관, 행정처장, 변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동일하다. 다만 권은희 안은 공수처장 임명에 ‘국회 동의’가 포함되도록 했다. 수사관을 뽑는 방식도 백혜련 안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고 전직 검사 비율도 50% 이내로 제한했다. 반면 권은희 안은 처장이 곧바로 임명하게 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기소권이다. 공수처의 기소권은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두 개 안이 같지만, 권은희 안에서는 ‘기소심의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해 안전장치를 하나 더 추가했다. 기소심의위원회는 만 20세 이상의 국민 중 심사를 거쳐 7~9명을 처장이 위촉한다. 고위공직자의 기소를 ‘국민’에게 맡긴다는 취지다.

한편, 여야 3당은 지난 16일 회동을 갖고 검찰 개혁안을 논의했지만 이견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민주당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공수처 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 위해 권은희 안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권은희 의원 안보다는 백혜련 의원이 제출한 공수처 법안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면서도 권은희 안에 대해서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권은희 안은 일종의 배심원처럼 일반 국민들을 뽑아 기소권을 주자는 것인데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신환 원내대표도 원칙적으로 공수처를 반대했던 것으로 안다. 여당이 무도하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올리니 이런 궁여지책으로 합의안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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