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로운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 총장은 여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당당하게 답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에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를 과도하게 한 게 아니냐는 질타를 했다. 반면 야당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공개 출석하게 하고 조기 귀가 조치를 취하는 등 ‘특혜’를 줬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수사는 제가 지휘”

이날 윤 총장은 조 전 장관의 수사 배경을 직접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조 전 장관 수사를 처음에 총장이 지시했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저한테 보고가 올라오면 제가 별문제가 없으면 승인하고, 논의가 필요하면 참모들이나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결정한다. (수사는) 제가 지휘한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국 수사에서 윤 총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 것.

윤 총장은 지금까지의 수사 진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교수의 수사 특혜 논란에는 “조사 방식이나 소환 문제는 밖에서는 어떻게 보실지 몰라도 수사팀 판단에 의해 어떤 부끄러움 없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이뤄진 일”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든 원칙대로 처리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두 달 가까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여당 지적에는 “수사 결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자체가 저희가 수사 내용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많이 틀어막았다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조 전 장관의 수사 내용이 언론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검사가 된 이후 지금까지 (소신이) 변한 게 있느냐’고 질문한 것에 대해서는 “정무감각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답했다. 이어 “저와 수사팀은 모두 대한민국 공직자다. 우리를 비판하는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 반영하고 우리를 응원해주는 분들에 대해선 감사한 마음으로 일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의원님!” 박지원에 ‘버럭’

윤 총장은 국감 도중 박지원 무소속 의원에 격앙된 목소리로 응수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검찰이 정 교수를 기소한 것을 두고 ‘과잉 기소’가 아니냐며 질타했다. 이에 윤 총장은 “과잉인지 아닌지 설명하려면 수사 설명을 해야 하는데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검찰이 정 교수를 소환하거나 조사하지 않고 기소했다며 “국회 패스트트랙에 관계된 의원들도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분들도 기소할 것인가”고 압박했다. 이에 윤 총장은 “수사를 마쳐야 (안다)”면서 “지금 수사 내용에 대해 자꾸 말씀하시는 게 저희로선 참 답변드릴 수 없고, 또 기소를 할 거냐 말 거냐 저희들한테 이런 질문하시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박 의원이 재차 정 교수의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자 윤 총장은 “의원님!”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감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을 여론 상으로 보호하시는 듯한 그런 말씀 자꾸 하시는데,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박 의원은 잠시 당황한 듯 “보호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윤 총장과의 설전에 대해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가 전략적으로 졌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내가 졌지만 전략적으로 져준 것”이라며 “왜냐하면 윤석열 총장이 소신껏 답변을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도 바로 불러서 소환 없이도 정 교수처럼 기소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검찰 독립성은 MB 때가 제일 쿨했다”

윤 총장은 지금까지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한 정부로 ‘이명박 정부’를 꼽아 여당 의원을 당황케 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어느 정부가 그나마 보장했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이명박 정부 때 가장 쿨하게 처리했다”고 답했다.

윤 총장이 이명박 정부를 ‘쿨한 정부’로 꼽은 이유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으로 ‘상왕(上王)’으로 통했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했기 때문이다. 솔로몬·미래저축은행과 코오롱에서 7억 6000만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으로서, 특수 부장으로서 3년간 특별 수사를 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나 형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의 의외의 답변에 이 의원은 “네, 좋습니다”라며 급히 말을 끊었다.

다만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에 대한 평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했던 사건은 부실경영으로 수많은 서민들의 돈을 날린 ‘저축은행 사건’과도 연계돼 있는데,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이명박 정부 4년 검찰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 사태는 합동수사단까지 꾸리며 수사에 나섰지만 상당 부분 부실수사나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1면에 사과하면 고소 재고하겠다”

이날 국감에서는 윤 총장이 ‘윤중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21이 언급되기도 했다. 윤 총장은 해당 보도에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분노했다.

앞서 한겨레 21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윤 총장에 ‘접대’를 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덮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검찰청은 즉시 “윤 총장은 윤 씨나 임 씨를 전혀 알지 못하고, 별장에 간 사실도 없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에 윤 총장은 한겨레 21 기자와 보도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대단히 잘못된 오해를 부르는 기사”라면서도 윤 총장이 직접 고소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윤 총장은 “살면서 누구를 고소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인터넷, 유튜브 이런 데서 어마 무시하게 공격받았지만, 이를 한 번도 고소한 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 중 하나가, 언론으로서 해야 하는 확인 과정 없이 기사를 1면에 게재했다.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이라는 기관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좋지만, 언론도 그에 상응해서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계속 후속 보도를 냈다. 해당 보도는 검찰총장이 윤 씨에게 접대를 받았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내용”이라며 “해당 언론사가 취재 과정을 다 밝히고,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공식적으로 같은 지면에 (게재) 해준다면 고소를 유지할지는 재고해보겠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이 “윤 씨가 총장을 접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며 "계속 고소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고 재차 묻자 윤 총장은 “해당 언론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론지 중 하나다.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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