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한동국 선임연구원
“중앙정부와 지자체, 장애인 정책에 관심 없어”
“공급적 정책 수립 넘어야”...국가장애인원회 설치 必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장애인 정책의 문제점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정책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한동국 선임연구원 제공)
(사진=한동국 선임연구원 제공)

두 달하고 약 보름이 지나면 2019년도 한 해가 저문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가면 2020년대에 들어선다. 2010년대 대한민국은 무궁무진한 변화를 이어갔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대통령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군사 정권 시절부터 권력을 자랑했던 정치 세력은 그사이에 힘을 상당부분 잃었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보화 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아 지역 중심이던 한류 문화는 이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됐다.

불과 10년 사이에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바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인 분야가 있다. 장애인 등 한국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장애인 문제에 대한 소외와 무관심은 정책 소외로까지 이어진다. 시민사회계는 한국 사회가 유독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유독 더디게 변화하는 장애인 정책 문제 관련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이하 ‘센터’)에서 지역사회모니터링 사업을 담당하는 한동국 선임연구원과의 서면 인터뷰를 이달 16일 진행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부설 기관인 센터는 장애인 당사자 관점으로 정책과 의정, 법률 등을 모니터링하는 전문 기관이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란?

한 연구원에 따르면 센터는 크게 3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첫째는 예산 모니터링 사업이다. 그는 “예산 모니터링은 중앙정부 및 17곳 광역시도지청의 장애인 정책 예산을 모니터링해 정책 방향과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며 “이를 통해 장애 인지적 예산 편성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적 예산이란 국가가 예산을 수립하면서 예산 집행이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당사자에게 적절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개념을 말한다. 단순히 인구 비율만큼 예산을 배정한다는 게 아니라 영향을 고려해 예산을 수립한다는 의미다. 비슷한 개념으로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하는 ‘성인지 예산’이 있다.

지방의회 의정활동 역시 모니터링 대상이다. 한 연구원은 “지방선거로 선출된 17곳의 광역시도의회 의원들의 회의록을 모니터링해 이들의 발언 내용에서 장애인 정책에 대한 관심도와 정책 수립 적극성을 분석한다”며 “이를 통해 장애인 당사자의 알 권리 충족과 의정활동에 대한 감시 및 견제, 장애인 정책 의제 활성화를 도모한다”고 말했다.

조례 및 법률 모니터링 사업도 센터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한 연구원은 “243개 기초 및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장애인의 실생활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법률 및 조례를 모니터링해 장애 관련 우수 조례 제정현황을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센터가 하는 일은 이 3가지뿐만이 아니다. 언론이 장애인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는지 분석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열린 관광지’가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모니터링한다. 아울러 발달장애인 부부를 대상으로 자녀 양육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한다. 이들의 자녀 양육 지원에 대한 여론 조성과 정부 대책 촉구가 목적이다.

지난 4월 모니터단원 사전교육을 진행 중인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한동국 선임연구원. (사진=한동국 선임연구원 제공)
지난 4월 모니터단원 사전교육을 진행 중인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한동국 선임연구원. (사진=한동국 선임연구원 제공)

“정부, 장애인 정책에 관심 없어”

센터가 바라보는 현재 대한민국 장애인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한 연구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정책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게 문제라고 보았다. 그는 “국제적 시대 흐름에 따라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시설 중심에서 지역 사회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흐름을 아직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장애인복지법이 지역사회 중심의 내용으로 개정되면서 지자체에서도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 같은 새 정책들이 만들어져 당사자들이 이전과 달리 기본적인 일상생활만이라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019년 장애인 정책은 12년 전인 2007년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연구원은 “오늘날 장애인들은 일상생활 영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욕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법적 근거가 없거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장애인 단체들은 안에서나 밖에서나 새 장애인 관련 법 제정과 정책 수립, 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 반영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장애인 단체들은 2012년부터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해온 바 있다. 장애 상태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는 장애등급제는 등급별 서비스를 획일적으로 규정해 당사자의 개별적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7월 이 제도는 폐지됐는데, 무려 7년이나 걸린 것이다. 그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 내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향후 이 제도를 어떻게 반영을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이런 불안감에 장애인들이 오늘도 밖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센터의 모니터링 연구 결과 보고서는 실제 정책에 적지 않게 반영되고 있다고 한 연구원은 말한다. 그는 “보고서에는 모니터링 현황과 정책 제안 내용도 기재돼 있다”며 “해당 부서에서는 이를 검토하고, 우리 센터에 많이 문의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정책이 즉각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제안한 정책 중 반영될 수 있는 사항이 있으면 대체로 반영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UN 장애인권리협약 및 ICF에 근거한 장애인지통계 구축 및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동국 선임연구원. (사진=한동국 선임연구원 제공)
지난 16일 UN 장애인권리협약 및 ICF에 근거한 장애인지통계 구축 및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동국 선임연구원. (사진=한동국 선임연구원 제공)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필요

한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 문제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지자체에서는 단체장 직속 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정책 담당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있지만, 다른 소관부처들과 관련돼 있어 각 부처마다 있는 장애인 정책들을 하나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는 현재 장애인 단체에서 각종 토론회나 공청회를 통해 꾸준히 거론되는 사안이다. 한 연구원은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장애인 복지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장애인 정책 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국무총리 산하 비상설기구여서 지속적인 책임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이것을 좀 더 강화하는 역할을 하던지, 아니면 대통령 직속 공식 기구인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애인 정책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장애인위원회만 설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들의 일상생활 영위 수준에서만 정책을 고민하지 말고, 장애인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한 더욱 섬세한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는 게 한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기존의) 장애인 정책은 공급자 관점에서 정책 개발·예산 집행이 용이한 체계였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기존 정책 수립 방식에서 더 진보해야 한다며 “향후에는 장애인 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세부적으로 파악해서 서비스를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되면서 장애인 정책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직은 시작 단계라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만족할만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올바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센터는 앞서 언급한 6가지 모니터링 사업 외에도 장애인 권익 신장과 장애인 정책 문제 개선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연구원은 “우리나라 장애인 관련법이나 정책 제도가 UN에서 권고하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CRPD) 내용에 따라 지켜지지 않는 부분들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부분들은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적극 이행하도록 정책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센터가 지난 12년간 장애인 관련 다양한 정책을 모니터링하면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 대상으로 정책 제안을 해왔고,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며 “우리나라 3대 선거의 결과에 따라 장애인 정책 발전이 크게 좌우하고 있고, 거기에 맞물려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정책들이 매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정책 제안 모니터링 사업을 지속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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