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너 원래 ‘애빼시’ 아니었어? 언제부터 ‘엄근진’ 해진거야?”, “흑우 중에 최고 흑우네”

요즘 청소년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정말 ‘별다줄’이다. ‘애빼시’, ‘혼코노’, ‘복세편살’, ‘고답’, ‘마상’ 등 단어에서부터 문장까지 안 줄이는 게 없을 정도로 ‘별걸 다 줄인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도 많지만 10대들 사이에선 이미 일상어가 된 지 오래다. <뉴스포스트>는 이미 유행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10대의 신조어에 대해 짚어봤다.

(사진=선초롱 기자)

‘신조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을 뜻한다. 사전적 정의는 간단하지만,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언어파괴, 소통단절, 세대 격차 등 부정적인 의견에서부터 소속감, 유대감 등을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다른 세대와 다른 언어의 사용으로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끼기 위한 일종의 ‘은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례로 10대들 사이에선 줄임말과 신조어 사용 여부에 따라 ‘인싸’, ‘아싸’라고 칭하며 선을 긋기도 한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고, 인싸와 반대 개념인 ‘아싸’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말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바깥을 떠도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이 같은 줄임말 형식의 신조어 사용에는 채팅 문화에 익숙한 세대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선도 있다. 온라인 게임,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득템(좋은 아이템을 얻었다는 뜻)’, ‘발컨(발로 컨트롤한다는 말의 줄임말로, 게임을 못한다는 의미)’ 등의 신조어가 자주 등장하며 일상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이는 채팅 문화에 익숙해져 긴 문장을 꺼린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학생복이 지난 1일부터 한글날인 9일까지 총 1,262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 신조어 사용 설문조사’에 따르면,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짧게 말하고 쓰는 것이 편해서’라는 응답이 6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재미있어서(12.9%)’, ‘주변 친구들이 사용해서(12.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자판 오타에서 생성된 ‘고나리(’관리‘의 오타, 지나치게 아는 체 하거나 이래라저래라한다는 뜻으로 사용)’나, 고의로 맞춤법을 어기는 ‘무적권(무조건)’, ‘않이(아니)’, 한글 기표의 유사성을 이용한 ‘커엽다(귀엽다)’, ‘띵작(명작)’, ‘롬곡(눈물)’ 등의 야민정음도 채팅 문화에서 비롯된 신조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호구와 호갱이 금지어로 지정되자 ‘흑우’와 ‘흑두루미’와 같은 순화형 신조어도 나왔다.

청소년들의 신조어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메신저(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등에서 사용됐다. 설문조사에서도 SNS나 메신저 등을 이용할 때(61.5%)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SNS가 줄임말, 신조어 사용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청소년들의 신조어에 대해 20~30대의 젊은 세대들 역시 대부분 “낯설다”는 반응이다. 특정 세대에서만 통용되는 신조어에 대해 세대 간 대화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직장인 이 모(28·여) 씨는 “요즘 신조어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다”라며 “최근 들었던 줄임말 중 가장 당황했던 말은 ‘어사’다. 어사는 ‘어색한 사이’의 줄임말이란 뜻으로, 처음 들었을 때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30대도 마찬가지였다. 자영업자 권 모(34·남) 씨는 “처음 들어보는 신조어들이 많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왜 이렇게까지 말을 줄여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신조어 때문에 세대 차이를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8일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2,046명을 대상으로 신조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79.4%가 신조어 때문에 세대 차이를 느낀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알바콜과 두잇서베이가 공동으로 성인 회원 3,8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8%가 신조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신조어가 한글을 파괴한다고 생각해서’(39.8%)가 가장 많았고, ‘세대 차이가 생기기 때문’(22.3%),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해서’(17.1%)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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