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경로당 개방 확대...아이들 위한 한자 교실도
“평평할 평(平)은 쉬워요”...아이·부모·어르신 만족도↑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한자 한 글자라도 배우고 가니까, 학부모들이 길에서 만나면 감사 인사도 합니다. 애들도 이 근처 놀이터에서 잘 노는데, 지나가다 보면 ‘한자쌤 지나간다’고 좋아합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줘서 좋아해요. 아이들한테 하나라도 알려주면서 나도 공부하니 그 자체가 보람이야 엄청나죠”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 입구.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송파구는 어르신들만의 공간이던 경로당을 미래 세대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개방형 경로당’ 운영을 확대했다. 어르신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여가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지난 2015년 시작된 개방형 경로당 사업은 올해 9월 기준 34개소까지 확장됐다.

송파구는 개방형 경로당 일부를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으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개방형 경로당은 매주 1~2회 개방하는데,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은 상시 개방된다.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을 포함해 총 4곳이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으로 선정돼 운영되고 있다.

영어와 서예, 컴퓨터 등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이 작은복지센터형 경로당에서 진행된다. 특히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에서는 어르신들 스스로가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이어간다. 인근 어린이집 원생들을 상대로 매주 월요일마다 한자 교실을 여는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 내 한자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박종기 경로당 회장.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송파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 내 한자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박종기 경로당 회장. (사진=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는 아이들의 한자 교육 현장이자 어르신과 미래세대의 화합의 공간인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을 지난 21일 방문했다. 박종기 경로당 회장은 지난해부터 이곳에 마련된 공간에서 아이들의 한자 교육을 담당해왔다. 강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자원봉사 형식이다.

송파하비오푸르지오 아파트 인근 어린이집 원생 18명이 박 회장의 수업을 듣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하루 약 30분 동안 한자자격시험 7급 수준의 한자 4~5개와 사자성어 1개를 익힌다. 수업 시간이 시작되자 조용하던 경로당은 금세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아이들 18명이 한자 교실에 들어와 빈자리를 가득 메웠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 내 한자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어린이집 원생.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송파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 내 한자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어린이집 원생. (사진=이별님 기자)

아이들 밝은 목소리 가득한 한자 교실

아이들을 인솔한 어린이집 교사들은 미리 챙긴 파일철을 나눠줬다. 아이들은 각자 형형색색의 필통을 꺼내 수업을 들을 준비를 했다. 수업 진행은 여느 학교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석을 부른 다음 지난주에 배웠던 한자를 간략하게 복습했다. 박 회장의 부름에 아이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날 수업한 한자는 이름 명(名)과 저자 시(市), 번개 전(電), 평평할 평(平)이었다. 박 회장은 칠판에 한자를 적고, 아이들에게 받아 적을 시간을 준다. 글자를 쓰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개별로 봐주기도 했다. 한자가 어렵지 않냐는 박 회장의 질문에 아이들은 “평평할 평은 쉬워요”라고 밝고 큰 목소리로 답하기도 했다.

다만 비교적 어려운 한자인 셀 수(數)가 나오자 아이들은 “번개 전보다 어렵다”며 “다음 주에 배우면 안 되냐”고 아우성을 쳤고, 결국 다음 주로 미뤄졌다. 이날 배운 사자성어 차일피일(此日彼日)과 맞물린 상황이었다. 박 회장은 “차일피일 미루면 안 된다”며 “다음 주에는 꼭 셀 수자를 공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 내 한자 교실에서 아이들의 한자 수업을 봐주고 있는 박종기 회장.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송파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 내 한자 교실에서 아이들의 한자 수업을 봐주고 있는 박종기 회장. (사진=이별님 기자)

오늘 배운 한자들을 복습하고, 인사를 하는 것으로 30분가량의 수업은 마무리됐다. 수업 내내 열정적이던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고 경로당 밖으로 나갈 때도 시끌벅적했다. 수업이 힘들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회장은 “애들과 한자 공부를 하면서 함께 노는 것이지. 힘들지 않다”며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알려주고, 나도 공부를 할 수 있어 굉장히 보람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한자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그는 “애들이 이곳에서 한자 한 글자라도 배우고 가니 학부모들이 매우 좋아한다”며 “길 가다가 학부모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도 아파트 단지에서 나를 우연히 보면 꼭 인사를 한다”며 “어린이집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해줘서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경로당에서 진행되는 한자 수업은 내년에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인근 사립 어린이집에서도 교육 요청이 들어왔다”며 “내년에는 한자를 배우려는 아이들이 20명이 넘어갈 것으로 보여 수업을 2개로 나눠야 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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