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국군 기무사령부가 작성했다는 일명 ‘계엄 문건’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 대표는 “계엄령의 ‘계’자도 못 들었다”며 전면 부인했고 한국당은 해당 문건을 공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고발했다.

지난 2017년 2월 기무사가 작성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 (자료=군인권센터 제공)
지난 2017년 2월 기무사가 작성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 (자료=군인권센터 제공)

황 대표의 계엄 문건 관여 의혹은 지난 21일 군인권센터가 기무사 계엄문건 원본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문건의 이름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으로 지난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구체적으로 계엄령과 위수령을 공포하고 군 병력을 투입해 시위 세력을 제압하려는 계획이 담겼다. 작성된 시점은 2017년 2월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지난해 7월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이라는 문건으로 군인권센터가 폭로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문건은 기존에 공개된 것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에서는 황 대표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군인권센터의 주장은 이렇다. 황 대표가 계엄 문건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들어갔다는 것.

기무사는 해당 문건에서 계엄령 준비단계에서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적었다, ‘국무총리실·NSC 등 정부 컨트롤타워를 통해 계엄선포 관련 사전 협의’라는 문구도 있었다.

(자료=군인권센터)
(자료=군인권센터)

당시 NSC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있던 황 대표였다. 군인권센터는 “황교안 대표는 권한대행 직무가 개시된 이후 2016년 12월 9일, 2017년 2월 15일, 2월 20일, 세 차례 NSC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기무사 문건대로 계엄령 선포 준비가 실행됐다면, 황 대표는 NSC에서 계엄 준비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그러나 황 대표는 군인권센터의 주장이 모두 허위라는 주장이다. 황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의혹에 대해 “조만간 (임 소장에 대한) 고소고발이 있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지난 21일에도 한국당은 이창수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모두 허위사실이다.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황 대표는) 계엄령 논의에 관여한 바도, 보고받은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가짜뉴스 배포성 기자회견과 관련해 배후세력이 없는지 낱낱이 살피고 강력히 법적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당은 22일 임 소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황 대표의 ‘팬클럽’인 ‘황교안지킴이 황사모’도 임 소장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날 황사모는 “임 소장이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촛불 계엄령 문건 원본'이라는 정체불명의 문건을 공개했다”며 “(임 소장은) 황 대표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해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군사력 투입을 논의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황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임 소장은 오히려 황 대표 측의 고발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MBC, YTN 라디오 등에 출연해 “황교안 대표가 이것(계엄 문건)을 몰랐다고 그러면 왜 몰랐는지 상세히 밝혀야 하는데, 그렇다면 본인이 무능하다는 게 드러나는 것이고, 알았다면 내란 예비 음모죄에 해당한다”며 “이러니 저러니 제가 봤을 때는 외통수이기 때문에 (황 대표 측이) 법적 조치를 해준다면 늘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계엄 문건은 기존에 폭로된 내용보다 한층 더 구체적인 계엄 실행 계획이 담겼다. 기무사는 문건에서 계엄준비→계엄선포→계엄시행→계엄해체 등 4단계로 나눠 조치사항을 세세하게 기획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임박했던 2017년 3월 3일 계획을 완성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D-2일부터 계엄 시행 준비에 착수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 밖에 계엄군의 배치 장소도 청와대, 국방부, 정부청사, 법원, 검찰, 광화문, 용산, 신촌, 대학로, 서울대, 국회, 톨게이트(서울, 서서울, 동서울), 한강다리 10개 등으로 구체적으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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