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최근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 등 32개국 수사 당국은 24세 한국인 남성 손모 씨가 약 20만 건 이상의 아동 음란물이 유통된 폐쇄형 비밀 사이트 ‘다크웹’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사이트 이용자 약 330명 중 223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수사 과정을 통해 드러났다. 유통된 아동 음란물에는 생후 6개월 신생아부터 10살 어린아이까지 포함돼 전 세계인들의 공분을 샀다.

운영자와 이용자 대다수가 한국인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정작 국내 여론은 조용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여론을 반영하듯 손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적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사이트를 이용한 한국인들 대부분도 고작 기소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다음 달 출소를 앞두고 있다.

한국인 남성이 수십만 건의 아동 음란물이 유통된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사건에 큰 관심을 기울인 것은 도리어 국내가 아닌 해외였다. CNN과 로이터 통신,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손씨의 실명은 물론 자국민 이용자들의 신상정보를 매체에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 워싱턴 DC 연방 대배심원은 우리 측에 손씨의 강제 송환을 요청하며, 추가로 9건을 기소했다.

실제로 외국은 아동 음란물 관련 범죄에 엄격하다. 미국과 영국은 자국 이용자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22년을 선고했다. 서구권뿐만 아니라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아동 음란물 범죄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지난 2015년 말레이시아는 아동 음란물 공유범에게 징역 9년을, 태국에서는 아동을 유인해 음란물을 촬영하고 판매한 남성에게 무려 374년 형을 선고했다. 아동 음란물 관련 범죄자를 사회와 완전 분리한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아동 음란물 관련 범죄 처벌 수준은 솜방망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아동 음란물 범죄자의 63%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고작 3%만 구속기소 됐다. 손씨와 다크웹 이용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이례적으로 낮은 형량이 아니라는 증거다.

한국이 아동 음란물 범죄에 이토록 관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범죄 심각성에 비해 문제의식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례로 손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그가 ▲ 나이가 어리고 ▲ 범죄 전력이 없고 ▲ 반성하고 ▲ 회원들이 음란물을 올렸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아동 음란물 범죄의 심각성을 범죄인을 다루는 사법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아울러 아동 음란물 범죄 처벌 관련 법안이 미비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아동 음란물 다운로드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거나 전과가 없고, 반성하는 제스처만 취한다면 처벌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지난 24일 단순 소지라도 6개월 이상 3개월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형량을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빠르면 이달 말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교적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동 음란물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는 해외의 기준에서 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아동 음란물 문제가 수면 위로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는 요즘, 처벌 수위를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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