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선 논설고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강응선] 지난주 2년 만에 다시 이곳 LA를 방문했다. 70~80년대에 5년을 살았고 이후로도 1~2년 간격으로 드나들던 곳이라서 전혀 불편함이 없는 제2의 고향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1주일 이상만 체류하면 이곳 사람들이 어찌 살아가는가, 즉 살림살이 형편이나 일상생활에 만족도가 어떠한지를 자신의 관찰과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서울에 몇십 년을 살았어도 성묘나 친족 방문 등으로 고향을 자주 드나들다 보면 고향 사람들 삶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이 어떻고 그에 따라 그 나라 사람들 생활 수준이 어떻다는 것은 흔히 1인당 국민소득의 레벨을 과거와 지금, 그리고 자기 나라와 다른 나라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 삶의 수준이 그리 숫자대로만 나타나겠는가. 사람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소위 체감경기는 이론적인 지표경기와 다르게 나타나기에 십상이다. 이런 사실을 2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각종 경제지표에서 나타난 숫자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들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게 더 정확한 삶의 수준 측정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택시기사에게 승차 손님이 줄었는지 늘었는지, 또는 시장 상인에게 매상이 어찌 변했는지 등 몇 가지를 확인하면 체감경기가 금방 가늠이 된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의 나라인 만큼 일견 거리의 자동차 통행을 보면 체감경기를 알 수 있다. 현재 여기는 거리에 활기가 넘쳐 보인다. 먼저 프리웨이 등 각종 도로에 차가 넘쳐 대부분 시간에, 곳곳에서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예전엔 러시아워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늘 거리 통행에 여유가 있었는데 이젠 약간의 정체까지 예상하고 길을 나서야 할 정도로 정체가 일상화됐다. 그 연유에는 2가지 요인이 있다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경기가 다른 선진국보다 좋다 보니까 외국, 특히 아시아 쪽으로부터 기업과 이민(특히 투자 이민)이 증가 돼 결국 주택경기와 자동차 수요 증가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여기에 우리가 국내보도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시피 미국경제 전반의 호황이 일자리 증가와 소득 증대를 가져와 레저, 관광 등 자동차 한 대당 운행 수요까지 증가시켰다는 점이다. 후자의 요인은 미국 전체에 해당하겠지만 전자의 요인은 특히 이곳 캘리포니아의 특수 요인인 셈이다.

경제지표는 물론이고 실제 체감경기도 아주 좋지 않은 우리 현실과 비교해 보면 그저 부럽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시내 곳곳에 ‘임대’라는 사인이 붙어 있지만 여기는 주택과 상가 모두 ‘ for rent’라는 사인을 거의 보기 힘들 정도다. 예전에는 그 사인을 자주 볼 수 있었건만...

한국과 미국의 경제 상황에, 특히 체감경기에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깊게 파고든다면 여러 이유를 찾아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하도록 제도적 여건과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느냐에 그 이유가 있다고 여겨진다. 지금도 국내에선 기업을 경영하기 어렵다고 해외로 나가겠다고 하는 분위기인데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보다는 외국기업이 우리에게 찾아오게끔 만드는 그런 여건 조성이야말로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임을 이곳 미국에서 다시 확인하게 됐다.

<프로필>

▲ 서울상대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제 16회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조정 4과장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MBN 해설위원

▲ 시장경제연구원장

▲ 고려대 초빙교수

▲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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