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조유라 인턴기자] 21.2%. 국내 대학에서 전체 재학생 대비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는 비율이다(2018년 기준). 그나마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비수도권이 24.9%로 수도권 16.0%보다 높다. 수도권 내 대학에 다닌다면, 재학생 100명 중 단 16명 만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 원거리에서 통학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는 기숙사가 더욱 절실하다. 기숙사는 어떤 곳일까, 대학생이 원하는 기숙사는 어떤 공간일까. 

기숙사.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서올 E대 기숙사 전경.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기숙사를 신청하는 큰 이유는 통학의 편리성이다. 통학으로는 몇 시간 걸리는 거리를 기숙사에 거주하며 최대 20분 안팎으로 다닐 수 있으므로 시간 확보에 유리하다. 또한 통학에 걸렸던 시간 동안 아침에 잠을 더 자거나 식사를 해결하며 유용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 또한 긴 공강 시간에 과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도 기숙사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각 대학 기숙사마다 운영제도나 신청 제한 등이 다르다.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대)의 경우 수도권 거주자의 기숙사 신청을 제한한다. 기숙사 인원미달의 경우에 한해서 추가 신청을 받으며 수도권 거주자는 이때 신청이 가능하다. 기숙사는 학교를 다니는 4년 중 1년만 이용 가능하며 추가 학기로 기숙사에 들어왔을 경우 해당 학기만 이용 가능하며 다음 학기부터는 기숙사 신청이 불가하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개강하기 전 한 학기 동안 세 번의 신청기간을 갖는다. 이전 학기 기숙사 입사자를 대상으로 우선 신청을 받고, 그 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추가 신청을 받아 빈 방을 메꾼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상·벌점 제도를 통해 입사의 기준을 가른다. 학기 중 생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입·퇴자 예배 참여, 화재대피 훈련 등에 참여한다면 상점을 부여받는다. 또한 무단 외박, 기물 파손, 관내 흡연 등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다면 벌점을 받게 된다. 누적한 상점이 많을수록 좋은 기숙사에 머물 수 있는 우선 혜택이 주어진다. 동점자가 발생한다면 이후 성적을 본다.

이 밖에 건국대, 인하대, 중앙대 등의 경우 신청자의 학점을 우선으로 보고 이후 재학생의 거주지와 대학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기숙생을 선발한다.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대)는 학점, 거주지와 학교의 거리에 관련 없이 온전히 추첨방식으로 기숙생을 선발한다.

요금 납부 방식도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배정해주는 가상계좌 송금을 통해 기숙사비 납부를 할 수 있다. 학교에 따라 분할납부가 불가능한 곳부터 세 차례에 나눠서 납부가 가능한 곳도 있다. 정해진 기간 내에 납부하지 못하면 입사가 자동 취소되어 대기 순번에 있는 학생들에게 차례대로 기회가 주어진다.

기숙사 내 편의시설. 왼쪽부터 식당과 세탁실, 커뮤니티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서울 E대 기숙사 내 편의시설. 왼쪽부터 식당과 세탁실, 커뮤니티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기숙사의 형태로는 2인 1실의 단독방, 거실을 공유하고 2인 1실, 3인 1실, 4인 1실 등의 여러 개의 방을 갖춘 유닛방 등이 있다. 대학마다 갖추는 편의 시설은 다 다르지만 대부분 휴게실, 공용 샤워실, 조리실, 세탁실, 무인택배함 등을 갖추고 있다. 기타 편의 시설로 세미나실, 열람실, 명상실, 식당, 운동 공간, 편의점, 생활용품 판매점 등이 있다. 세미나실의 경우 대화와 노트북의 사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팀프로젝트 활동을 하거나, 함께 대화하며 공부할 때 자주 이용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기숙사는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통금시간, 기숙사내 금주와 금연, 외부인 출입 금지 등이다. 연세대와 중앙대의 경우 현관에 출입카드를 찍어야 입실할 수 있도록 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다. 이 밖에도 현관에 번호키를 달아 비밀번호를 눌러야 기숙사에 들어올 수 있는 학교도 있다. 기숙사의 관리는 벌점 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정해진 규칙을 어긴 학생에게는 벌점을 주고, 누적된 벌점이 각 기숙사가 세운 기준을 초과하면 기숙사에서 퇴출되며 기숙사 재신청이 불가하다.

이 밖에도 한 학기동안 같은 방을 공유하게 된 룸메이트(이하 룸메) 간의 합의를 통해 방마다 저마다의 규칙이 있다. 이를테면, 연세대(원주캠)의 경우 학기 초에 룸메협약서를 제출한다. 청소는 언제, 소등은 언제 하며 귀가는 몇 시 까지 하자는 내용을 협약서를 통해 정할 수 있다. 공식적인 통금시간은 12시 이지만, 이러한 협약서 제출을 통해 새벽 1시까지 늘릴 수 있다.

대학생이 원하는 기숙사의 조건 3가지

“어떤 기숙사를 원하나요?”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을 받은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적어도 신청자는 다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였으면 좋겠다. 2. 최선의 선발방식을 찾았으면 좋겠다. 3. 사생활이 보호되는 개인적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어떤 기숙사를 원하나요?”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을 받은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적어도 신청자는 다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였으면 좋겠다. 2. 최선의 선발방식을 찾았으면 좋겠다. 3. 사생활이 보호되는 개인적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어떤 기숙사를 원하나요?”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을 받은 것은 다음과 같았다.

  • 적어도 신청자는 다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였으면 좋겠다.
  • 최선의 선발방식을 찾았으면 좋겠다.
  • 사생활이 보호되는 개인적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숙대에 다니는 김눈송(가명·22) 양은 “기숙사가 포용하지 못한 학생은 하숙이나 자취로 밀려나는데, 이게 하숙과 건물주인 말고 누구에게 도움이 가는지 모르겠는 구조”라고 전했다. 김 양은 “수도권 거주자라는 이유로 기숙사에 신청조차 못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이대 기숙사에서 기숙생활을 하고 있는 문수정(가명·22) 양은 “거리가 멀어 서울에서 반드시 거주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랜덤 선발 방식이 신청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양은 “기숙사에 배정이 안 되면 급하게 자취할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선발 결과를 알고 방을 구하기엔 시간이 다소 촉박하다”면서 “처음에는 거리 순이나 학점을 반영하는 방식이라도 도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거리 순으로 할 경우 통학은 가능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학점을 반영할 경우 성적주의를 조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기숙사 방. (사진=조유라 기자)
경기 소재 Y대 기숙사 방. (사진=조유라 기자)

기숙사의 단점은 낯선 사람들과 한 학기 동안 함께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22) 양은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그 사람과 생활 패턴을 맞춰야 한다는 점 등을 기숙사 생활의 단점으로 꼽았다.

김 양은 “잠버릇이 심하다던가, 방에 다른 친구들을 지나치게 자주 많이 데려온다던가, 샤워할 때 노래를 크게 부르는 것, 방 안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음식을 먹는, 다른 룸메의 영역까지 침범해서 물건을 어질러 놓는 최악의 룸메를 만나면 한 학기가 고통스러워진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생활 보장이 안 되는데 그게 은근 신경이 쓰이고 불편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양은 “고등학교 때 2층 침대에 신문지를 붙여 1층 침대가 안보이게 만드는 친구들도 많았다”면서 “보통의 기숙사 구조는 고개만 돌리면 룸메이트의 모습이 보인다.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최소한의 개인공간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지현(23) 양도 낯선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불편함을 표했다. 고 양은 “잠자리가 바뀌거나 피곤하면 코를 고는데 학교를 옮기고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코골이가 심해져서 코골이방지기구를 샀다”며 “같이 생활하는 곳이다 보니 씻는 것, 자는 것, 생활하는 사소한 것에 신경 써야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고 양은 “기숙사마다 규정이 있는데, 친구의 경우 학교 기숙사의 규정이 무척 엄격해서 자취하고 새 삶을 찾았다”며 “그 학교의 경우 무단 외박을 했는지 검사하기 위해 매일 저녁 수련회처럼 점호를 하고, 외박을 하면 부모님에게 문자도 보낸다”며 성인을 대하는 규정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문(22) 양 또한 “1인실이 아닌 경우 어떤 공간을 가도 다른 학생과 마주치게 된다”며 “타인과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곳이기 때문에 얕게라도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인 공간이 확보되면 좋겠다”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개인공간이 확보된다면 기숙사생들도 건강한 기숙사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김(22) 양은 “방은 함께 쓰지만 개인의 공간은 분리되어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유시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정도면 만족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서로 배려해야 하는 문제도 정말 중요하다”고 전했다.

자취보다 비교적 경제적이고 통학도 빨리할 수 있는 기숙사. 과연 이곳이 입실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까?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취침의 공간만을 마련하는 곳이 아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밥도 먹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며, 말 그대로 생활을 한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개인의 모습도 있을 것이다. 그 개인이 자기만의 방에서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개인의 공간까지 마련된다면 좋겠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