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정시확대 방침...서울 주요대 30% 이상
고3 수험생 찬반 팽팽...교육 개혁의 왕도 없나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으로 대학 입시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서울 일부 대학의 정시 전형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왕도는 아니지만, 수시나 학생부종합전형보다는 비교적 공정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 방침에 대해 입시 전쟁 최전선에 놓인 고3 수험생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어 입시 제도 개혁에 난항이 예상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뉴시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뉴시스)

28일 청와대 이광호 교육비서관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근 교육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서울 일부 대학을 못 박아서 언급한 것”이라며 “모든 대학에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교육부의 권고에도 일부 대학에서는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그런 대학에서는 30%보다 높은 비율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서울 주요 대학 중심으로 대학 입시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상향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비율과 적용 시기 등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 일선 시도 교육청 및 대학교 측과 협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유 장관은 “이미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정시 전형 선발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서울 주요 대학 중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학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비율이 구체적으론 이야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균형 선발과 기회균등 비율은 줄어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지침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나오게 됐다. 그동안 학생부종합전형이 부모의 재력과 지원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방침을 정하게 된 것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학벌마저 대물림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인근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8일 서울 시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교육 수준 퇴보” vs “공정성 확보”

<뉴스포스트>는 정시확대 방침에 대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하교 시간에 맞춰 서울 소재 모 고등학교들을 찾았다. 

재학생 김민지(19) 양은 “대부분의 학생이 정시 확대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대학에) 가기 어려워지고,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며 “교육 수준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맞춰서 퇴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찬성하는 학생들도 일부 있었는데, 이들은 ▲ 정시 인원이 너무 적고 ▲ 수시보다 공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찬성했다고 김양은 전했다.

반면 정시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재학생 김강수(19) 군은 본지에 “정시는 확대돼야 한다”며 “수시의 경우 전형도 너무 많고, (정보를) 잘 이용하는 쪽이 이득을 보게 되는 방향으로 변질된 거 같다”고 말했다. 김 군은 재학 중인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대부분 수시로 대학을 간다면서도 재학생들은 “정시 비중이 조금은 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평강(19) 군 역시 김 군과 같이 정시 전형의 장점을 말한다. 그는 본지에 “수시는 학교마다 차별점이 달라 일반화하기 어렵다”면서도 “정시는 한 번의 시험이긴 하지만, 모두 동등한 문제로 공평한 시험을 볼 수 있어 공정성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군은 “수시의 경우 시험 준비와 내신 관리도 해야 해서 매우 어렵다”며 “학생부(생활기록부)나 기타 활동이 좋은 친구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기도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유빈(19) 양은 정시 시험이 반드시 공정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본지에 “정시 전형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수시 전형이 불공정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지방에 있어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고등학교 생활을 열심히 해 수시 전형으로 서울권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들의 생각은 어떨까. 경기도의 한 사립고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본지에 “교사들은 대체로 이번 방침을 좋게 평가한다”며 “수시 중심이 되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낮아질 수 있고, 2학기 때는 수시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정시 비중을 100% 확대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비율 자체를 늘리는 건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입시 병폐는 고질적인 문제다. 광복 이후 교육 제도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당사자인 학생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 크나큰 난관이 예상되고, 수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정시 전형 확대와 같은 미봉책을 뛰어넘어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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