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 누적 순이익 역대 최대 규모
저금리 장기화로 순이자 마진 하락세 지속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올해 3분기 5대 금융지주사가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3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초저금리 장기화, 경제성장률 하락, 대출 규제 지속 등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 그룹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5대 금융지주사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5대 금융지주사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신한금융, 역대 최고 실적 ‘리딩뱅크’ 수성

29일 우리금융그룹을 끝으로 5대금융지주사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5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3조 7,000억 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누적)을 거둔 곳은 신한금융지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한 2조 8,960억 원을 기록하며 리딩 금융 그룹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은 3분기에만 9,81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9,000억 원대 경상 이익을 달성했다. 

신한금융이 리딩뱅크를 수성할 수 있던 핵심 요인은 비이자 부문의 기여다. 신한금융의 3분기 비이자이익은 8,369억 원이다. 올해부터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한 효과가 반영되면서 누적 비이자이익은 2조 5,86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37.3% 증가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8%를 기록하며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KB금융, 4분기 리딩 금융 타이틀 탈환 가능성

KB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9,403억 원, 누적 순이익은 3.2% 감소한 2조 7,771억 원으로 신한금융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 실적에 반영된 명동사옥 매각이익과 올해 발생한 희망퇴직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적이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KB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누적 순이익 2조 원 이상을 달성하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증권과 보험 부문의 부진으로 비이자이익은 전 분기보다 8.5% 하락한 5,508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자 이익이 4% 이상 늘었다. ROE도 10%를 유지했다. 

신한금융과의 순익 차이는 1,189억 원에 불과해 4분기 실적에 따라 리딩 금융 타이틀을 탈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나금융, ‘2조 클럽’ 가입

하나금융은 3,200억 원의 명동 사옥 매각 이익 덕분에 3분기 기준 8,3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2월 지주사 설립 이후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누적 순이익도 2조 404억 원을 기록하며 신한금융, KB금융과 함께 2조 원 대에 합류했다. 그동안 우리금융과 3, 4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하나금융은 은행의 선전에 힘입어 격차를 벌렸다.

우리금융, 경상 기준 사상 최대성과 달성

우리금융그룹은 29일 2019년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1조 6,657억 원을 시현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분기보다 18.6% 하락한 5,340억 원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상반기 호(好)실적에 이어, 3분기 누적 순이익도 경상 기준 사상 최대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자 이익은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4조 1,970억 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 성장, 핵심예금 증대를 통한 조달구조 개선이 이자 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비이자이익은 디지털·외환 분야 등 수수료수익이 증가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어난 8,160억 원을 거뒀다. 다만 3분기 기준으로는 2,420억 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3,400억 원) 보다 28.8%나 급감했다. 대출채권평가·매매 이익 등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글로벌 부문의 실적은 전년보다 22.2% 증가한 1,78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총 당기순이익 비중의 10%를 넘어서며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농협금융,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

농협금융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3,966억 원, 누적 기준으로는 1조3,9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약 29%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과 함께 충당금 비용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23.9% 늘어났다. 은행 부문의 유가증권 관련 손익 개선과 대손충당금 감소, 증권 부문의 성장이 견인했다. 비이자이익 부분의 적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6%대였던 ROE가 9%대로 급상승해 눈길을 끈다. 

대내외 환경 악화, 수익성 개선 고심

금융지주들이 시장의 예상보다 많은 순이익을 올리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내년 상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등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현장에는 위기감이 감돈다. 

특히 향후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별 NIM을 살펴보면 3분기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은 각각 1.99%와 1.53%로 지난 분기에 비해 각각 0.04%P, 0.03%P 떨어졌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NIM 역시 각각 1.94%와 1.67%로 지난 분기에 비해 0.03%P 하락했다. 하나금융과 KEB하나은행의 NIM도 지난 분기에 비해 0.09%P, 0.07%P 떨어졌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실적 악화를 보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

류승헌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지난 25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기준금리가 25bp(1bp=0.01%P) 내릴 때 (순이자마진이) 약 3bp 하락 효과가 있는데, 추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내년까지 이어져 마진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전략은 경제성장률이 더욱 낮아지는 점을 고려해 자본 건전성 유지하면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CFO)은 NIM이 연간 기준으로 1~3bp(0.01~0.03%P), 내년 4~9bp(0.04~0.09%P)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비이자이익과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철저한 비용관리를 기반으로 수익 창출 능력을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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