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개인이나 조직이나 하려고 마음먹은 모든 일을 모두 이루려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그래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때는 노력의 방향과 강도를 잘 결정해야 한다. 주어진 여건에서 어디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기업 조직에서 핵심역량을 중시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라는 조직이 운영되려면 거기에 속한 구성원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기능과 역할이 수행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

그렇지만 그 모든 세세한 부분에까지 모든 노력을 쏟아 붓기가 쉽지 않다.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단 기간 내 쏟아 붓다 보면 쉽게 조직이 지치게 된다. 조직의 경영은 단거리 달리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 경주와 같다.

그래서 조직의 체력을 코앞만 내다보고 함부로 소모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체력을 잘 관리하고 조절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덜 중요한 일에는 힘을 아껴가면서 조직의 성과 달성을 위해서 중요한 부분에는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 경영의 기술이다. 이 기술을 운용하는 사람이 바로 경영자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가이며 버크셔 해서웨이사의 최고경영자, 그리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갑부 순위에 드는 워렌 회장이 있다. 그가 그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그가 기업 운영에서 수익창출 역량을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것에 노력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대신 조직을 분산시키는 일에는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체질을 강화시킨 결과였다. 말하자면 핵심역량을 극대화 한 것이다.

흔히 모든 조직은 복잡성과 낭비성을 필연적으로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서로가 통하여 상승효과를 내는 속성이 있다. 이런데다 노력이 가해지면 조직은 더욱 복잡해지고, 그럴수록 낭비가 더 심해지게 되어 있다.

조직은 가볍고 단순할수록 좋다. 복잡하고 무거운 조직보다는 말이다. 그래야 당연히 더욱 생산성이 높아져 수익구조를 내게 되어 있다. 말하자면 기업은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명제가 진리가 된다.

복잡하고 산만한 체계를 안고 있는 조직이 있다고 하자. 이는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조직은 따져보면 ‘비수익적 구조’를 갖게 되어 있다.

그런 조직을 보면 겉으로는 그럴듯한 모양새를 보인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대부분 중첩된 구조와 복잡한 절차를 갖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전반적인 경상비 수요가 많게 되어있다. 세부적인 면에서 간소화를 이루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분초를 다투는 초경쟁 환경에서 조직의 활동이 더디고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다는 것은 큰 결점이다. 말할 것도 없이 복잡한 조직은 정체되고 퇴보하기 쉽다. 왜냐하면 조직의 복잡한 구조 밑바탕에서 알게 모르게 자원이나 재원의 낭비가 잘 드러나지 않게 되어있다.

그래서 요즘 기업마다 조직을 경량화하고 축소하면서, 변화경영을 부르짖고 있다. 조직의 복잡화 · 비대화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슬림화 · 단순화 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복잡함으로 인해 치르게 되는 막대한 대가를 깨달아 단순함으로 건강한 가치(the value of simplicity)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럼 최고의 일류 기업들이 가지고 있었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단순함’이다.

제조업이나,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최고의 기업들은 한결같다.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번거로움과 복잡함보다는 간소함과 단순함을 택한다. 단순함의 추구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의 대전환이다.

간단한 디자인이면서 최소의 필요한 기능만을 구현한 전자제품, 은행에서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이 3분을 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으로 TV를 설치하는 서비스도 있다. 또한 호텔에서 손님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객실 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초간편 체크인 절차도 그 한 예이다.

세계적인 기업인 필립스는 회사의 경영방침을 ‘감각과 단순함’(Sense and Simplicity)으로 설정한 적이 있다. 단순함을 기업의 미덕으로 삼아 조직의 모든 역량을 단순화에 집중시켰다. 당연히 단순하면서 간편한 콘셉트의 제품들이 개발되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실제로 세계 유수 기업을 분석한 결과 복잡성이 낮은 조직이 높은 곳보다 매출성장률이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 960개 기업의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있다. 기업 조직의 지나친 복잡성이 비용 상승과 성장 둔화의 요인이 된다고 답한 비율이 81%에 달하고 있다.

개인이나 조직에서 단순함은 단순히 미덕이 아니라 최고의 경쟁력이 되어 성공의 법칙이 된다.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길 수가 있는 것이다. 원래 개인의 삶이나 조직의 구성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운영하는 주체가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생을 끌어가는 사람이 조직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했을 따름이다. 그래서일까.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 복잡한게 아니다. 우리가 복잡한 것이다. 인생은 단순하다, 그리고 단순한 것이 올바른 것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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