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고 했었나. 90년대 팬덤 문화의 태동기를 겪었던 기자의 마음속에는 언제고 다시 ‘덕질(팬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불씨가 남아있었다. 결혼 후 바쁜 일상을 보내며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느낌이 서서히 잊힐 때쯤. 지인이 소개해준 아이돌 가수 ‘방탄소년단(BTS)’은 잠시 잊고 있었던 ‘덕질’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앨범을 구입하고 노래를 듣고 무대와 예능을 찾아보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 셀프 [더 파이널])’ 콘서트 일정이 잡혔고, 기자는 필승을 다짐하며 예매에 들어갔다.

BTS의 콘서트의 첫 번째 관문은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좌석 추첨제’였다. 다행히 팬클럽 회원이었던 기자는 무리 없이 추첨에 응모했고, 결과는 광탈(광속 탈락)이었다. 추첨제를 통해 갈 수 있는 좌석은 무대와 가장 가까운 그라운드와 1층으로, 아미들에게는 꿈의 좌석이기도 했다. 애써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달랬지만, BTS의 티켓팅을 통한 이른바 ‘포도알(콘서트 좌석)’을 얻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 기자의 손발은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렸다. 

이제 남은 건 온라인 티켓팅이었다. 추첨제의 쓰라린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콘서트 표를 예매하는 티켓팅 날짜가 다가왔다. 예매 오픈과 동시에 해당 홈페이지는 마비가 됐고 새하얀 화면만을 비추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진 기자는 지인의 BTS 티켓팅 성공담을 떠올리며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좌석 선택을 할 수 있는 화면으로 바뀌었고, 기자는 좌석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이 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좌석을 예매할 수 있었고, 떨리는 손으로 결재까지 빠르게 진행했다. 모든 결재가 끝난 뒤 시계를 확인해보니 겨우 10분이 흘러있었다. 10분 동안 느꼈던 극도의 긴장감이 풀리면서 얼마 전 뽑았던 사랑니 자리가 욱씬 아파왔다.

지난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진행된 방탄소년단(BTS)의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 공연을 3층 좌석에서 내려다 본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지난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진행된 방탄소년단(BTS)의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 공연을 3층 좌석에서 내려다 본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그리고 드디어 29일. 기자는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았다. 평일에 하는 공연임에도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팬들로 공연장 주변이 빼곡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팬들부터 나이 지긋한 팬들까지. 모두 기대에 가득한 얼굴이었다. 기자 역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주섬주섬 홍삼을 챙겨 먹었다. 직장인들에게 평일 저녁 콘서트란 다음 날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숙명과도 같기 때문에 체력보충은 필수였다. 

10월 말 야외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석과 핫팩, 장갑 등 방한용품과 아미밤(BTS 공식 응원봉)을 들고 바닥에 페인팅 된 안내선을 따라 본인확인 구역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들어가는 중에서 본 것은 중간중간 무리를 지어 앉아있는 팬들의 모습이었다. 돗자리를 깔고 담요를 덮은 채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표를 구하지 못해 콘서트장 밖에서 이른바 ‘겉돌이’를 하며 BTS 노래를 듣기 위해 모여든 팬들이었다. 히잡을 쓰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언어가 다른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아미들은 그렇게 그들만의 마지막 콘서트를 즐기고 있었다.  

공연 입장을 시작한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본인확인 줄과 입장 줄이 한데 뒤섞여 무척 복잡했다. 드디어 본인확인 후 손목에 채워진 연보라색 팔찌를 보니 새삼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녁을 먹고 오지 않았음에도 배가 부른 느낌이랄까. 홍삼의 기운을 받아 씩씩하게 좌석을 찾아 들어갔다. 공연장 입구에서는 ARMY TIME에서 쓰이는 슬로건과 협찬사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무릎담요를 받을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전 팬들의 기대감이 감도는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가 전광판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사진=선초롱 기자)

그리고 공연이 시작됐다. 웅장한 사운드와 눈을 사로잡는 각종 무대장치에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집중했다. 아미밤은 중앙제어를 통해 색색깔로 변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고 에너지 넘치는 BTS의 모습에 기자 역시 열정적으로 아미밤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어 일곱 멤버들의 솔로 무대와 BTS의 칼군무를 볼 수 있는 무대들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무대와 예매 좌석이 꽤 멀어 BTS 멤버들의 얼굴을 세세히 보기는 어려웠지만 커다란 전광판이 4개 마련돼 있어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BTS와 함께 뛰는 무대도 많았다. 쌀쌀한 날씨도 잊은 채 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노라니 10대 소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벼락치기로 터득한 응원법으로 노래도 목청껏 따라 불렀다. 물론 다음 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미밤을 들고 파도타기도 여러 번 진행했다. BTS 멤버가 ‘파도타기의 민족‘이라고 할 만큼 숙달된 모습에 기자 역시 놀랐다. 

쉴 틈 없이 달려온 공연이 드디어 막을 내리고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드론 라이트 쇼가 펼쳐졌다. 300여 개의 드론은 BTS와 아미의 상징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날 공연을 마지막으로 지난 2018년 8월 서울에서 시작한 BTS의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는 세계 23개 도시를 거쳐 다시 서울에서 마무리됐다. 

팬 커뮤니티 앱 '위버스' 캡처. 바닥에 페인팅 된 안내선과 사법경찰의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팬 커뮤니티 앱 '위버스' 캡처. 바닥에 페인팅 된 안내선과 사법경찰의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이번 콘서트 관람을 하며 느낀 것은 암표상이나 불법 상품 판매상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빅히트와 특허청이 협력해 BTS 침해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사복경찰을 배치한다고 하더니 효과가 좋은 모양이었다. 실제로 종합운동장역 주변에는 ‘산업재산 특별사법경찰’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또한, 본인확인 등 일반 티켓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재판매를 하는 이들을 제지하기 위한 제작사 측의 노력이 어느 정도 통한 것 같았다. 

팬 커뮤니티 앱 ‘위버스’를 통해 공연장 지도, 좌석 배치도, 이벤트존 대기시간 등의 혼잡도 확인이 가능했다는 점도 유용했다. 본인확인 후 예매권을 입장 팔찌로 교환하는 곳 역시 위버스로 위치와 혼잡도 확인을 할 수 있어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특히 바닥에 페인팅 된 안내선은 잠실주경기장에 처음 오거나 길을 잘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꽤 괜찮은 안내 방법이었다. 

기자가 경험한 BTS의 콘서트의 첫 관람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눈과 귀가 호강한 것은 물론 대형 팬덤의 열정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 벌써 다음 콘서트가 기다려지는 마음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불법 상품 판매상이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 주변에 많았다는 것이다. 공연 전뿐만 아니라 끝나고 난 후의 단속도 필요해 보였다. 공연 부분에서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불꽃놀이가 BTS 멤버가 있을 때가 아닌 모든 게 다 끝난 뒤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월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은 10월 26, 27일 29일 3일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러브 유어 셀프’ 투어와 연장선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 셀프’ 투어는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62회에 걸쳐 진행됐고, 이번 공연으로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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