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전에 ‘방향’ 설정 먼저
교육부·노동부 손잡고 진로 교육 개선해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평생 직업’은 있어도 한 직장에 입사해 정년퇴직 때까지 근무하는 ‘평생직장’은 옛말이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2~3년 단위로 직장을 자주 옮기는 이들을 뜻하는 ‘잡호핑((job-hopping))족’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이해리 기자)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이해리 기자)

이·전직에 대한 달라진 인식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2,44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잡호핑족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4.7%에 달했다. 자신을 잡호핑족으로 규정한 응답자가 이직을 결정하는 이유로는 ‘연봉을 높이기 위해’라는 답변이 41.8%(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역량 강화·경력 관리’(31.5%)와 ‘상사·동료에 대한 불만’(18.3%)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국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좋은 기회만 생기면 당장이라도 이직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함 앱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가 직장인 2,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직 의사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약 58%가 “좋은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이직 기회를 찾고 있다”라는 응답자는 14%였다. 이직 의사는 있지만, 적극적 구직활동은 하지 않는 ‘잠재적 구직자’가 적극적으로 이직 기회를 찾는 사람보다 네 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는 이직하는 이들에 대해 이기적이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급여 인상, 역량 개발 등 뚜렷한 목표가 있는 계획적인 이직이 많아지면서 ‘노력하는 인재’로 사회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잡코리아의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4.3%가 잡호핑족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보였으며,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12.3%에 그쳤다. 

이처럼 이직이 보편화하고 긍정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인들이 바람직한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경력관리’가 선제 돼야 한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우리나라에 경력관리 이론을 최초로 제시한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와 만나 직장인의 올바른 경력관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직 관련 설문조사 (사진=리멤버 커리어)
이직 관련 설문조사 (사진=리멤버 커리어)

진로 목표 달성 과정을 관리하라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경력관리의 개념은 생소하다. ‘경력관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의미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이대성 교수는 “경영학에는 경영자가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영관리’가 있는데, 이것을 P.O.L.C(Planning, Organization, Learning, Control)라고 한다”라면서 “직장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경영자도 경영관리를 잘해야 하지만 근로자도 경력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근로자는 본인이 추구하는 ‘경력의 목표’가 있다”라면서 “그것을 진로의 목표라고 하는데, 진로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상의 관리를 하는 것을 경력관리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경력관리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교수는 경력관리를 잘하려면 ‘진로의 목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의 목표에는 진로의 4요소(Factor)인 업종, 직업, 기업, 학업이 있다”면서 “경력의 목표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전했다. 

우선 유통, 서비스, 반도체, 부품 등 다양한 업종 중에서 내가 정말로 몸담고 싶은 업종을 명확히 선택해야 한다. 또한 내 경력의 목표를 어떤 직업으로 달성하고자 하는지, 이 업종과 직업을 어떠한 기업이나 기관에 몸담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세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슨 공부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후에도 내가 선택한 업종과 기업과 직업이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인가에 대한 깊은 자기 분석과 성찰이 계속돼야 한다.

우리나라 경력관리 실태

이러한 경력관리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로의 구성요소를 고려해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이를 고려해 직장을 선택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특히 대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직무 선택(직업 선택)이다. 직업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대학생들이 10명 중의 7명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자기가 선택한 전공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대학생들이 많다”면서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에 대한 선택이 높아지고, 대학들도 전공 선택에 대한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자율전공학부제 같은 여러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경우는 기업 선택을 잘못한 것에 대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기업에 취업해 근무하다 보니 직업이 나와 맞지 않고, 업종도 맞지 않는 경우 일과 관련된 요소들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사도 미워지고 본인도 미워지는 것이다”라며 “이러한 원인을 보면 진로가 없었던 학생 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라고 진단했다.

경력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도긴개긴이라는 평가다. 이대성 교수는 “전수조사한 데이터는 없지만 그나마 대기업이 나은 부분은 인사팀에서 자기계발과 역량개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면서 “근로자들은 이것을 경력관리 교육으로 착각·오인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경력관리에 대한 자극 정도는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대성 교수가 직장인들의 올바른 경력관리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이대성 교수가 직장인들의 올바른 경력관리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이력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긴 것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이력서를 보면 근무했던 회사의 성과만 있고 학력만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본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나 진로의 목표가 나와 있지 않다. 단순히 수치적으로만 자기를 나타내며 비교에 의해서 자기를 뽐내려고 하는데, 그것은 그 회사 안에 있을 때만 중요한 것이지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경우에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대성 교수는 “이력은 과거 현재 미래가 다 있는 것이 이력이다”라면서 “근데 한국 직장인들의 이력은 자기가 몸담았던 회사의 성과만 적는다”고 지적하며 “내가 과거에 공부하게 된 이유와 내가 선택하고자 하는 직무의 방향, 직장을 선택한 이유, 내고자 하는 성과의 목표, 성과의 평가, 지향하고자 하는 진로의 목표 등이 담겨 내가 어떤 경력관리를 고려하고 있는지가 담겨 있어야 이력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경력관리를 해야 하는 주체가 직장인 본인인데, 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고 무조건 회사에 충성하려고 한다”라면서 “자기 자신을 돌보고 아낄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자기 분석이고 자기 관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이 선택하고자 하는 업종, 선택하고자 하는 기업, 선택하고자 하는 직무에 신뢰가 간다”면서 “본인이 본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회사를 아끼겠느냐”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다음 진로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 디자인해야 그 안에 근로가 있고, 성과가 있고, 승진이 있고, 급여가 있고, 법인카드가 있다”라면서 “우선순위를 고려하며,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잡고 살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바로잡아야 하는 진로 교육

이 교수는 기업이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직원들에게 급여나 보상으로 유인하는 것에는 한계가 왔다고 진단하면서 “지금까지 경영자들이 손대지 못했던 영역은 내 근로자들의 경력관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진로 없이 직무 중심으로 사람을 채용했기 때문에 그 직무에 대해 성과를 내고 자발적으로 충성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면서 “진로 중심의 채용 전략을 써야 그 업종과 직무에 충성심을 갖고 열심히 근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들어오고, 중간관리자들의 관리·감독 없이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진로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대성 교수는 “근로자의 노동을 관리 감독하는 곳은 노동부이고, 경력관리는 진로의 문제로, 진로는 교육부에서 담당한다”면서 “따로 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청과 교육부는 일선의 교육자들에게 진로 구성요소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시켜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현재 우리 산업에 어떠한 업종이 존재하고, 기업들은 어떠한 생존 윤리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지에 대한 교육을 기본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대학은 ‘진학’의 개념이 되어, 대학에 와서 진로를 찾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그러다 보니 직장 선택이 경력관리 기반이 아닌 일단 대기업, 연봉 높은 곳으로 들을 선호하고, 막상 입사하자 자기가 원했던 것이 아닌 현실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것들이 불필요한 퇴사와 불필요한 이·전직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경력관리가 깨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대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진로가 없는 사람이 진로가 없는 사람을 뽑아놓은 형국이다”라면서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책으로 다가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직장인의 미숙한 경력관리나 불거나 오는 잦은 이·전직의 문제는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고 평가하며, 노동부와 교육부가 따로 노는 정부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애증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취업률 데이터나 4대 보험 데이터로 각각의 성과만을 내밀 것이 아니다”라면서 “진로에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직장에 왔을 때 산업인력공단과 노동부의 힘을 제대로 받아 일을 열심히 하게 되면, 이것이 세금으로 커지고 국가경쟁력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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