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가 말기암 치료를?...국내에서도 화제
정부·의·약학계 복용 반대...“환자는 지푸라기라도”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말기 암 환자는 죽기 직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하는데, 이를 비난하고 금지할 권리가 그들에게 있는 건가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는 자기가 먹을 약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결과는 자기가 책임을 지는 것이지 ‘기존 의학계가 미리 안 말려줘서 잘못됐다’ 이렇게 따질 환자는 한 명도 없어요”

펜벤다졸을 들고 있는 유튜버 안핑거. (사진=유튜브 채널 ‘안핑거’ 캡처)
펜벤다졸을 들고 있는 유튜버 안핑거. (사진=유튜브 채널 ‘안핑거’ 캡처)

개 구충제로 사용되는 ‘펜벤다졸’은 위장에 기생하는 원충과 회충, 촌충 등을 박멸한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나 소, 양, 토끼, 말, 어류 등 다른 동물에게 사용돼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효과 좋은 동물 구충제로만 알려졌던 펜벤다졸은 2019년 현재 한국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의약품으로 떠올랐다. 펜벤다졸의 성분이 말기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소문 때문이다.

펜벤다졸이 말기암 환자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계기는 지난 9월 미국의 60대 남성 조 티펜스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이다. 해당 동영상에는 그가 펜벤다졸을 3개월 복용해 암세포가 5% 미만으로 줄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펜벤다졸 관련 연구는 동물실험이 대부분이었고, 티펜스 역시 펜벤다졸만 복용했던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한암학회와 함께 이같은 이유로 말기 암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학계와 식약처의 경고가 말기암 환자들의 강한 열망을 이기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도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올해 4월 말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유튜버 안핑거는 병원에서 수술해도 효과가 없을 거라는 진단을 듣고 자가 치료를 하고 있다. 9월 말부터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한 그는 티펜스와 마찬가지로 3개월간 자가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다.

혼자서 자가 치료를 하는 것이 외롭기도 하고, 다른 말기 암 환자들의 의견과 조언을 듣고 싶어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는 안핑거는 현재 복용 6주 차에 접어들었다. <뉴스포스트>는 정부와 의학계, 약학계의 경고에도 펜벤다졸 자가 임상시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안핑거의 이야기를 이달 1일 들어봤다.

개 구충제로 쓰이는 펜벤다졸. (사진=김혜선 기자)
개 구충제로 쓰이는 펜벤다졸. (사진=김혜선 기자)

 

-펜벤다졸 복용 계기는 무엇인가.

“지인이 티펜스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내줘서 알게 됐다. 동물 구충제를 먹는다고 해서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호기심에 동영상을 봤는데,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인터뷰도 찾아보고, 블로그도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그의 주장이) 상당히 근거가 있다고 생각했다. 몇 가지 연구 결과도 있었다. 비록 동물실험에서 나왔지만, 동물에게 효과가 있으니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겠구나 싶었다. 제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라 복용하기로 했다”

-현재 복용 6주 차에 접어들었는데, 건강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나.

“그렇다.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복용 5일 차에 암 발병 부위 진통이 크게 감소했다. 이전에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진통제를 하루에 거의 반나절을 실시간 간격으로 먹지 않으면 못 견뎠다. 진통제 효과가 처음에는 8시간 가더니 자꾸 줄어들어 세 시간 간격으로 먹어야 했다. 보통 밤에 자다가도 진통제를 먹었어야 했는데, 펜벤다졸 복용 5일 차에는 중간중간 진통제를 먹지 않았음에도 통증이 없었다”

“복용 4주 차에 접어들어서는 변을 볼 때 직장암 증상으로 나오는 분비물이 잦아졌다. 원래는 분비물이 나올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복용 4주 차) 이후에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하루 몇 번 진통제를 챙겨 먹는 걸 안 하니까 그게 편하다. 아울러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터에서 진통제를 조금 복용하는 것으로 버틸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통증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괜찮은가.

“오른쪽 갈비뼈 아래하고, 오른쪽 어깨 위 쇄골 통증은 간이 안 좋을 때나 간암이 있을 때 연관통으로 아픈 것이다. 예전엔 아팠다가 안 아팠다가 했다. 통증은 펜벤다졸 복용 전에도 있었다. 이 때문에 통증이 발생한 원인을 펜벤다졸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전에는 숨을 크게 쉬면 통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 아픈지 꽤 됐다. 거의 한 달 다 돼 간다”

-유튜브를 통해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말기 암 환자분들 사례도 모은다고 들었다.

“한두 분 정도 연락을 주셨다. 하지만 사례가 너무 적고, 그분들도 저처럼 진통이 줄었다고 말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펜벤다졸이 말기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에 펜벤다졸의 효과에 대한 의미 있는 사례가 많이 모이면, 이와 관련해 방송할까 한다. 지금은 사례가 너무 적어서 모으고 있는 중이다”

-펜벤다졸 수입이나 판매가 금지된다는 소문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 당국에서 펜벤다졸을 금지할지는 모르겠다. 만약 정부가 수입이나 판매를 금지한다면 이는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한 가닥 희망도 뺏는 거라고 생각한다. 말기 암 환자에 대해 별다른 대책도 없으면서 정부까지 나서면 환자들은 그냥 기다리다 죽으라는 것인가. 정부가 너무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의학계에서도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임상실험으로 검증이 안 된 약물이라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복용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항암제도 복용할 때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가. 구토하고, 점막이 헐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설사하고, 살이 빠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그게 다 엄청난 부작용이다. 이 같은 부작용엔 눈을 감으면서 펜벤다졸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부작용 가지고 먹지 말라고 한다. 이는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말기 암 환자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다, 의사들이 포기해 환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으면서 ‘검증될 때까지 약을 먹지 말라’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손 놓고 죽으라는 얘기다. 환자들은 죽기 직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을 하는데, 이를 금지할 권리가 그들에게 있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는 자기가 먹을 약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결과는 환자가 책임지는 거지 ‘의학계가 안 말려줘서 잘못됐다’고 따질 이는 한 명도 없다”

-의학계가 경고하더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인가.

“마지막 희망이다. 왜냐면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을 치료했다는 말기 암 환자들이 외국에 많으니까. 그게 거짓이 아니라면 나에게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으면 말기 암 환자들은 안 해보고 싶겠는가. 해봐야 하지 않는가. (펜벤다졸 복용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인터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튜브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싸운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동영상을 올리기만 하면 힘이 빠진다. 아무리 내용을 봐도 욕설이나 비방, 저작권 침해 등이 없는데 노란 딱지가 붙는다. 누구도 해주지 않는 임상시험을 스스로 하겠다는데 가만히 뒀으면 좋겠다. 무엇이 두려워 펜벤다졸 먹는 걸 막는지 이해가 안 간다. 약효가 없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펜벤다졸 열풍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것이다. 어떤 방해를 해도 임상시험 3개월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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