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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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최근 우리사회는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언론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표출됐다. 언론의 다각적인 취재는 사실에 근거한 것도 있었겠지만 의혹들을 파헤친 부분이 많았다. 언론이 제기한 그 의혹의 진실 여부는 사법적으로 엄정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다.

만약 의혹 자체도 없는데 언론이 작위적으로 생산해 낸 기사라면 그것은 분명 가짜뉴스일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기능은, 특히 우리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의혹에 대해 공익적 정의의 측면에서 보도하는 것도 사명일 것이다.

전에 언론사에 있으면서 편집 부문의 해외교류를 중점 추진 할 때의 일이다. 그때 창간 몇 주년 기념으로 ‘우리 신문의 편집 방향은 가능한 사회의 따뜻한 뉴스를 전하는 것‘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해외 저명 신문 편집인의 메시지를 섭외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언론인은 “신문에 좋은 소식만 많이 실으면 독자가 멀어진다. 정치인의 부정부패와 같은 사회정의를 위한 짜릿한 기사를 보도해야 신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게 신문의 속성이며 언론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언론은 그 속성에 충실할 수 있는 사회정치적 환경을 갖고 있어 축복(?)일성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명 기업가나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고 있으니 말이다. 근래 한국사회는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적폐청산에 기득권층에 대한 최근 미투운동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부정과 비리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역대 대통령 가운데 명실상부하게 명예롭게 소임을 다해 국민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지도자가 몇이나 될까싶다. 그동안 권력의 친인척이나 실세들이 비리 혐의로 줄줄이 낙마하고는 했었다. 한국사회가 물질적 성장에 걸맞는 도덕적 수준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면 모든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지도자들이 저마다 밝은 선진 사회 구현을 내걸었지만 지나고 보면 발전은커녕 하나같이 퇴영된 행태를 답습해 온 형국이었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물질적으로는 풍요해 졌지만 정신적이나 정서적으로는 성숙되지 못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넉넉해 졌는데도 대부분 국민들은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권력과 재력을 누리는 우리 사회의 소수 특권층이야 민생의 반열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웰빙과 장수로 포장된 미래사회에 대해 온통 걱정들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했던 대한민국의 경제적 행복지수 조사결과 국민의 85퍼센트가 “경제적 행복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요즘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생활이 빠듯하게 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냉엄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민생과 달리 사회 지도자급들의 비리와 부패는 우리사회에 심각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으로 권력형 비리들을 지켜보면서 인간은 똑똑하면서도 어리석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된다.

‘권불오년화무십일홍'(權不五年花無十日紅)이라했던가? 권세가 아무리 센들 그것은 유한하니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자중해야 하는 진리를 모르는 게 아쉽다. 천하를 호령했던 나폴레옹도 ‘영예는 잠시 지나 영원히 잊혀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그 권세를 누리기에 앞서 국민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참다운 '서민친화적 대중성'(common touch)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사회에서 선거만을 의식하는 정치꾼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가가 요구되고 있다.

실천적으로 모든 국민이 어떤 조건으로든 차별받지 않으며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공명정대한 사회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는 특권 없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국민은 정당의 목적과 자신들의 권익만을 추구하는 군림하는 정치꾼을 원하지 않는다. 탁월한 능력과 통찰력과 선견지명에 이타적이고 진정한 애국 애민 정신으로 섬기는 정치가를 갈망하는 것이다.

제임스 프리먼은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을 생각하지만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내다본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사회에 정치꾼들은 넘쳐나지만 정치가는 기근 상태를 보이고 있다. 마치 영양가는 거의 없으면서 칼로리만 높은 식단을 먹는 것과 같은 격이다.

역사를 통해 나라를 세우는 일과 같은 위업을 이룬 사람은 국가지도자 곧 위대한 정치가였다. 지금 우리사회에 선진 한국의 새로운 건국과 같은 지대한 과업에 긴요한 것은 파당적 ‘공론정치’(metapolitics)가 아니라 통합적 ’정치경영력‘(statesmanship)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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