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체제 키워드는 민주 ‘혁신’ 한국 ‘반문’
민주당 기획단 여성 33% 청년 27%
한국당 기획단 친황·영남·현역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여야의 총선기획단 구성이 지난 4일을 기점으로 마무리되며 정치권은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키워드는 ‘혁신’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총선 키워드는 ‘반문(反文)’으로 정리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뉴시스)

총선기획단부터 여야 ‘온도차’

15명으로 꾸려진 민주당 총선기획단의 모토는 △공정 △혁신 △미래다. 이중 가장 중점을 둔 ‘콘셉트’는 혁신이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로 당 지지율이 휘청인 후 당내에서 쇄신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일찌감치 현역 중진의원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 설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고, 초선의원이지만 내년 총선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철희·표창원 의원도 이해찬 대표에 당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지난 4일 발표한 총선기획단 명단도 이러한 기류가 반영됐다. 특히 당내 비주류로 통하는 금태섭 의원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금 의원은 민주당의 핵심 추진 법안인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안을 반대하는 당내 소수 인물인데도 기획단에 포함된 것. 여기에 민주당은 기획단 내 여성 비율을 33%(5명)까지 끌어올리고 청년도 27%(4명) 포함시켰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윤호중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소병훈 조직부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포함됐다. 여기에 백혜련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을 비롯해 제윤경·정은혜 의원,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강선우 전 사우스다코타주립대 교수 등이 여성위원으로,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 프로게이머 출신 사회운동가인 황희두 청년문화포럼 회장 등 청년위원으로 활동한다. 현역 초선 의원인 금태섭·강훈식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단장을 맡은 윤 사무총장은 5일 첫 회의에서 “도덕성과 공정성에 대한 청년들의 강렬한 요구를 수용해 공천 과정에서부터 혁신적으로 준비하겠다”며 “여성·청년이 후보자가 되는 것을 넘어 공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총선기획단 대변인인 강훈식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총선 기획단 자체가 다음번 공천 전체를 드러낸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혁신의 의지, 젊은 인재를 모으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총괄·기획을 담당할 △혁신제도분과, 조직을 맡을 △국민참여분과, 정책을 개발할 △미래기획분과, △홍보소통분과 등 4개 분과로 구성됐다. 총선기획단은 21대 국회 총선에서 주요 콘셉트와 선거 기조를 마련하는 등 민주당의 ‘총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당도 내년 총선 준비를 총괄하는 기획단 구성을 마무리하고 박맹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12명의 기획단 구성을 발표했다. 한국당이 내세운 총선기획단 콘셉트도 ‘변화’와 ‘혁신’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총선기획단에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우리 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혁신과 통합으로 집약된다. 혁신은 공천으로, 통합은 자유 우파의 대결집으로 귀결된다. 이 두 과제에 대해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한국당의 총선기획단 명단. (그래픽=김혜선 기자)
민주당, 한국당의 총선기획단 명단. (그래픽=김혜선 기자)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상임특보단장인 3선 이진복(부산) 의원은 총선기획단 총괄팀장, 전략기획부총장인 초선 추경호(대구) 의원은 간사를 맡았다. 위원으로는 김선동·박덕흠·박완수·홍철호·이만희·이양수·전희경 의원 등 현역의원과 원영섭 한국당 조직부총장, 김우석 당 대표 상근특보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변화·혁신’이라는 모토와는 다르게 기획단 구성 자체가 틀에 박힌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2030 세대가 전무한데다가, 여성 의원도 전희경 의원 단 한 명이다. 현역 의원 구성도 80%에 달하고, 기획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인 단장, 팀장, 간사 등 모두가 영남 의원에 돌아갔다. 일반 위원도 ‘친황(친 황교안)’ 일색이라는 평가다. 전희경 의원과 이진복 의원은 대표적인 친황파고, 박맹우, 김선동, 박완수, 추경호, 이만희 의원은 원조 친박으로 분류돼다가 친황파로 돌아선 지 오래다. 원영섭 부총장과 김우석 특보도 친황파로 분류된다.

오히려 한국당 총선 콘셉트는 ‘반문(反文·반 문재인)’에 가깝다. 황 대표 역시 총선기획단에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는 선거다. 민심의 이탈은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됐지만 이탈한 민심의 결집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강력한 ‘반문 연대’의 힘을 확인한 상태다.

황 대표의 ‘1차 영입 인사’로 지목됐다가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도 대표적인 반문 인사다. 박 전 대장은 지난 4일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상당수 시간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썼다. 특히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유명한 박 전 대장은 “이 정부는 4성 장군을 포승줄로 묶어 적폐청산으로 활용하려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의 영입이 당내에서도 논란이 되자 전략적 모호성을 취했다가, 그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임재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삼청교육대의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되자 사실상 영입 의사를 철회했다.

‘콘셉트’ 걱정하는 한국당

한국당의 총선 전략은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반문 콘셉트’ 자체는 결집력이 있지만 총선 승리를 바라보려면 보수 유권자를 넘어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문 이후의 대책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지난 2일 박 전 대장의 영입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인재영입 카드는 정책적 집행권력이 없는 야당으로서는 차기 총선을 위한 당 지지율 향상에 가장 큰 무기이자 이벤트”라며 “인재영입의 콘셉트가 와 닿지 않는다. 인사는 메시지다”고 지적했다.

폐쇄적인 한국당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인사영입 검증 시스템에 대해 “한두명이 의사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방식’의 영입을 통해 비판지점은 함께 설득하고, 칭찬지점은 함께 강조함으로써 인재들을 더 인재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5일에도 민주당의 총선기획단을 두고서는 “섬뜩한 생각이 든다”고 부러워했다. 한국당도 민주당처럼 당내 소수의견을 받아들이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폐쇄적인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는 게 장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강경파, 온건파, 주류, 비주류, 청년, 여성 등을 두루 아우르는 인선도 그렇지만, 유독 제 눈에 띈 인물은 금태섭 의원이다. (금 의원은) 대통령께서 시정연설에서도 언급했을 만큼 여권에서는 사법개혁의 상징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공수처’마저 강하게 반대하는 발언을 한다”며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탈당하라’라는 거센 비난도 일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를 내치기는 커녕 중용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에 ‘초강력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당 내부에서는 이렇다 할 인적쇄신론이 나온 적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현역 의원들이 ‘영남지방’이라는 집토끼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당 의석 110석 중 절반에 가까운 45명은 영남 지역 국회의원이다. 이번 총선기획단 지도부도 영남 일색이고, 당 운영 방식도 영남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한국당 실정이다.

이에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한국당의 혁신을 위한 고언’이란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에 “험지에 출마해 솔선수범하라”고 직언했다. 김 의원은 당내 3선 이상 중진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히던가 수도권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황 대표 등 지도자급이라도 (당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란 생각으로, 험지를 과감히 선택해야 한다”면서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선배 의원님들께서는 정치에서 용퇴를 하시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모든 현역의원은 출마 지역, 공천여부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의 결정에 순응해야한다. 저부터 앞장서 당의 뜻을 따르겠다”며 “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자세로 인적혁신을 이뤄내고 건강한 정당으로 변모해야 국민들의 신망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최근 당내 인사영입 문제 등 논란에 대해 “제대로 된 로드맵이 없이 당이 왔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인재영입은 12월이나 1월에 발표해도 늦지 않다. 그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수 통합에 대해서는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가치를 정하고 난 다음에 그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함께해야지, 선거 유불리를 갖고 이해타산적으로 서로 간에 모인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