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집값 안정? 소나기 피하면 또 오른다”
[분양가 상한제] “집값 안정? 소나기 피하면 또 오른다”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11.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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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소문만 무성했던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상한제 도입이 지정된 서울 지역 부동산은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분양가 상한제 지정 구역은 재건축 아파트 기대감이 크던 지역을 동 단위로 ‘콕’ 집었다.

분양가 상한제 지정 구역이 된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주공 5단지. (사진=김혜선 기자)
분양가 상한제 지정 구역이 된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주공 5단지. (사진=김혜선 기자)

분양가 상한제가 지정된 지역은 △강남구 개포, 대치, 도곡, 삼성, 압구정, 역삼, 일원, 청담 △서초구 잠원, 반포, 방배, 서초 △송파구 잠실, 가락, 마천, 송파, 신천, 문정, 방이, 오금 △강동구 길, 둔촌 △영등포구 여의도 △마포구 아현 △용산구 한남, 보광 △성동구 성수동1가 등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서울 내 재건축 추진 주요 단지는 94개. 이 단지들은 모두 추진위원회를 설립했거나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다. 이중 강남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대상 단지만 89곳으로 사실상 강남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다.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는 사실상 재건축 추진 단지 전부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다.

그럼에도 강남 4구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애초에 강남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 지정이 충분히 예상된 지역이고, 향후 공급 위축을 예상해 집값이 하락해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도입된 6일, 잠재적 재건축 단지인 송파 잠실주공 5단지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 잠실동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대표 A씨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도 돈 있는 사람들은 ‘잠깐 소나기 피해가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잠실동 내 부동산. (사진=김혜선 기자)
문이 닫혀 있는 잠실동 내 부동산. (사진=김혜선 기자)

A씨는 “건설회사에선 타산 따져서 안 나오면 안 지을 것이고 안 지으면 아파트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안 되니까 당연히 아파트 값이 올라간다”며 “지금 잠실동에서 17~18억에 재건축 아파트 샀던 사람들은 그냥 쥐고 있다. 언제 재건축이 시작될지 모르니까 그냥 정책 완화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 B씨 역시 “분양가 상한제 해 봤자 강남 사람들은 의미도 안 가지고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잠실동 내 재건축 예정 단지는 이미 각종 규제에 막혀 있고, 안전진단이나 추진위원회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상한제를 도입해도 의미가 없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 못해서 집값만 떨어졌다. 조합원들도 ‘지금은 안 하겠다’며 조용한 분위기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속도가 빠른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내년 4월 전 분양을 서두르거나 ‘후분양’으로 조금이라도 분양가를 올려보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B씨는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의 경우 이미 이주까지 끝낸 상황인데 분양가 상한제 도입 전까지 분양은 힘들다고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공시지가가 올라가니 후분양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송파구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이 9.73%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의 택지비 산정이 표준지공시지가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최대한 분양을 늦춰보겠다는 얘기다.

잠실동 중개업자 C씨도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 안정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서울은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 규제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조금 주춤했다가 갑자기 수억씩 올라가는 곳이 송파다. 잠잠하다가 또 많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오히려 일반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중개업자 A씨는 “잠실동은 재건축 기대가 있던 잠실주공 5단지가 대장아파트였는데, 지난달 잠실 리센츠 30평 대가 20억 1천만 원에 거래되면서 대장아파트 자리를 가져갔다”며 “재건축 기대가 꺾이니 일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주변 공인중개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양가 상한제 도입 직전 재건축 아파트를 팔고 일반 주택을 사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며 “정부가 잡고자 하는 투기 세력은 이미 규제를 피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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